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 터기 2021. 7. 24. 08:00

 

그루터기의 특허 이야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 차례 특허를 냈었다.

  오래된 특허는 이제는 그 특허권이 소멸이 된 것도 있고, 아직은 특허권이 유지가 되고 있지만 그 권한이 출원인에게 있기 때문에 나는 그냥 명예만 있다. 회사에 다니면서 특허를 내게 되면 발명자에게 출원인의 자격을 주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지금까지 낸 특허는 한 번도 출원인에 내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더군다나 처음 두 번의 특허인 가축사료무인급이기와 왕겨분쇄장치는 원청회사의 제품을 개발해 준거라 내가 발명하고 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발명자의 이름도 제일 뒤쪽에 실어줬다. 그 때는 내가 개인 사업을 할 때라 원칙적으로는 내 이름으로 특허를 내야하지만 그렇게 되면 판매하는 원청회사가 발명자에게 휘둘릴 수 있어 이렇게 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 있을 때였다. 그래도 그 제품들이 나에게는 효자였다. 그 제품 두 가지는 발명특허뿐 아니라 실용신안도 출원했었고, 원청회사에 높은 금액으로 납품을 할 수 있어서 수익도 좋았다.

 

  세 번째 특허인 해안사장의 침식제어용 그물방파제는 (주)이비알시스템의 대표이사로 있을 때 낸 특허인데 미국인의 방파제기술(논문)에 나의 아이디어를 첨가해서 낸 것으로 미국 기술자분의 이름을 상징적으로 올려 줬었다. 그런데 이 기술은 회사의 주주가 바뀌기도 했고, 나도 퇴사를 한 이후 해운대 해수욕장에 설치하여 몇 달 간 실험만 해보고 실제 판매된 곳은 없었던 것으로 들었다.

 

  네 번째 특허인 비정형포장물의 이송장치는 내가 마지막 다니던 회사에서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연구도 많이 하고 회사 입장에서 돈도 좀 벌었던 특허다. 국내 대기업 중국 현지 공장에 설비를 20대 정도 납품한 효자 설비였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단돈 만원도 이익이 더 돌아오지 않은 아쉬운 특허였다. 

 

  그 외에도 친구회사의 디자인 등록의 아이디어도 내 준 적이 있다. 그 때도 제작은 내가 맡았었기 때문에 출원인의 권한과 상관없이 제품을 납품 했던 기억이 난다.

  또 사업을 그만두고 잠깐 근무했던 회사에서 특허에 관여해서 두 건의 특허를 냈던 기억이 난다. (이 특허는 발명자 이름도 사장이름으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특허를 내면 돈을 무지하게 많이 벌 거다.'라고 생각하는데 특허를 출원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특허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난다. 그러나 돈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용성이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와 실용성이 같이 있으면 바로 수익하고 연결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특허는 특허가 난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생산을 하지도 않을 것을, 다른 사람이 특허를 내지 못하도록 방어를 위해서 내는 특허도 많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몇 번의 특허를 더 낼지, 아니면 이젠 기회가 없을지 모르지만

이제부터 내는 특허는 출원자도 내 이름 이었으면 좋겠다.

 

돈도 되면 더 좋고.

 

 

 

 

  처음 낸 특허인데 돼지사료 무인 급이기이다. 돼지의 습성을 고려해서 만들었는데 

내가  돼지의 신체적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서 약간의 문제점이 있었던 제품이다. 

돼지의 입 구조상 통안에 사료가 조금 남게 되는 문제였다.

제작 할 때 원가를 줄이기 위해 재생플라스틱을 사용하다보니 내구성이 떨어져서 롱런하지 못한 제품이다. 

지금 다시 제작한다면 정말 멋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건방진 생각을 해 본다. 

 

 

 

 

  왕겨팽연화기라는 이름으로 제작되었던 것인데 특허상 그런 이름으로 나올 수 없다고 해서 왕겨분쇄장치로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설비도 내 개인 회사로 특허가 난 건 아니지만 내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의 이름으로 특허를 내서 판매를 했기 때문에 고생에 대한 보상이 충분이 있었다. 처음 개발할 때 몇 달 동안 밤을 새어가면서 연구하고, 주위의 방앗간에서 수없이 왕겨를 실어나르며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이 기계는 개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효자 설비였다. 설계부터 제작 설치 A/S까지 독점을 했고, 납품 금액도 박하지 않아서 돈을 조금 모을 수 있었던 설비였다. 그 때 모은 돈으로 남들은 고생한 IMF도 룰루랄라 하면서 지냈다. 아마도 내 인생이 최고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사업을 그만두고 한국근강도량형에 입사하기 바로 전 잠깐 대표이사를 맡았던 회사에서 낸 특허이다.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해수욕장 백사장 모래 침식을 방지하고 모래를 모으는 장치인데 기본 개념은 미국에서 논문으로 발표가 되었고, 실제 특허는 모래가 쌓이면서 포크레인이나 기중기로 조금씩 그물망을 위로 올려줘야 하는 공정을 간단하게 올릴 수 있는 구조를 첨부하여 특허를 받았다.  특허를 낸 후 주주가 바뀌고, 나도 대표이사를 그만두고 한국근강도량형으로 왔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몰랐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제대로 판매한 제품은 없었던 것으로 들었다. 이것도 특허로 만 사장된 이유가 있다. 이 제품만 놓고 보면 그 성과가 좋다. 그런데 이설비를 설치한 해수욕장에는 모래가 쌓이는데 그 대신 주위에 있는 백사장의 모래가 더 빨리 줄어들어 그 해수욕장에 쌓이는 문제 때문에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한다. 즉 그쪽 해수욕장 모래가 바닷물에 떠다니다가 이곳에 쌓여서 모래사장이 넓어지는 것이지 새로 모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 해수욕장을 놓고 보면 한쪽은 문제를 해결하고 한쪽은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가 된다.  특허란 이렇게 아이디어는 좋으나 효자상품이 될 수 없는 것도 많다. 

 

 

 

 

  이 특허는 내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회사에서 자동약품리체크 계량기 + 자동공급장치를 FOOL PROOF 라는 이름으로 제작 설치한 제품으로 국내 대기업의 중국 공장에 많이 판매한 설비이다. 이 설비 때문에 중국 출장만 30번 정도 간 것 같다. 기존 라인에 설치하는 설비이다 보니, 좁은 공간에 설치할 수 있도록 매번 치수나 모양을 변경해야 하므로 제작을 하기 전에 한 두번 다녀오고, 설치, 시운전을 하기 위해서 가고, A/S 때문에도 두어번 간 것 같다. 몇 년동안 납품하면서 몇 번의 업그레이드 된 설비를 설치하였고, 생산라인에도 큰 기여를한 제품이라서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성공한 제품이나 그렇지 않은 제품 모두 나의 분신 같은 존재라서 쉬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