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이은경, 『오후의 글쓰기』, 넥서스, 2021

그루 터기 2021. 11. 13. 05:24

이은경, 오후의 글쓰기, 넥서스, 2021

 

글쓰기 책을 꽤 여러 권 읽다보니 여러 부류의 책을 만나게 된다. 어떤 책은 정말 내가 원하던 핵심을 알려주는 것도 있고 어떤 책은 전혀 방향이 다른 책도 있다. 책을 고를 때 제목만 보고 고르다보니 그런 현상이 생긴다. 그래도 이 책은 자기 개발서인 듯 수필인 듯,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이은경 작가는 5년간 매일 글을 쓰고, 이미 12권의 책을 집필한 분이시라 기대가 된다. 매일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역시 작가이시다. 나는 매일 책은 읽을 수 있는데 매일 새로운 글을 쓰는 건 아직 익숙지 않다. 억지로 짧은 글이라도 써 올릴 수 있겠지만 아직은 게으른 탓에 매일 쓴 독서 메모를 올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이 책의 글쓰기 노하우를 읽고 새롭게 내일부터라도 글쓰기에 도전을 해야겠다.

 

읽고 나서

딱딱한 자기개발서라기보다 술술 읽히는 책이다. 중간쯤 읽었을 때 뒤돌아보니 딱 한마디 매일 쓰자는 말이다. 그렇다 나는 매일 쓰지 못했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잘 쓰기보다. 매일 쓰기가 제일 중요하다. 딱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이 책이 오랫동안 대출중이라 기다려서 빌렸는데 그 원인을 이제야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읽은 글쓰기 책 중 다시 읽어보고 싶은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은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 이윤영, 가나출판사 이다. 이 순서는 순전히 저의 개인 기준이다. 즉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매일 쓰자는 말만 있는 책은 아니다 중간을 넘어가면서는 매일 쓰기에 이어 책을 많이 읽기(이건 지금 내가 하고 있다)와 베껴쓰기(이건 시작은 했는데 쉽지 않다. 책을 많이 읽고 싶어 절대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다른 책에서도 꼭 나오는 메모나 퇴고에 관한 이야기다. 다 알고 있지만 실천이 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독려하는 내용이 맘에 든다.

 

 

 

 

그냥 씁시다. 아무도 내 글을 기다리지 않을 테고, 아무도 내 글을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씁시다.

 

일단 쓰기를 시작하면서 글쓰기 비법들을 하나씩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쓰지 않는 이에게 잘 쓰는 비법은 필요 없습니다. 이제 막 두 손과 발로 바닥을 기어 다니기 시작한 아이에게 신상 나이키 조던 에어 맥스 농구화가 필요치 않은 것처럼 말이죠. 내일 말고 오늘부터 쓰세요. 쓰기 시작했다면 제가 이 책을 통해서 아려드릴 글쓰기의 비법들이 여러분을 도울 겁니다.

 

매일 글쓰는 게 어렵습니다. 소설가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질문을 받은 김영하 작가는 소설가가 되지 말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쓰지 말라는데 우리는 굳이 쓰려고 합니다. 안 써도 된다는 걸 알면서도, 글쓰기에는 자꾸 묵직한게 마음이 기웁니다. 쓰라고 시킨 사람도 없는데,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떠올라 찝찝하게 합니다.

(딱 지금의 제 마음입니다. 그러나 극복해야겠지요)

 

돈 때문에 시작했지만 돈 때문에 지속하는 건 아닌 저의 글쓰기. 그토록 바라던 돈이 아니라면 무엇이 저를 계속 쓰는 사람으로 만들었을까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하는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게 된 날, 더욱 정확히는 별일 없이 그럭저럭 살아왔던 내가 정식으로 장애아의 엄마가 되던 날의 늦은 저녁. 저를 위로한 건 글이었습니다.

 

제대로 쓰고 싶었습니다. 잘 쓸 수 없다면 열심히라도 쓰고 싶었고, 빼어나지 않아도 성실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글이라는 줄을 붙잡고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고 싶었습니다. 순전히 내가 쓰고 싶어서, 굳이 습관을 만들고 목표를 세우고 마감을 정하는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 읽을 것을 염두에 둔 글을 썼지만 결국 본질적으로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면 주변에서 퍽 놀라며 관심 보일까 봐 부담스럽겠지만, 하등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아 그래, 하고는 어제 본 드라마와 다음 달에 진행해야 할 프로젝트, 오늘 저녁에 뭘 먹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거예요. 저도 그렇습니다만, 어차피 우리는 남 일에 크게 관심 없잖아요. 남이야 글을 쓰든 춤을 추든 그것까지 신경 쓰면서 살 여력이 없잖아요.

 

난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살아왔던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 박완서

마흔에 등단한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이 박혜경 평론가에게 건넨 말입니다. () 지금껏 쓰지 않고 살아온 모든 시간은 결국 쓰기 시작하는 지금부터의 삶을 위한 준비 운동이며 반죽을 숙성하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6학년 우리 반 아이에게 발로 차였을 때, 근무하던 학교에서 선생님들 사이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당했을 때, 나처럼 친구 없이 외로워하는 아들을 위로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던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이 속상한 일들이 글이 되고 책이 되어 누군가를 위로하게 될 줄을 말이죠. 그리고 그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매일 쓰는 사람이 되게 해줄 거라는 걸 말이죠.

 

지금껏 살아온 인생에 대해 담담하게 푸러내는에세이의 저자가 된다면, 내 책에 꼭 담고 싶은 나만의 경험은 무엇인가요?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교훈을 줄 수 있든 없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불안하고 막막하지만 일단 쓰는 겁니다. 일단은 막 쓰세요. 잘 쓰지 말고 막 쓰세요. 쓰기로 한 분량을 채우는 걸 목표로 하세요. 엉뚱한 말을 갖다 붙이고 했던 말을 반복하더라도 좋으니 완성하세요. 잘 쓰는 건 그 다음의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일단 쓰는 것’. 분량에 맞추어 놓은 글을 다시 읽어보며 잘 쓴 글로 변화시키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글을 쓰고 싶지만 책을 쓰고 싶지만 실패하는 이유는 단 하나, 초고를 완성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가 다이어트처럼 실패하지 않는 이유는 요요입니다. 다이어트는 살짝만 방심해도 훌쩍 원래 체중으로 복구되거나 더 찌기도 하면서 사람을 아주 약 오르게 만드는데 글은 아무리 방심해도 절대 예전으로 돌아가거나 더 나빠지지 않습니다. 성장만 있고 후퇴는 없어요.

 

내 글을 다른 이의 글과 비교할 필요가 없어요. 쓰기만 하면 잘 쓰게 될 것이고, 아직 쓰지 않았을 뿐이고, 지금부터 열심히 쓸 예정이고, 그렇다면 반드시 좋아질 거니까요. 어제의 글, 지난달의 글, 작년의 글과 마음껏 비교하세요.

 

세시간의 법칙

내 책의 주제를 무엇으로 잡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세 시간을 생각하면 된답니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적어도 세 시간 동안 쉼 없이 풀어낼 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그게 내 첫 책의 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 누구나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이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나의 경험은 오직 나만의 것입니다. 더 거창하고 대단한 성과를 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하지 마세요. 내가 겪은 경험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내가 전문가입니다.

 

글을 쓰는 것과 공개하는 것까지는 철저히 내 선택입니다. 그러나 공개 이후의 글은 오롯이 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단단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언제나 내 글에 대한 혹평을 만날 서을 감수하고 글쓰기를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내 글은 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니기도 하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어떤 내용의 글이든 쓴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를 매우 불편하게 할 수도 있음을 배웠습니다.

 

말은 하고 나면 사라져버리지만 글은 남는다는 점이 장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실컷 욕하고 퍼부으며 위로받되, 뒤처리가 깔끔해야 해요.(중략) 어머니께 죄가 있다면 아들을 아낀 죄, 아들을 아끼는 마음에 속상해서 마음껏 토해낸 수작을 완벽하게 숨기지 못한 죄가 있겠네요. 자나 깨나 조심하십쇼.

 

그냥 틈틈이 좀 썼어, 하고 무심한 척 놀라게 해줄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어른 개구리들의 비밀스럽고 은밀한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한 편집자가 이렇게 물어온 적이 있다. “매일 글 쓰시나요?”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글을 쓴다. - 니컬슨 베이커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했다면 노력의 힘으로 은수저를 꿈꾼다면, 방법은 단 하나. 매일 쓰는 습관입니다.

 

잘 쓰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잘 쓰고 못 쓰고에 신경 쓰지 마세요. 잘 쓰려고 노력하는 순간 힘이 들어가고, 며칠 못 가 그만 두게 됩니다. 무언가 글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에 뿌듯함을 느끼세요.

 

글쓰기를 그냥 일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글쓰기를 그냥 출근해서 일한다고 생각해 보자. 매일 아침 하루 두 시간씩만 일하러 가자.)

 

오늘은 영감이 오지 않아서 반찬통을 냉장고에 넣지 못하겠어, 설거지도 오늘은 불가능해라며 어제까지 매일 하던 일을 할 수 없다고 버티는 날은 없습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쌓아둔 그릇을 영감이 떠오른 어느 날 한꺼번에 다 닦아도 괜찮은 걸까요?

 

쓰고 싶지 않을 때고 글을 써라. 쓰고 있는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별로인 글만 쓰게 될 때도. - 애거사 크리스티

 

누구도 시키거나 기다린 적이 없는 자발적 글쓰기를 시작한 어른이라면 글을 쓰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만큼 다른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를 결정해야 합니다. 언제나 어떤 결정에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답니다. 글 쓰는 일상을 위해 포기한 것도 있지만 지금이 아니면 결코 갖지 못했을 글과 책을 얻었습니다.

 

설거지를 미루고 글을 쓰면 글이 남고, 설거지도 언젠가는 끝나게 마련입니다. 설거지하느라 글을 못 쓰면, 설거지는 했지만 글은 남지 않습니다. 이 원칙을 지속하기 위해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글쓰기가 아닌 다른 핑계로 일상에서 할 일을 미루지 말자는 겁니다.

 

갑자기 몸이 아프면 안 했을 것이 분명한 일과 하나를 골라 그거 하나만 다음으로 미루고 그 시간에 글을 쓰면 좋겠어요. 그 일은 내일이 됐든 모래가 됐든 기회가 닿을 때 또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바꾼 덕분에 오늘의 글이 남을 겁니다. 무작정 미루면 안 되고, 미룬 대신 글을 한 편 쓰자는 말입니다.

 

영감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지 마세요. 영감이 내 책상에 와 기다리고 있지 않아도 노트북을 켜고, 다이어리를 펼쳐야 합니다. 영감과 상관없이 오늘의 계획한 시간과 분량만큼 그저 쓰는 것입니다. 도저히 오지 않던 영감님이, 쓰기를 시작하는 때에 오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건 우리가 몽둥이를 들고 적극적으로 영감님을 찾아 나선 덕분이에요.

 

신속하게 쓰세요. 옆에서 내 모습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저 사람은 지금 엄청난 영감이 떠올랐군.’ 착각할 만큼 신속하게 손을 움직여 보세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중요한 것은 정말 엉망진창인 초안을 써보도록 자신에게 허락하는 것이에요. 정말 엉망인 초안을 써보면 두 번째 안은 더 좋아지고, 세 번째는 더 훌륭한 작품이나올 확률이 높아지죠. - 엔 라모트

 

작가의 벽이란 말을 들어 보셨나요?

내가 느꼈던 막막한 심정 도저히 더 쓰지 못할 것 같은 절망스러운 느낌. 하루 이틀이 아니라 제법 오래 지속되는 긴 시간의 한 자도 더 이상 쓰지 못할 것 같은 무력감

그런 벽을 몇 번씩 넘다보면 독감주사를 맞듯 쉽게 넘어 갑니다. 세상에 책 한 권을 써낸 저자는 무수히 많다고 하죠. 그런데 이후의 책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출간 이후 만난 작가의벽 앞에 쉽게 무너지고 만다는 의미입니다. 그들도 그런데. 우리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그저 매일 한 줄이라도 쓰며 근근이 버텨보는 거지요.

 

오후의 글쓰기란 글을 반드시 오후에 쓰라는 게 아니고, 덜 치열하고 힘이 덜 들어간 오후의 적당히 힘 빠진 느낌의 글쓰기를 지속하라는 의미를 담은 제목입니다.

 

아침 시간 글쓰기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어느 정도 안정되고 조용한 시간과 공간이 확보되어야 비로소 글이 나오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침 시간은 그래서 매력적입니다.

- 30분 먼저 일어나세요.

- 글을 쓸 수 있는 상태 유지하기 (건강 등)

 

빚이 많던 시절,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연기가 나왔었다는 배우 윤여정 씨의 말이 생각납니다. 저는 여전히 빚이 많아서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 글이 참 좋습니다. (절실해야 한다는 뜻이죠?)

 

여러분 야망은 무엇입니까?

 

그때 제가 어쩔 수 없이 집어 들었던 것이 책이 아니라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이 었다면 지금의 저는 다른 사람이 되었을 거예요.

읽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거예요. 읽지 않았다면 쓸 수 없었을 거예요

 

어떤 책을 읽을 때 즐거운지를 알아야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이 술술 읽히는지 알아야 술술 읽히는 글을 쓸 수 있고요.

 

그저 지금, 뭐든 읽고 있으면 잘하는 겁니다. 읽으면 쓰게 되고, 더 읽으면 잘 쓰게 되거든요.

대 놓고 흉내 내세요.

 

베껴 쓰세요.

누군가의 글을 베껴 쓰기라도 쓰기 시작하면 오래 기다리지 않아 내 생각이 담긴 글이 따라 나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읽다보면 쓰게 되고, 베껴 쓰다 보면 내 글을 쓰게 됩니다.

 

소재, 주제, 장르 모두 상관없으니 뭐라도 펼쳐놓고 베껴 쓰기를 시작해 보세요. 문장은 이렇게 시작하고 마치는 거구나, 이런 단어를 썼네, 와 이표현은 마음에 들어,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언젠가 내 글에 자연스럽게 녹아날 때를 기다리는 겁니다.

 

베껴 쓰기는 의도하지 않은 느리게 읽기입니다. () 그것 만으로도 느리게 음미하며 정독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소설이나 에세이는 문장의 힘이 글 전체를 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섬세하고 힘이 있는 문장의 비율이 높습니다.

누가 누구의 글을 닮고 싶어 앴던 건지보다 중요한 건, 내가 닮고 싶은 바로 그 문체와 호흡을 최대한 흉내 내어 나만의 호흡을 완성해 내는 일입니다.

 

말하듯이 써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 듯

 

책을 처음 만들 때 책제목을 제일 먼저 만드는게 아니다. (제일 나중에 만든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대상 독자를 정하는 일이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지만 어떻게 습관을 만들어야 할지,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지 방법을 몰라 미루고 있는 3,40대 성인

대상 독자가 끝내주게 확실해야 한다.

 

글을 쓰기 전에는 항상 내 앞에 마주 앉은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라고 상상하라. 그리고 그 사람이 지루해서 자리를 뜨지 않도록 하라. - 제임스 페터슨

 

뭘 쓸지 고민하느라 10분이 훌쩍 지나는 중이라면 글 대신 사람을 떠올리세요. 책 말고 커피와 돈가스를 떠올리세요. 내 이야기를 조금 더 툭, 털어놓게 되는 내 편에 가까운 한 사람을 떠올리며 그와 나누던 메뉴를 떠올리는 게 쉽고 빨라요. 내일 커피 타임에는 어떤 이야기를 할 건가요?

 

그래서 부탁하는데, 조금 더 쉽게 써 주세요. 한번 읽어볼 마음이 들게, 되도록 덜 지루하게,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가 되도록 친절하고 자세하게 말이죠, 글이 나의 지식과 경험을 과시하는 것에 그칠 대, 그 글은 외로워집니다. 쓰고 공유하는 지금의 글들이 이왕이면 독자의 칭찬과 공감으로 시끌벅적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읽기 어려운 글이 쓰기 쉽습니다.

정말 잘 된 글은 아이도 이해할 만큼 쉽고 친절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게 더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렵고 멋진 글이 아니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고급스런 글이기 이전에 명료한 글이다. 뛰어난 글에 앞서 자연스런 글이다. 이 바쁜 세상에 글 한 편 쓰는데 논문이나 작품 쓰듯 몇 날 며칠 진땀을 흘려야 되겠는가? - 임정섭글쓰기 훈련소다산초당

 

괜찮다는 평을 받는 예능 프로그램 후기를 보면 빠지지 않는 댓글 중 하나가 재미, 감동, 교훈을 모두 잡았다.”라는 표현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제 목표가 그렇습니다.

셋중에서 하나라도 잡자는 각오가 최선인데 시작하는 단계라면 셋 중 먼저 재미에 도전해 보았으면 합니다. 감동을 잡자니 글마다 눈물 짜는 신파가 되어버리기 쉽고, 교훈은 잡자니 까딱하다간 교장선생님의 훈화 같은 지루한 글이 되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다는 글 쓰는 법

- 솔직하게

- 내가 읽고 싶은 글

- 부정적인 감정도 좋을 글감이 될 수 있어요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지고 있는, 가져도 괜찮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걸 편안하게 인정하세요. 그리고 지금 내게 있는 부정적인 감정이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와 연결되지는 않을 거라 기대해보세요. 하루를 보내며 말도 못하게 억울하고, 속상하고, 답답하고, 화나는 상황을 만나고 있다면 반가워해도 좋습니다. 그 감정을 토해내듯 후련하게 써버리는 덕분에 오늘도 제법 괜찮은 글을 쓸 가능성이 높아지거든요.

 

부정적인 생각들

후회, 아쉬움, 원망, 분노, 안타까움, 탄식, 혐오, 슬픔, 두려움, 자책, 미움, 고통, 가혹함, 모욕, 무서움, 실망, 고독, 우울, 좌절, 증오, 침통, 허탈, 짜증, 조급, 불안. 분주함, 불안, 혹평,

 

지극히 사소한 일을 쓰세요.

- 가족의 일을 쓰세요.

- 사진을 글로 쓰세요.

 

공무원에서 프리랜서로 변신하는 과정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었어요. 모든 것이 너무 달라졌거든요. 출근 시간 한번 어기지 않던 성실한 담임 교사였던 저는 어느새 종일 로봇처럼 키보드를 두드려 대다가 영문 모르게 혼자 실실 웃고, 그러다 돌변하여 한숨을 푹푹 쉬는 이상한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글감을 도토리 모으듯 모은다.

글감은 도처에 널려 있고, 무료인 것은 확실하지만 모아 두어야 내 것입니다.

 

깨어 있는 내내 단어를 생각하라. 시각예술을 하고 싶다면 색과 디자인에 집중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음악이라면 음조와 리듬에 운동선수라면 속도와 몸 상태에 신경 써야 하는 것과 마찬 가지다. - 자크바전

 

단어 수집 생활

대단하지는 않는데, 평범하지도 않은, 탁월하게 잘 썼다고 하긴 충분치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아닌 것만도 아닌, 글 좀 쓰는 것 같은 우쭐한 느낌이 들게 하는 차이는 단어에서 시작되더라고요.

 

나는 부동산 시장에 관해서는 여전히 문외한이다.

오늘도 나는 부동산 시장의 벽에 기대어 까치발로 기웃거리고 있다.

 

문장 수집 생활

이유미 작가의 문장수집생활

드라마 대사 모우기

뭐든 일단 모아두기 : 영화 대사, 뉴스,

 

아무튼 독자가 간단히 읽고 넘어갈 문장을 쓰면 안 된다는 거죠.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문장으로 만 채울 필요는 없지만, 몇 페이지에 하나쯤은 넣어줘야 해요. 아니면 독자가 좀첢 따라와 주지 않아요. - 무라카미 하루키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라

나에 대한 이야기

비밀을 털어 놓는 용기

 

글은 신비주의보다 솔직주의로 썼을 때 통하는 경우가 많다. 내 마음을 닫아 놓고 상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길 기다리는 것 보다. 마음을 전부 다 털어놓고 상대가 나를 공감해주길 바라는 쪽이 빠르다. - 이하루,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상상출판

 

도움이 되는 글쓰기

: 정보, 위로, 공감, 재미, 지식, 교양, 상식, 웃음, 생각, 명상, 자랑거리 등

- 현실 밀착형 글

- 마음을 움직이는 글

 

작가에게는 세 가지가 꼭 필요하다.

- 유의어 사전, 기본적인 문법책, 현실에 대한 이해 - 마가렛 애트우드

 

제 글이 점점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건 저만의 필살기 덕분이었습니다. 바로 현실에의 밀착입니다.

 

우리 집 구석진 방에 앉아 얼굴을 묻고 고심하며 쓴 글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멀리 있는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고맙고 신기할 따름입니다.

 

내가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 그때가 바로 폭풍 성장이 일어나는 글쓰기의 사춘기입니다.

 

최고의 글쓰기는 고쳐 쓰기이다. 정성 들여 쓴 초고도 다시 읽어보면 어차피 사방이 고칠 곳 투성이라는 걸 절절히 경험하고 나자 슬며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초고를 쓰기 위해 들였던 정성과 시간이 새삼 좀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한 거죠. 어차피 이럴 거면 일단 빠르게 막 쓰자. 막써놓고 잘 고치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중략) 막 쓰고 잘 고치자는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나 봅니다.

 

소리내어 읽어보기

낭낭하게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읽고 내가 들을 수 있을 정도면 됩니다. (중략)저처럼 후회하지 말고 오늘부터 복화술을 시작해 보세요. 우리도 턱턱 걸리지 않는 부드럽고 리듬감 있는 문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쇄해서 읽어보기

내가 쓴 글을 출력한 종이를 손에 들고 읽으면 쓰는 사람이 읽는 사람 즉 독자로 바뀝니다. 모든 글을 인쇄해서 읽어볼 여력이 없을 수 있지만, 잘 쓰고 싶은, 잘 썼다 싶은, 좀 더 욕심나는 글이 있다면 출력을 해 보세요. 누군가가 써 놓은 책을 읽듯 마음을 멀찍이 떨어뜨린 채 3자가 되어 내 글을 읽어보는 겁니다. 분명히 고치고 싶고 잘 쓰고 싶은 곳이 눈에 들어오고야 맙니다.

 

고민될 땐 빼기

불필요한 조사, 중복된 단어. 같은 얘기의 중복

할까 말까 망설이는 말은 하지 마라.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글의 흐름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을 여전히 남겨둔 건 아닌지.

 

내 힘든 사연을 쏟아내는 글을 쓴 것이 아니었고, 그저 책이 되어 누군가에게 읽힐 수 도 있을 만한 것들을 누더기처럼 꿰매느라 애쓴 것뿐인데 그 시간이 쌓여 신기하게도 오랜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약을 끊었고, 제대로 힘내어 살고 싶어졌습니다. 그 시간과 글들이 쌓여 비슷한 처지의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글로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 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