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산문집 8, 『한길 사람 속』, 문학동네, 2018
박완서산문집 8, <한길 사람 속>, 문학동네, 2018
다리가 무너지는 불행도 내가 당하면 죽어서 세상모를 테고, 남이 당하면 우선 내가 안 당한 걸 다행스러워하고 나서야 메스컴에서 야단법석을 치다가 슬그머니 잊어버릴 것이다.
무너지지 않는 시골 흙다리와 무너진 행주대교를 선거철 후보자들이 무너질 말의 잔치를 빗대어 한탄한 글
마음이 착하고 부드러운 친지가 내 곁에 아무리 많아도 내 마음이 굳게 닫혔으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올해는 내 집에 창을 내었으니 내년에는 내 마음에도 창을 내어야겠다. 어떤 나이도 행복해지기에 늦은 나이는 없으리라.
사랑의 능력 중에 가장 중효 한 것은 서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게 빠진 사랑은 욕심이나 이기지 사랑이랄 게 없다.
시어머니가 오셨을 때 더운밥 짓고 고기 반찬을 대접해 용돈 드려 보내드려도 친정어머니가 오셨을 때는 먹던 밥에 숟가락 하나 꽂아 내 놓고 택시값으로 오천원쯤 드릴까 말까 하다가 못 드리고 속상하다는 이야기는 아직 라디오 여성프로의 단골 메뉴다.
먹는 것을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는 재미인 이상 그것을 희생시키는 건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신 건강을 위해서 하루 두 번 정도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인간의 운명 중에서 가장 확실하고 평등한 것은 죽음밖에 없다.
요즈음 애들이 맞고 들어오면 야단맞고, 때리고 들어오면 신통해 한다. 용기와 폭력을 분별하도록 가르치기 전에 무조건 난폭하도록 부추긴다. 그렇게 기른 아들이 어떤 형태로든 부모에게 가해자가 되지 말란 법이었을 것이다.
혹시 결혼식에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진정한 결혼식의 의미는 어디로 간 것일까?)
독서가 아니라 활자 중독증 같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