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스님. 『스스로를 달빛 삼다』 한겨레출판사. 2017
원철스님. 『스스로를 달빛 삼다』 한겨레출판사. 2017
작품 소개
이 책에는 도시와 산속을 오가는 수행자로서의 일상과 경전 및 선어록에 대한 탐구, 그리고 자연의 이치와 공간에 대한 깊은 사색이 담겨 있다. ‘깨어 있는 마음’ ‘조화로운 삶’ ‘삶의 이면’을 바라보는 스님의 시선과 담박한 무심의 언어는, 진정한 삶의 가치와 자기 성찰, 그리고 반짝이는 깨우침을 함께 전하며 현대인의 꽉 막힌 가슴의 문을 조용히 두드린다.
지혜의 광명으로 온 세상을 밝히고, 비 개인 뒤 하늘의 달처럼 맑고 밝은 모습으로, 스스로 경계하고 깨우치며 살아가라.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동쪽 봉우리는 만월산(滿月山)이라고 부른다. 만월은 모양만 호떡마냥 둥근 보름달은 아니었다. 갈 길을 잃어버린 사람이건 제 길대로 찾아가고 있는 사람이건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골고루 그 빛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었다.”
“지혜의 광명으로 온 세상을 밝히기 위해 수행승들은 ‘만월선원’이란 현판을 달았다.”
“서쪽 달을 전송하는 위치에는 제월당(霽月堂)이 자리한다. 제월은 비 개인 뒤 하늘의 달처럼 맑고 밝은 모습을 말한다.”
'고반(考槃)'
"황량한 땅에 살면서도 나름의 즐거움을 찾았으니 이는 대인의 머뭄 이로다.
홀로 자고 깨어나고 눕는 이 즐거움을 절대로 주변에 알려주지 않으리라."
산이 높지 않아도 인물이 있으면 명산이다. 물이 깊지 않아도 용이 살면 명천이다.
누추한 공간이지만 덕의 향기가 가득하면 좋은 집이라고 했다.
은퇴 후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백운 이규보처럼 마지막까지 관직에 한 다리를 걸쳐 놓고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고민 없는 은퇴길일 것이다. 교사 부부처럼 요리를 배우는 방법으로 전혀 다른 길을 찾는 것도 나름 방법이다. 출가를 꿈꾸는 사람도 있다. 인생 후반기에 어떤 방식의 삶을 선택할 것인가?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가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실감한 하루다.
진리가 있다면 그 건 모두와 나누어야 한다. 그걸 듣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도리가 아니다.
문수봉에서 해맞이를 했다. 예전에는 첫 일출을 향해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한 해의 소원을 빌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일출을 찍으려고 두 손을 바닷게 두 발가락처럼 모은다. 핸드폰의 대중화가 일출 풍속까지 변화시킨 것이다. 일출도 찍었지만 일출 산행객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기도하는 새로운 모습도 함께 찍었다. 합장은 합장인데 두 손바닥이 닿는 것이 아니라 양손의 두 손가락을 스마트폰이 이어 주고 있다. 태양신 혹은 일광(日光)보살을 찬탄하는 방식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인가 보다. 너나 할 것 없이 덕담과 함께 일출 사진을 보내며 새해 인사에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