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9
한수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9
내 나이쯤 되면 다들 지금껏 너무 무리하며 살아왔다는 걸 깨닫게 된다. 20대나 30대는 무리할 수밖에 없는 나이였다. 다시 말하면 자기 한계를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내게는 그 시절만큼의 에너지나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그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내 한계가 명확히 보인다. 어떻게든 가진 것들을 잘 굴려 살아나가야 한다. 나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애쓸 일은 없다. (중략)
마음에서 일 걱정을 몰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정해진 시간 동안만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시간 외에는 절대로 일하지 않는다. 일하는 시간 외에는 할 수 있는 한 멍청하게, 미련하게 보낸다. 아무리 일을 더하고 싶어도 하지 않는다. (중략)
쓸데없이 애쓰지 않는다. 내 한계를 받아들인다. 내 페이스를 유지한다. 뭐든 천천히, 꾸준히 해 나간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옮기면 어려울 것은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아빠는 재능도 있고 끈기도 있는 남자였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야심과 배짱과 타산이 부족했다.
20대와 30대의 겨울 대부분을 스웨터를 입지 않고 보냈다. 스웨터를 입지 않던 시절, 나에게 겨울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추운 계절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옷을 제대로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옷을 사 입는 것 보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옷을 사는 것은 아까워하고, 먹는 것은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 그루터기)
행복한 부부 생활의 열쇠는 기대를 버리는 것이다. 상대를 버스에서 만난 아저씨나 아줌마 정도로만 생각하는 정도면 적당하다. -기타노 다케시
<걷는 남자> 3년 동안 걷기 훈련을 하는 어떤 남자의 이야기 - 응원하는 마음이 다 똑 같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내 인생뿐이다. 그런 내가 어떻게 남의 인생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떠들 수 있다는 말인가? 언제나 술자리에서의 추태를 떠올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 이제는 나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되어서가 아닐까>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오래전의 나는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교토에는 철학의 길이 있다. 오래전 이 도시에 살던 유명한 철학자가 종종 걸으며 생각에 잠기던 길이라고 한다. 포석이 깔린 산책로를 따라 나무들이 울창하고, 돌로 담을 쌓아 만든 아름답고 좁은 수로가 길게 이어진다. 걷다보면 군데군데 교토의 유명한 사찰들이 자리하고 있다.
애초에 그 유명한 철학자도 그 길은 철학의 길이라서 걷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걷다보니 철학의 길이 된 것 뿐이다.
경계 없는 삶을 생각한다. 경계를 짓거나 경계를 넘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지워버리는 삶.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닌 삶.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삶.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삶. 그 세계에서 선과 악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서로의 무게를 맞추며 세계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카페를 좋아한다면 주인보다 손님이 되는 것이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