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수, 『광수 광수씨 광수놈』, 랜덤하우스, 2005
박광수, 『광수 광수씨 광수놈』, 랜덤하우스, 2005
오래된 책을 우연히 얻게 되어 읽어본다. 그 유명한 ‘광수 생각’에 얼른 책을 들었다. 사진과 에세이 책은 여러 권 읽었지만 만화와 글을 엮은 책은 처음이다. 만화가 반이라서 금방 읽어버릴 것 같았는데 나머지 반의 글들이 작은 글씨로 빼곡이 적은 글에,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라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박광수 작가의 만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천재적인 솜씨로 그려냈다. 천재들은 어떻게 그렇게 우리들 생각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다른 생각도 그렇지만, 반신욕은 몸에 좋다고 매일 아침 수영장에서 머리에서 발끝까지 오른쪽 반만 담그는 그림 같은 건 누구든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구나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참 무심한 듯 참 새로웠다. 오늘도 무심히 넘어갈 하루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시원한 새벽공기와 더불어 하루를 새롭게 시작한다.
작가 소개
박광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감수성 깊은 언어와 그림으로 담아내는 작가.
누구나의 일상에 깃든 이야기들에서 길어 올린 언어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으며, 지은 책으로 《광수생각》, 《광수 광수씨 광수놈》 등의 만화책과 《참 잘했어요》, 《LOVE》,《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해피엔딩》, 《참 서툰 사람들》 등 다수의 에세이가 있다.
독서 메모
나는 착한 사람이다
나는 부모님께 효도하려 애쓴다.
나는 불우이웃돕기에 앞장선다.
나는 나보다 못 한이라도 그들의 인격을 존중한다.
나는 친구들과 진정한 우정을 나눈다.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다.
나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시간약속을 잘 지킨다.
나는 바보이며, 나는 천재다. 나는 순수하기도 하며, 나는 속물이기도 하다. 나는 착한 사람이며, 나는 나쁜 사람이다. 이게 나다.
날개를 접힌, 그러나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픈 세상 나이로 서른일곱이 되어버린 현재의 나의 모습이다.
아부지의 양복 주머니에서 용도를 알 수 없는 약병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칠십이 되신 아버지는 건강이 건강이 안좋아지지 시작하자. 동네 약국을 돌면서 수면제를 조금씩 사모으셨다. 혹시 당신에게 불행한 일이 생겨 거동이 불편해지면, 당신의 수발을 들어야 할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봐 평안히 세상을 뜨기 위해 준비해 둔 약이었다. 아부지가 자식들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아부지 아들인 나는 하나도 고맙지 않았다. 아부지가 모은 수면제 70알, 그 수면제 70알은 자식의 닭똥 같은 눈물 70방울로 변했다.
내 냄비의 물이 빨리 끓는다고 좋아할 필요 없다. 작은 냄비의 물이 빨리 끓는다.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노란색 병아리 한 마리를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들아, 이 녀석의 이름은 '꿈'이란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서 니가 열심히 돌보지 않으면 죽을 지도 모른단다. 아들아, 잘 키우렴!"
‘그때’란 말이 있습니다. ‘ 그때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으면...’ ‘그때 내가 이렇게 했더라면..’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지금’이 시간이 흐르면 ‘그때’로 바뀌는 것일 뿐입니다. ‘지금’에 충실했다면 후회스런 ‘그때’는 없겠지요.
전 당신의 가슴이 원하는 모든 걸 팝니다. 모든 걸...? 그럼 마음의 평화와 사랑, 지혜와 행복을 주겠니? 죄송하지만, 저는 씨앗만 팔고 열매는 팔지 않습니다.
아부지가 말씀 하신다. “이놈아 밥 남기지 말어! 쌀 한ㅌㄹ이, 농부들 땀 한 방울이다. 남기면 되받는다.(이런 말을 듣고 자랐다.) 아부지! 아부지도 사랑 한 톨 남기지 말고 가세요. 아들과 아쉬움 남지 않게 사랑 한 톨 남기지 마세요. 죄 받아요.
인생은 여행이다. 다만, 다른 점은 편도 여행이라는 것이다. 다시는 출발지로 돌아올 수 없는....
당신이 세상살이의 모든 번뇌를 떨쳐 버리고 단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싶을 땐, 아주 간단히 모든 번뇌를 잊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이 원래 시는 신발보다 한 치수 작은 신발을 신는 겁니다.
친한 친구는 내 옷과 같은 존재입니다. 친한 친구는 오랫동안 입어서. 내 몸에 잘 맞는 편안한 옷 같습니다. 오래된 옷은 나와 같이 보낸 시간만큼이나 낡아 있기에 보기엔 좀 안 좋을지 몰라도 처음 옷을 사서 입었을 때의 깔끄러움이나 어색함이 없습니다.
홍단 석장을 들고도 홍단을 하지 못했다. 고도리 석장을 들고서도 고도리를 하지 못했다. 그제야 화투마저도 삶과 마찬가지로, 내 손에 있다고 모두 내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다 내주고서야 온전한 내 삶입니다.
달팽이는 집을 떠나서야 집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갈매기는 바위가 바닷물에 잠긴 후에야 비로소 그 바위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대부분의 못난 자식들은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부모이 소중함을 알게 되며,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농부도 그제야 울타리의 소중함을 느낀다.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빨리 지나갔고, 나도 청춘이 막 떠난 지금에야 청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어떤 위대한 야구 선수도 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1루, 2루, 3루를 거쳐야 한다.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뜯지도 못한 우유 한통. 마치 고백도 못하고 떠나보낸 내 사랑 같다.
그를 용서하면 용서받은 그만이 평안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용서한 내가 더 평안해졌다. 그렇다. 용서란 짓밟힌 꽃에서 여전히 나오는 향기와 같은 것이다.
작은 물 웅덩이, 너무 작아서 아무 것도 담지 못할 것 같은 작은 웅덩이. 물끄러미 들여다본 물웅덩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하늘, 조각구름, 바람, 나무 그리고 못난 나마저도 담고 있다.
늦은 여름 선풍기마저 사는 게 재미없다고 , 그녀를 못 잊겠다고 고개를 젓는다.
태양이 내리쬐는 길을 가는 나그네에게..., 그늘은 더없는 휴식처지만, 평생을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 그늘은 슬픈 것이다. 팔월, 아버지의 그늘이 너무 짙다.
한 남자가, 성형외과 의사인 장호의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와 말했다...
"실례합니다.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전 요즘 제가 자꾸만 나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말을 들은 장호는 난감해하며 대답했다. "당신은 성형외과 의사인 저를 찾을 게 아니라,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야 할 것 같은... 불이 켜져 있어서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이 인생을 살면서 착각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살면서 하는 그 착각은...
인생 속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의 끄트머리에서 인생을 뒤돌아보면
길은 오직 한 길밖에 없다. 그 한 길은 다름 아닌 자신이 걸어온 그 길이다.
고독이 꼭 나쁜 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은 소중한 걸 깨닫게 했으니깐,
승자에게는 많은 친구가 있고, 패자에게는 좋은 친구가 있다.
친구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림자는 양지를 걸을 때는 언제나 나와 함께 하지만 음지를 걷노라면 어느새 없어지고 만다.
바닷물 백 바가지는 소금 한 바가지, 우리가 먹는 것은 그저 소금이 아니라 땀과 열정이다. 그래서 소금은 짠 맛이다.
해가 말했습니다. “나뭇잎은 초록이다.” 해가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달이 말했습니다. “나뭇잎은 은색이다.” 달이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잠만 자고 게으르다.” 진리가 오직 자신에게만 있다고 믿는 자는 바보다.
다른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했던 자신이 해 내지 못한 일을 그 앞집 할아버지가 해냈다는 것에 놀란 젊은이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글도 모르시는데 어떻게 설명서를 이해하고 맞추신 거죠?”라고, 그러자 할아버지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셨습니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는 법이라네.”
오랜만에 종이비행기를 접어봅니다.
사람들은 종이비행기 접기처럼,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언제쯤 완전히 접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