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홍승표, 『꽃길에 서다』, 한울, 2014

그루 터기 2021. 10. 18. 07:23

홍승표, 꽃길에 서다, 한울, 2014

 

가을은 남자의 계절입니다. 옷깃을 세우고 낙엽 지는 벤치에 앉으면 그가 바로 시인이고, 두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아무 말 없이 낙엽 싸인 길을 걸으면 그가 바로 철학자입니다.

가을날 불록의 세대는 잘 여문 곡식처럼 넉넉함을 만끽하고, 지천명의 세대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냅니다.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삶을 달관한 이순의 세대는 세상을 관조하며 달 빛 같은 마음으로 지내리라 생각됩니다.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 : 자식이 봉양하려 하지만 어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육남매는 공부를 제법 잘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그것이 자랑거리인데 우리 부모님은 그것이 걱정거리였습니다. 공부를 잘하니 학교에 안보내기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신 겁니다. 우리 부모님은 공부 잘하는 자식들 때문에 남보다 더 고생을 하셨습니다. 자식들이 공부를 잘하니 땅을 팔아서라도 공부를 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문득 나는 누군가라는 화두를 던져 봅니다. 분명 제 삶에도 보이지 않는 경연이 벌어지고 있고, 당연히 평가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광석이 서고 싶다던 라이브 무대는 오늘을 살아가는 제 삶의 매 순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나이 65세에 시작한 글쓰기 공부, 시간아 오지도 가지도 마라. 나는 배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마음이 바쁜데 세월마저 쫓아오면 내 마음 어쩌라고, 나는 학생이라 공부할 게 많다. 시간아 멈추어다오.

 

어르신들의 삶은 질곡의 역사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암울했던 일제 치하에 태어나 모진 학대를 받으며 살았고 피비린내 나는 참혹했던 6,25 전쟁을 겪어내야만 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폐허 속에서 허기진 배를 움켜쥔 채 허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잘 살아 보겠다는 일념으로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내려놓는다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막내이던 우리 둘은 톱질하는 수준으로 술을 주고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