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 터기 2021. 9. 20. 00:10

 

 

 

 

 

아무도 줍지 않는 알밤

 

   요즈음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다 보면 굵은 알밤이 많이 떨어져 있다. 아무도 줍지 않는 밤,

   말밤 열매다. 원래 명칭은 칠엽수인데 마로니에나무라고도 한다. 가끔 쓰는 말밤나무라는 명칭은 열매의 영어 이름이 말밤이란 뜻이란다. 원산지가 페르시아라고 하는데 말이 숨이 차서 헐떡일 때 치료약으로 쓰였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란다.

 

   이 나무를 집사람은 너도밤나무라고 우긴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너도밤나무는 다른 나무라는 걸 몇 년 전에야 알게 되었다. 나도 밤나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목 조목 이야기를 해도 아직도 미심쩍어 하는 눈치다.

   네이버 지식백과를 찾아보니 밤나무와 너도 밤나무는 참나무목 참나무과인데, 나도 밤나무와 칠엽수는 무환자 나무목이다. 나도 밤나무는 나도 밤나무과, 칠엽수는 칠엽수과로 서로 서로 사촌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도 헷갈리는 이유는 오로지 이름 때문이 아닐까?

 

   ‘마로니에라는 나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노래 가사에서였다. 박건님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이라는 노래로 고등학교 다닐 때 많이 불렀던 노래였다. 내가 처음 서울로 올라온 70년대에는 옛 서울공대가 있던 혜화동 서울대학병원앞쪽으로 마로니에 가로수가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지금도 마로니에 공원이 있고 마로니에도 남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가끔 그 길을 걸어가면서 이 노래를 불렀었다.

 

   지금도 음정 박자 틀리지 않고 부를 수 있고, 고등학생일 때 즐겨 부르던 노래를 적어 본다.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박건

 

~루 루루 루루루 루루 루루 루루루루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눈물 속에 봄비가 흘러내리듯

임자 잃은 술잔에 어리는 그 얼굴

~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 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

~루루루 루루루 루루루루 루루루 루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듯이

덧없이 사라진 다정한 그 목소리

~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 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

~루루루 루루루 루루루루 루루루 루루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첫 도입부의 휘파람 소리가 그렇게 멋져서 폼 잡고 불렀던 기억이 새롭다.

 

   칠엽수는 나무 잎이 손바닥을 펼쳐 놓은 것처럼 일곱 개의 잎이 있다. 그래서 칠엽수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칠엽수 나무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유럽이 원산지인 유럽 칠엽수이고, 하나는 일본이 원산지인 일본 칠엽수이다. 두 나무가 원산지는 달라도 잎과 열매가 아주 비슷하다. 얼른 보기에는 구별이 안 될 정도이다. 열매의 경우 유럽칠엽수는 뿔 같은 돌기가 있는 반면 일본칠엽수는 거의 흔적만 남았다. 더 중요한 것은 유럽 칠엽수의 열매는 독성이 있어서 먹을 수 없으나 일본 칠엽수 열매는 식용이 가능하다.

 

   칠엽수 꽃은 5~6월에 피는데 멀리서 보면 브라보콘 아이스크림 같이 생겼다. (제 생각입니다.) 꽃이 한 창 많이 피었을 때 거실에서 내려다보면 크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느낌이 든다. 또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면 붉은 색의 꽃잎과 길게 늘어진 꽃술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게 한다.

 

   요즈음 아파트의 산책길을 걷다보면 칠엽수의 열매가 떨어져서 알밤처럼 굴러다닌다. 알밤처럼 생긴 말밤 열매를 손자가 주워서 입에 넣으려고 한다. 먹는 거 아니라고 하니 집어던지면서 놀기도 한다. 다시 봐도 정말 밤을 많이 닮았다. 그러니 도시에서 자란 큰 며느리가 아버님 이거 알밤 아니예요?” 하고 물어본다. 자세하게 설명하니 저는 너무 비슷해서 알밤인줄 알았어요. 알밤 나무는 많이 달라요?” 한다. 하긴 도시에서 자랐으니 밤나무를 정확히 기억하기도 쉽지 않으리라.

 

   칠엽수 열매를 보면서 내 자신을 돌아본다. 무슨 작가나 된 것처럼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책을 보거나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나도 밤나무라고 우기는 것 같다.

내 속마음을 틀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 거린다.

 

 

 

 

오래된 아파트라 아름드리 나무들이 많다. 관심있게 둘러보니 칠엽수 나무도 굉장히 많다. 

우리 아파트에는 일본 칠엽수는 없고, 전부 유럽칠엽수이다. 

 

 

 

 

잎의 수가 대부분 7개인데 자료에 찾아보니 5~7개 라고 한다. 

 

 

 

 

껍질이 까지지 않은 상태에서 떨어지는데 며칠 지나고 나면 세쪽으로 갈라져서 속에서 말밤이 나온다. 

 

 

 

 

몇 개 주워서 까보기도 하고, 이미 벌어진 말밤을 줍기도 했다. 가운데 우측에 있는 것은 특이하게 말밤이 두개 들어있다. 

이것도 밤처럼 두개가 들어 있는게 있다는게 신기하다. 

 

 

 

 

전부 유럽칠엽수 이므로 열매를 절대 먹으면 안된다.  다람쥐도 독이 있는 건 절대 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