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 터기 2021. 8. 18. 00:18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시경(詩經)

 

  책을 보다가 재미가 없어 던져두었다가 다시 보면 같은 내용인데 재미도 있고 내용이 좋다고 느끼는 경우가 자주 있다책을 보는 시간 즉 나의 컨디션의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저녁 늦게 책을 보다보면 약간의 잠도 오고 집중력이 흐려질 때가 많은데 아침에 책을 보면 집중력이 좋아져서 책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저녁이라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책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한 참에 끝까지 읽게 되고, 소설 같이 연결이 되는 내용이면 지루한 줄 모르는데, 에세이나 전문서적 같은 경우는 두어 시간 보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어제 저녁에 별로 재미가 없어 잘못 빌려왔다고 생각하며 보던 책이 아침에 보면 구구절절이 내용이 좋다. 가끔 그럴 땐 어제 저녁에 보던 부분을 다시 보게 된다. 정말 처음 보는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영화나 예술도 마찬가지고,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판단할 때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쉽게 판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장점보다 단점을 쉽게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게 된다.

  상태가 바뀐 것이 아니라 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언가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며칠 전에 읽었던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란 책도 고등학교 다닐 때 읽었을 때와 엊그제 읽었을 때의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그 책의 옛날 기억에는 딱 한 가지 정말 말을 잘한다. 소크라테스라는 사람은 삼단논법으로 감자를 고구마로 눈 깜빡 할 사이에 논증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읽었을 때는 그런 생각이 별로 들지 않고, 내가 저 나이에 사형 판결이 날지도 모르는데 과연 목숨을 구걸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철학도에게 필독서가 된 게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때나 지금이나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똑 같을 텐데. 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내 나이 소크라테스가 법정에 선 70대 이상이 되고 그 때 다시 그 책을 읽어본다면 또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그 때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철학책이 다 그렇듯이 이 책은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오늘도 옛날 고등학교 때 읽었던 고전을 하나 빌려왔다. 사서삼경 중에 하나인 시경이다. 지금도 한시를 직접 읽고 해석하지 못하지만 그 때도 번역문을 읽었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옛날 시나 시조만 읽어보다가 시경을 읽어보니 사춘기 시절의 마음을 흔드는 내용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오늘 빌려온 시경은 12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인데 한시가 원문 그대로 적혀있고, 한글로 번역이 되어있고, 또 해설이 별도로 되어 있다. 전체적인 해설 외에도 각 한문 단어에 대한 사전적 설명을 전부 달아놓아서 공부(?) 하기에 딱 좋다.

 

  매번 책 7권씩 빌려오면 5일 정도면 반납했었는데 이번에는 시경 한 권만 해도 자세히 보려면 일주일은 걸릴 것 같다. 아니면 다른 책 먼저보고 이 책만 따로 읽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시경의 첫 번째 시를 옮겨 봅니다. 이시는 시경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상직성만으로도 역대의 수 많은 학자들로부터 중시되어 왔고, 시경의 얼굴과도 같은 유명한 작품이라고 소개를 하였습니다. 해석도 풀이한 사람마다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어 있다고 합니다.

 

 

 

關雎(관저) 물수리

 

關關雎鳩(관관저구)           구욱구욱 물수리는

在河之洲(재하지주)           강섬에서 울고

窈窕淑女(요조숙녀)           아리따운 아가씨는

君子好逑(군자호구)           사나이의 좋은 짝

 

參差荇菜(참치행채)           올망졸망 마름풀을

左右流之(좌우류지)           이리저리 찾고

窈窕淑女(요조숙녀)           아리따운 아가씨를

寤寐求之(오매구지)           자나 깨나 그린다.

求之不得(구지부득)           그리워도 만나지 못해

寤寐思服(오매사복)           자나 깨나 이 생각

悠哉悠哉(유재유재)           아아, 끝없는 그리움에

輾轉反側(전전반측)           이리 뒤척 저리 뒤척

 

參差荇菜(참치행채)           올망졸망 마름풀을

左右采之(좌우채지)           이리저리 캐고

窈窕淑女(요조숙녀)           아리따운 아가씨를

琴瑟友之(금슬우지)           거문고를 타며 친한다.

參差荇菜(참치행채)           올망졸망 마름풀을

左右芼之(좌우모지)           이리저리 고르고

窈窕淑女(요조숙녀)           아리따운 아가씨를

鐘鼓樂之(종고락지)           종 치고 북 치며 즐긴다.

 

  출처 : 정상홍 옮김, 시경, (주) 을유문화사. 2014, 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