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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권 지폐 속엔 뭐가 있을까?

그루 터기 2021. 9. 8. 08:26

# 만원권 지폐에 우리의 자존심이 있다.

 

   오늘 친구를 만나러 나가려고 아침에 이것저것 준비하던 중에 지갑속의 돈을 보다가 문득 만원권 지폐를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읽은 책 속에서도 만원권 지폐에 대해 읽은 적이 있던 차에 만원권 지폐에 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지폐 중에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단연 만원권 지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선 지난번에 정리해 놓은 만원권 지폐에 대한 내용과 인터넷에서 몇 군데 찾아 보았습니다.

 

   만원권 지폐는 1973612일 최초로 발행되어 1979, 1983, 1994, 2000년에 변경되었다가 2007122일 지금 사용하고 있는 지폐로 변경되었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지폐는 색상과 크기가 조금 다르고 앞면과 뒷면의 도안도 달라졌습니다. 크기는 달러 크기 정도로 축소(148 × 68mm) 되었으며, 위변조 방지 요소가 추가되고 강화되었다고 합니다.

 

   2007년에 새로 발행된 10000원권 지폐 앞면을 보면, 오른쪽에 세종대왕의 초상이 자리잡고 있고, 지폐의 중앙 상단에 앞서 말씀 드린 용비어천가의 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 펼쳐진 그림을 꼼꼼히 보면 해와 달, 다섯 개의 봉우리 소나무, 폭포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조선 임금을 상징하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그림 일월오봉도입니다.

앞면에 그려진 용비어천가는 학교 다닐 때 많이 들어 보셨을 텐데요. 세종의 명을 받아 권지, 정인지, 안지 등이 지은 악장, 서사시입니다. 한글 창제 후 첫 시험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한글 문헌이며 악장입니다.

 

   일월오봉도는 말 그대로 달과 해 앞의 다섯 산 봉우리를 그린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주로 병풍으로 그려져 조선 시대 어좌의 뒤편에 놓였는데 만원권에 그려진 일월오봉도는 왼쪽에 달, 오른쪽엔 해가 떠 있는 특이한 배경에다가 폭포가 두 줄기 흐르는 다섯봉우리의 산과 맨 앞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로 이루어져 있으며 좌우 대칭이 특징입니다. 일월오봉도는 그냥 평풍만 있을 때는 완성된 그림이 아니고, 왕이 앉아 있어야만 비로소 그림이 완성된다고 전해지는데 근정전, 인정전, 명정전, 숭정전, 중화전 등에 있으며, 그 중 근정전의 일월오봉도가 가장 크다고 합니다.

 

   이처럼 만 원권 지폐의 앞면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임금으로서 세종대왕을 보여주고 있다면, 뒷면은 과학군주로서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바탕에 옅게 깔린 별자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입니다. 별들의 위치는 고구려 때인 서기 1세기경에 맞춰져 있는데요. 원래 석판에 새겨져 있었지만 672년 당나라와의 전쟁 때 잃어버리고 탁본으로만 남은 것을 1395년에 수정해서 다시 만들었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리 민족이 수천 년 전부터 독자적인 방식으로 별자리를 관찰해서 기록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만원권에 묘사된 이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원본과 비교 했을 때 오류가 많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지폐 왼쪽에 지구본처럼 생긴 틀에 여러 개의 원이 겹쳐 있는 기구가 보입니다. 혼천의입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별자리를 관찰했던 기록이라면, 혼천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월오생성의 위치를 측정했던 천체시계였습니다. 세종 15년이었던 1433년에 이천과 장영실이 제작했지만 실물은 분실됐고, 우리가 만 원권 지폐에서 보고 있는 혼천의는 태양의 위치와 계절, 날짜, 시간을 알려주는 천문기계로 1669년에 송이영이 만든 것입니다. 천체의 형상뿐 아니라 서양의 자명종 시계 원리를 도입해서 시각까지 알 수 있다고 하니 대단한 과학문화재입니다. 그렇다면 그 옆에 옅은 색으로 그려진 것은 무엇일까요?

 

현재 경북 영천시 보현산에 있는 반사식 광학천체망원경입니다. 지름 1.8미터로 수억 광년 떨어진 우주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데요. 수천 년 전, 수백 년 전에 우리 선조들이 육안으로 보았던 하늘의 운행을 지금의 과학자들은 이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현대과학을 상징하는 망원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만 원권 지폐는 세종대와의 업적과 대한민국 천문학의 역사를 상징할 뿐 아니라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석점이 들어 있습니다. <용비어천가>는 보물 제1463,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국보 제228, 송이영이 만든 혼천의는 국보230호입니다.

 

   위변조 방지 기술도 그 이전에 사용하던 지폐에 비해 많이 추가하였습니다. 숨은그림의 돌충 은화입니다. 화폐를 밝은 빛에 비추면 왼쪽 그림이 없는 빈 공간에 숨겨진 세종대왕의 초상화롸 액면 숫자 ‘10000’이 나타납니다. 홀로그램 패치는 보는 각도에 따라서 한반도 지도, 액면 숫자 ‘10000’ 과 태극 무늬, 4괘가 번갈아 나타납니다. 지폐를 손을 만져보면 글씨가 만져지는데요. 요판인쇄로 지폐에 쓰여진 글자의 액면 숫자가 볼록하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지폐를 밝은 불에 비춰보면 나타나는 것이 또 있습니다. 가로로 막대 3개가 나타납니다. 자세히 봐야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지폐를 자외선에 비춰보면 일월오봉도와 용비어천가, 형광 색사가 나타납니다. 자외선만 따로 비추지 않더라도 보통의 조명에는 자외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열심히 비춰봤는데 잘 보이지 않네요.

 

   시변각 잉크를 사용하여 보는 각도에 따라 액면 숫자의 색상이 금색이나 녹색으로 변하는 것도 있습니다. 요판잠상이라고 하여 지폐의 앞면을 기울여 보면 숨겨져 있는 ‘WON' 이라는 문자도 나타납니다. (못 찾았어요 ㅠㅠ) 마지막으로 미세문자가 있습니다. 요판 미세문자와 평판미세문자로 지폐를 확대해 보면 ’10000 WON', 'BANK OF KOREA' 문자와 훈민정음 28글자가 미세하게 연속으로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저는 훈민정음은 찾지 못하고 한국은행이라는 글자가 있는 것이 보이네요. 설마 위조는 아니겠지요?

 

 

   오늘 문득 꺼내본 만원에서 지폐제조 기술의 과학성과 우리 선조의 뛰어난 과학기술이 지금의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나도 지금까지 40여년간 기술자로서 살아왔다는 걸 이 기술 실적에 슬그머니 끼워 넣고 뿌듯해 하고 싶은 욕심이 살짝 고개를 듭니다.

 

 

 

출처 : <위키백과>, <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문학동네, 2021>

 

 

 

지갑 속의 비상금이 모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