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박완서, 『쑥스러운 고백(산문집 1)』, 문학동네, 2015

그루 터기 2021. 10. 5. 08:37

박완서, <쑥스러운 고백(산문집 1)>, 문학동네, 2015

 

자기를 위한 것을 아끼고 줄이고 분수에 맞게 하는 것은 검소하지만 남을 위해서 써야 할 것을 너무 아끼고 한 푼에 치를 떨고 하는 것은 인색하다고 할 수 있다. 자기에게는 박하되 남에게는 후하십시오.

 

재벌이나 부자가 되고 싶지만 사실은 그게 잘 안 돼서 보통으로 살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름에 대한 기억이 유난스러우리만치 모자란다. 간혹 기억을 한다고 해도 얼굴 따로, 이름 따로, 어떤 사건에 결부된 이름이면 사건 따로 이름 따로 이렇게 따로따로 기억하고 있었으니 기억을 하나 마나다.

 

지독한 부자와 지독한 가난에 대해서 똑 같은 혐오감과 공포감마저 느낀다.

눈가에 나이테를 남기고 올해는 갈 것이고, 올해의 괴로움은 잊힐 것이다.

 

맥주란 편리한 것이어서 아내가 마시면 술이 됐다가 딸들이 마시면 청량음료가 됐다가 한다. 어쩌면 편리한 건 맥주가 아니라 그의 여자에 대한 편견인지 모르겠다. 자기 아내는 과거의 편견 속에 가두어 두고 싶지만 딸들만은 자유롭게 길러 우리 아빠 최고란 소리를 듣고 싶은 모양이다

 

시어머니

내 남편을 길러주었고, 내 자식을 같이 사랑하고, 같이 병상을 보살피고, 같이 재롱에 웃던 분의 쓸쓸한 노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저 한 가닥 연민뿐이니 그것 또한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