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봉, 『첫마음』, 샘터, 2021
정채봉, 『첫마음』, 샘터, 2021
‘성인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 용어를 만들어 냈으며 한국 동화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동화집 《물에서 나
온 새》가 독일에서, 《오세암》은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마해송, 이원수로 이어지는 아동 문학의
전통을 잇는 인물로 평가받으며 모교인 동국대, 문학아카데미, 조선일보 신춘문예 심사 등을 통해 숱한 후학을 길러 온 교육자이기도 했다.
동화 작가,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 동국대 국문과 겸임 교수로 열정적인 활동을 하던 1998년 말에 간암이 발병했다. 죽음의 길에 섰던 그는 투병 중에도 손에서 글을 놓지 않았으며 그가 겪은 고통, 삶에 대한 의지, 자기 성찰을 담은 에세이집 《눈을 감고 보는 길》을 펴냈고, 환경 문제를 다룬 동화집 《푸른수평선은 왜 멀어지는가》, 첫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를 펴내며 마지막 문학혼을 불살랐다. 평생 소년의 마음을 잃지 않고 맑게 살았던 정채봉은 2001년 1월, 동화처럼 눈 내리는 날 짧은 생을 마감했다
먼데를 바로 보면 먼 하늘과 수평선과 산봉우리가 보이는데 코앞을 바라보면 발부리 앞의 돌멩이와 잡초만 보인다.
언제부턴가 나는 보이는 것만 보인다. 카메라 렌즈와 다를 바 없는 무감각한 이눈.
인간에게는 ‘나’가 셋이다. 내가 아는 나, 남이 아는 나. 나도 남도 모르는 나가 있다 -김수환 추기경
하늘이 내릴 복을 다 받지 말라.
인생의 시간은 자기 나이의 2배를 곱한 속도로 달려간다.
가족과 사업을 위해 평생 열심히 산 말기암 환자가 참 바보처럼 살았다고 한다. 다른 것에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나 자신한테는 너무 인색했다고...
구름이 가리면 해를 보지 못하듯이 마음을 보려면 가려진 망상을 걷어야 한다. - 성철스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지난 초겨울에 만나고 여름이 막 시작되는 이제 만났으니 그와 나 사이에는 봄 한 철이 빠져나가고 없는 것입니다.
하나 뿐인 우리 목숨에는 연습용이 없다.
운전- 처음 차에 오르던 나의 가슴 두근거림, 그 긴장과 환희 속에서의 기도를 되새기라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어린 환자가 요즈음 잠을 자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가 깨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잠을 잘 수가 없어요. 혹시 눈을 감고 자다가 다음날 아침에 눈이 안 떨어질까봐 겁이나 잠을 잘 수 없어요’
이렇게 생은 간절하다.
또 한 생명이 태어나는 지금, 지금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요? 눈을 부릅뜨고 깨어나는 지금이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그리움은 오늘의 것이지, 어제의 나머지가 아니다. 내일로 넘겨질 몫이란 아예 없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하라.
우리는 정거장에서 기다리던 사람을 맞이하기도 하고 아쉬운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정거장은 눈에 보이는 정거장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거장을 통해 오기도하고, 떠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정거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현재 당신 가슴속에 있다.
시아버지 모기가 며느리 모기에게 해질 녘 외출을 하면서 “예야 내 저녁은 준비하지마라” 며느리 모기가 “왜요” “마음씨 좋은 사람 만나면 잘 얻어 먹을거고, 모진 놈 만나면 맞아 죽을 테이 저녁일랑 짖지 말아라”
사람들이 최소한 자신의 생일에 남의 생명을 빼앗은 고기는 먹지 말았으면 한다. - 법정스님
장기려 박사님 이야기 - 혹시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 겠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효시인 청십자 의료보험을 만드신 분?
제비꽃은 제비꽃으로 만족하되 민들레꽃을 부러워하지도 닮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어디 손톱만 한 냉이꽃이 함박꽃이 크다고 기죽어서 피지 않는 일이 있는가?
사람이 각기 품성대로 자기 능력을 피우며 사는 것, 이것도 한 송이의 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작가는 소리 없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들꽃은 다른 잡풀에 치이면서도 절대 비굴하지 않으며 절대 제 얼굴을 잃지 않고 있지 않는가?
헹궈주는 맑은 것들
코를 헹궈주는 향기
귀를 헹궈주는 파도 소리, 바람소리
갈대
강변에고 언덕에고, 심지어 버려진 돌무덤 가에도 새하얗게 피어서 흔들리고 있다.
향기가 없어서 목을 더 빼어든 것일까?
모딜리아니의 캔버스 여인네처럼 한껏 목을 올리고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나 하고 있는 갈대는 우수의 표정,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갈대는 애가 타지 않는다. 눈물을 참아 내고 참아 내서 마침내 저렇게 새하얗게 토해 버린 것이다.
이제 갈대는 빈 대궁만으로 서서 아주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면서 가는 이는 가라하고 남는 이는 남자한다.
떠나 버린 슬픔에 초승달 빛 속에서 야윌망정 한 점 기미도 끼지 않는 얼굴,
담 없는 어느 산사의 호롱불 빛 머금은 문창호에 어리던 긴 그림자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