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맛이야기』(음식에 숨겨진 맛있는 과학), 최낙언, 행성비, 2019

그루 터기 2021. 12. 10. 09:58

맛이야기(음식에 숨겨진 맛있는 과학), 최낙언, 행성비, 2019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맛의 대부분은 향입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머릿속에 콱 박힌 말입니다. 맛이란 과연 무엇일까? 맛을 느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모든 것이 저의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맛이 아니라 향이라고 합니다. 인류의 공공의 적 같은 설탕이나, 소금(소금은 생존과 관련이 있어서 약간 다르긴 하지만) MSG 같은 것이 메스컴에서 그렇게 떠드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음식은 과학으로 이해하고 문화로 소비할 때 그 가치가 높아진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음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작가 소개

최낙언

 

# 신맛의 과학 대중서

최낙언은 음식 과학의 여의봉[分子]을 든 손오공 같다. 음식 담론의 중원에서 분자 구조라는 근두운을 타고 종횡무진하며, 단순? 명쾌하게 정리하는 최상위 식품공학 포식자다. ‘식품은 과학으로 이해하고 문화로 소비할 때 최고의 가치를 가진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본연의 맛, 최고의 맛은 식재료의 이상적인 맛과 평균적인 맛, 그리고 유행하는 매력의 맛을 보탠 것으로 본다. 유행하는 매력의 맛, 신맛 과학 대중서인? 요리의 방점, 경이로운 신맛_셰프를 유혹하는 신맛과 산미료의 과학?도 같은 범주다. 요리의 차별화 핵심인 신맛의 과학적 이해와 전통발효식초 붐, 신맛과 건강의 연결고리도 찾고 있다. 식품 산업의 핵심인 산미료와 알칼리 물질의 이해도 깊이 있게 다뤘다. 국내 최초의 신맛과 산미료의 과학 대중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아, 신맛에 대한 관심과 인식변화에 따른 일상과 건강의 패러다임 쉬프트가 요동치며 신맛의 세계로 안내한다. 오미(五味) 과학으로 천축(天竺)으로 가는, 온 국민이 건강한 날을 꿈꾼다.

 

# 식품과학 이론

강의와 저작물은 분자의 구조와 배열, 음식 케미컬로 분출한다. 맛은 도파민(Dopamine)의 분비량에 비례하고, 최고의 맛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기억이다. 과학과 인문학이 뒤섞인 최낙언 고유의 설명이다. ‘인간은 두뇌로 음식을 먹는다를 그는 믿는다. 뇌과학이 음식학계에 받아들여지면서, 맛을 바라보는 학제적 시각은 한층 정교해졌다. 맛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써 내려간 그의 [맛의 원리] 시리즈는 10여 종 에 이른다. 그는 먹방과 쿡방처럼 음식 소비자만 넘쳐나는 시대에, 과학을 꺼내 들고 푸드 포르노의 병목 구간에 반석같이 자리 잡고 서서, 궁금증에 질문하고 대답하는 대중적 해설로 음식 담론의 멍석을 깔아놓은 균형추 같은 인물이다.

 

# 최낙언은 누구

서울대와 동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후, 해태제과와 서울향료에서 아이스크림 개발과 향료 응용기술을 연구했다. 2016시아스 재직 때부터 식품과학 저작을 시작했으며, 현재 편한식품정보 대표이다. 식품 지식의 구조화와 시각화를 위한 아카이브인 www.seehint.com을 운영 중이다. 저서로는 맛의 원리, 향의 언어, 물성의 기술, 내 몸의 만능일꾼, 글루탐산,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 등 다수.

 

 

독서 메모

 

이처럼 식품은 언제부터인지 맛과 영양이 분리되기 시작했습니다. 말로만 건강과 영양이지 실제 시품 구입의 결정적 요인은 맛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맛을 비교하면서 식품이나 식당을 골라도, 영양성분표를 비교하면서 식품이나 식당을 고르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요.

 

맛의 종류는 불과 5가지뿐입니다. 단맛, 신맛, 짠맛, 감칠맛, 쓴맛 이게 전부입니다. 사과 맛, 딸기 맛, 당근 맛, 고기 맛 등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5번째 발견된 감칠맛의 실체는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1907년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키쿠나가 다시마의 추출물을 통해 감칠맛 성분이 글루탐산임을 밝혔고, 핵산계 조미료인 이노신산이 1913년 가쓰오부시에서, 구아닐산이 1957년 표고버섯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것들이 감칠맛의 핵심물질인데 모두 일본의 연구 결과로 밝혀진 것이라 과학계에서는 그 공을 인정해 공식 학술용어도 우마미라고 합니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맛은 대부분 향입니다. 사과는 사과 맛 성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사과 향 성분만 있고, 딸기에는 딸기 맛 성분이 있는 것이 아니고, 딸기 향 성분만 있습니다. 과일의 맛 성분은 단맛과 신맛 2가지가 거의 전부이고 나머지는 향인데, 굉장히 적은 양의 향기 물질에 의한 것입니다.

 

맛은 음식의 실체가 아니고 음식의 사소한 표정에 불과합니다.

 

세상에 설탕, 탄수화물, 소금, 고기 중독 같은 맛의 중독은 있어도 향 중독은 없습니다. 판다는 원래 초식과 육식을 같이 했지만 약 400만 년 전 감칠맛 수용체의 유전자가 고장 나 고기 맛을 모르게 되었고, 지금까지 대나무 잎을 먹고 삽니다. 반대로 호랑이 같은 고양잇과 동물은 단맛 수용체의 유전자가 고장 나 고기만 먹고 삽니다. 맛이 운명을 결정한 것이죠.

 

아찔한 절벽에 매달린 야생염소는 소금에 목숨을 거는 것이고, 하루에 자기 체중의 절반만큼의 단물을 먹는 벌새는 설탕에 중독된 것입니다.

 

인간의 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이 ‘TAS2R38'의 차이에 따라 쓴맛에 민감한 PAV 타입과 둔감한 AVI 타입으로 나뉩니다. PAV 타입의 사람은 AVI 타입에 비해 쓴맛을 100~1,000배 정도 더 민감하게 느끼는데요. 오이 혐오자들은 이 PAV 타입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미각과 후각은 신생아가 가장 예민합니다. 신생아 시기에는 입안 전체에 맛 봉오리가 돋아 있고, 입천장, 목구멍, 현의 옆면에도 미각 수용체가 있습니다. 덕분에 아기들은 밍밍한 분유의 맛을 몇 배로 맛있게 느낍니다.

아이 대부분은 발효식품을 싫어하고 우동 국물과 같은 감칠맛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미각이 둔감해지고, 쓴맛에 점차 익숙해집니다.

 

인간의 경우에도 맛이 향보다 중요합니다.

향은 맛 성분의 바탕 위에서 빛나는 것이지 향 자체로는 금방 싫증나고 의미가 없습니다.

 

 

설탕 이야기

 

포도당을 가장 왕성하게 사용하는 부위는 뇌입니다. 뇌는 우리 체중의 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사용합니다. 몸 전체의 근육이 사용하는 양보다 많습니다.

포도당 부족으로 저혈당이 되면 공복감, 떨림, 오한,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실신이나 쇼크를 유발, 그대로 방치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몸에 ATP가 고갈되면 몸은 완전히 멈춥니다. 전자 제품은 다시 충전하면 되지만 우리 몸은 충전을 통해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하면 가장 먼저 처방하는 것이 포도당 주사입니다.

 

단맛은 나쁜 맛을 덜 느끼게 하고, 좋은 맛과 좋은 향은 더 강하게 느끼도록 해줍니다. 단맛이 사라지면 맛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달지 않은 과일은 향이 좋아도 맛있지 않죠.

 

최근 MSG에 대한 오해는 상당히 풀렸습니다. 화학조미료가 아닌 발효조미료이며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제염에 대한 오해와 불신도 많이 해소 되고 있습니다. 정제염은 바닷물을 이온교환수지를 통해 깨끗하게 정제한 것이라 안전하고, 천일염은 기대한 만큼 전통적이지 않고, 위생 면에서 훌륭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면서입니다.

 

세상에 백설탕보다 안전하고 고마운 감미료는 없습니다. 현대인의 건강 문제는 설탕과 같은 특정 식품의 문제가 아니라 과식으로 인한 총량의 문제라는 명백한 사실은 미국의 실패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료는 혈관에 포도당이 제대로 세포 내로 이송되지 못하고 과잉으로 남아 있는 현상인데 마치 설탕이 일으키는 특별한 현상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뇨병은 몸 속 당분이 과도해 생기는 병이 아니라 혈액 내 당 수치를 조절하는 인슐린 시스템이 고장 나서 생기는 것입니다.

 

1976년부터 10년간 설탕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설탕과 당뇨병은 무관하다는 결론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모든 탄수화물은 포도당이 결합한 것입니다. 포도당이 연결된 방식과 숫자만 조금 다른 수준입니다. 밥을 먹든, 밀가루를 먹든, 설탕을 먹든, 포도당이나 과당을 먹든 별 차이가 없습니다. 총 식사량의 문제이지 당 또는 탄수화물 종류의 문제가 아닙니다. 당뇨병은 몸 속 당분이 과도해 생기는 병이 아니라 혈액 내 당 수치를 조절하는 인슐린 시스템이 고장 나서 생기는 것입니다. 1976년부터 10년간 설탕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한 결과, 설탕과 당뇨병은 무관하다는 결론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2001년에는 미국 당뇨병학회에서 하루 섭취 열량 10~35퍼센트까지 설탕으로 섭취해도 혈당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설탕이 빵, 파스타, 감자 등 탄수화물 식품보다 혈당을 더 올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탄산음료와 사과, 치아에 무엇이 더 나쁠까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치과 연구소가 정기적으로 사과를 먹은 사람정기적으로 탄산음료를 먹은 사람1,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치아 상아질 손상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정기적으로 사과를 먹은 사람은 상아질 손상이 3.7배 나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설탕은 혀에 감지되는데 시간이 걸리며 단맛이 오래갑니다. 이에 비해 과당은 단맛은 재빨리, 그리고 강력하게 포착되지만 또 재빨리 사라집니다.

 

소금이야기

 

소금은 대체로 조금 줄이면 건강에 좋을 것 같은데 우리는 왜 그토록 어려울까요?

설탕은 그저 욕망의 문제지만 소금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설탕 대신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면 되지만 소금은 방법이 없습니다.

 

청어들은 내장에 지방이 많아서 금방 상해 멀리 바다에 나가 조업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14세기 중엽 네덜란드의 한 어민인 빌렘 벤켈소어가 갓 잡은 청어의 내장을 단칼에 베어낼 수 있는 작은 칼을 개발했고, 그것이 네덜란드의 운명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그는 배에서 작은 칼로 단번에 청어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고 머리를 없앤 다음, 바로 소금에 절여 통에 보관하는 염장법을 고안했습니다. 이것을 육지로 와 한 번 더 소금에 절이면 1년 넘게 맛있는 생선을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몸은 소금의 99퍼센트를 재흡수해 사용하므로 소모율이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섭취량보다 재흡수율의 차이가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습니다.

 

가장 자연에 가까운 소금은 천일염이 아니고 암염입니다. 인간의 손을 전혀 거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소금은 암염인 것입니다.

 

천일염은 10~20퍼센트가 미네랄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은 대부분 물입니다. 바닷물의 대부분은 염소와 나트륨이고 황산과 마스네슘이 다음으로 많습니다. 황산은 미네랄도 아니고 몸에 좋은 성분도 아닙니다. 그다음이 마그네슘인데 맛이 너무 씁니다. 천일염을 3년 동안 묵히는 이유가 이 마그네슘을 빼기 위함입니다. 칼슘도 쓴맛이고 묵히면 감소합니다.

 

정제염은 화학 소금이라 나쁜 소금이고, 천일염은 미네랄이 풍부해 아무리 먹어도 좋은 소금이라고 하는데 이 말이 사실일까요? 정제염은 염도가 98퍼센트이고 천일염은 염도가 80~90퍼센트 정도입니다. 천일염은 염도가 낮으니 정제염과 똑같은 양을 쓰면 나트륨을 10~20퍼센트 적게 먹을 수 있겠지만, 동일한 짠맛을 내기 위해 양을 늘리면 어차피 사람이 먹는 나트륨의 양은 똑같습니다.

 

천일염이 인위적으로 조작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제염보다) 미네랄 함량이 높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정제염은 천일염보다 비용이 많이 듭니다. 비용을 많이 들여가면서 정제염을 만드는 이유는 소금의 불순물을 제거하라는 법규 때문이고, 이때 소금을 제외한 나머지 성분이 제거되는 것이지 미네랄을 줄이기 위해서 정제하지는 않습니다.

 

바닷물에 살려면 소금을 배출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고 민물에 살려면 소금을 지키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우리 몸 안의 나트륨 균형에는 콩팥이 큰 역할을 하는데 제 기능을 못해 나트륨이 배출되지 않으면 세포 기능이 마비되어 심각한 상태에 이를 수 있습니다. 콩팥의 기능이 약한 아기의 경우 섭취한 나트륨을 배출하지 못하므로 고염식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음식물에 소금을 넣으면 짜집니까? 전혀 아닙니다. 향이 풍부해 지고 맛도 기가 막히게 좋아집니다. 그리고 세상 누구도 그것을 첨가물의 마술이라고 부르거나 품지 않습니다. MSG를 넣으면 갑자기 맛이 좋아지는 현상은 소금을 넣었을 때 맛이 좋아지는 현상과 와나벽하게 같은 것입니다.

 

문화인류학자 아말 나지는 잘사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맵게 먹는다. 농부와 노동자는 매운 고추 덕에 매일 먹는 밥의 단조로움을 이겨낸다.”라고 말했습니다. 요리의 맛은 짠맛이 주역이고 감칠맛이과 향신료가 조역입니다.

 

고추 이야기

 

대부분의 사람이 고추를 좋아하는 이유는 매운맛 때문인데, 그 실체는 바로 캡사이신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매운 것은 무엇일까요? 순도 100퍼센트의 캡사이신? 당연히 캡사이신은 매운맛이 일반 고추와 비교할 수도 없이 높습니다. 청양고추보다 2만배가 넘게 맵습니다. 그런데 순수 캡사이신보다 매운 것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모로코 지역의 선인장류의 레진에서 유래한 천연물인 레시니페라톡신으로 캡사이신 보다 1,000배나 더 맵다고 합니다.

 

우리가 고추를 먹을 때 즉시 작열감을 느끼는 이유는, 고추의 캡사이신이 고온을 감지하는 온도 센서인 TRPV1을 활성화 시키기 때문입니다. 이 센서는 혀뿐만이 아니라 피부의 다른 민감한 부분에도 있는 것이니 여러 기관에서 작열감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매운 맛은 60도 정도에서 가장 강하게 느낍니다. 맛있기로 소문난 음식점의 매운 음식이 대개 거운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매운 음식을 60도 이상으로 조리하면 매운맛이 살아나서 입맛을 아주 강하게 자극하고, 그 결과 음식이 맛있게 느껴집니다.

 

매운 맛은 뜨겁지 않은 화상이고, 뇌가 만든 가상의 아픕입니다.

 

고추를 먹으면 캡사이신이 TRPV1을 자극하고 TRPV1이 활성화되면 몸은 화상을 입은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리고 뇌는 화상의 고통을 덜어줄 진통 성분인 엔도르핀을 만들어 몸을 위로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합니다. 그래서 진통 성분이 분비되는데 실 제로는 화상을 입은 것이 아니므로 통증은 금방 사라지고 묘한 쾌감이 남습니다. 매우 위중한 상황으로 감각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화끈거리는 느낌이 사라지면 은근한 시원함이 남는 것이죠. , 캡사이신이 진통제인 엔도르핀을 분비하게 해 우리를 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매운 맛은 중독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금연이라는 농담처럼,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끊었다가 다시 먹기를 반복합니다.

 

사회가 인간에게 주는 스트레스가 강할수록 고추의 매운맛은 주목을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상대적으로 향을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밥에 어울리는 반찬의 향 정도면 만족하지 독특하거나 강력한 향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맥주가 맛없다고 하지만 나름 그런문화에 어울리는 타입이고, 향이 없는 소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을 보면 향에 대한 욕망이 별로 없는 듯 합니다. 그것이 바로 후추보다 고추가 인기 있는 이유겠지요.

 

고추의 캡사이신은 온각인 TRPV1을 자극할 뿐 아니라 짠맛과 단맛 수용체도 자극한다고 합니다. 항울제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추의 피페린은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 기분을 좌우하는 호르몬을 분해하는 효소 활성을 억제합니다. 뇌에서는 이들 호르몬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 기분이 좋아집니다.

 

 

향 이야기

장미는 무려 1만여 가지 이상의 종으로 분류되며 그 향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향도 서로 완전히 똑 같을 수는 없습니다. 이 중에서 로즈오일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장미가. 불가리안 로즈로도 알려진 다마스크장미입니다. 장미는 풍부하고 복잡한 향을 품고 있는데 그 모방할 수 없는 향은 약 400여 가지의 휘발성 구성 요소에 기인합니다. 1리터의 에센셜 로즈오일을 만드는데 보통 장미꽃 5톤이 필요하지만 그 정확한 양은 꽃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인간이 1조 가지가 넘는 냄새를 구분한다는 것은 그만큼 아무 미묘한 맛의 차이를 안다는 것입니다. 식품회사는 똑같은 배합표, 똑같은 원료, 똑같은 공정으로 생산하는데도 공장마다 맛이 약간씩 달라서 차이를 줄이려 애를 먹습니다.

 

담배식물은 벌을 유혹할 때 벤질아세톤이라는 향기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유혹한 뒤 바로 니코틴 성분의 쓴맛을 만들어 벌을 쫓아내서 보다 맣은 벌이 다녀가도록 제어합니다.

 

고추의 매운맛인 캡사이신은 원래 고추가 돌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화학무기입니다. 커피의 카페인도 원래 해충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살충제 성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말 좋아합니다.

 

피톤치드는 주위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물질입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라는 뜻의 파이톤과 죽인다는 뜻의 사이드를 합쳐 만든 말로써, ‘식물이 분비하는 살균물질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만약 우리가 후각과 미각을 잃게 되어 음식의 맛을 모른다면 식욕을 잃어 잘 먹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인생에서 큰 삶의 활력을 잃게 되며 실제로 많은 노인이 이러한 문제를 지니고 살고 있습니다. 치매의 초기 증상은 후각의 상실과 함께 나타납니다.

 

사람 냄새요. 사람 냄새가 이렇게 그리운 줄은 몰랐어요. 내가 아는 한 여성은 더 이상 자기 아이들의 머리카락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자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어요. 아주 친밀한 관계든 얼굴만 아는 관계든 사람들을 만난때 전보다 뭔가 허전한 늒밈이에요. 무후각증이 시작되기 전에도 누구나 자신만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면, 그 사람이 옛날의 그라는 느낌이 안 들어요.”

 

고추의 매운맛은 50%가 유전적 요소지만 나머지는 환경적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동일한 품종이라도 지면에 가깝게 열리는 고추가 더 맵고, 수분 공급 부족 등 고추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대도 더 매워집니다.

 

고도가 높아 일교차가 큰 것이 식물에게는 스트레스가 심하겠지만 인간의 입맛에는 좋은 산물을 만드는 격입니다. 영양분이 많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잘 견디어 냈다는 훈장인 셈이죠.

 

커피향은 맡기만 해도 효과가 있습니다. 커피 맛과 카페인을 싫어하거나 건강을 우려해 마시기를 꺼려 하는 사람은 입 대신 코로 커피를 마셔도 뇌가 활성화되고 스트레스가 완화됩니다.

 

 

맛은 미각과 후각이 전부일까.

 

물에 미네랄이 풍부하면 건강에 좋고 맛도 좋을 것 같지만 칼슘과 마그네슘은 쓴맛이고, 나트륨과 칼륨은 짠맛이며, 철과 구리는 매우 적은 양으로도 이취를 냅니다. 따라서 미네랄이 지나치게 많으면 맛이 나빠집니다. 땅이 넓은 대륙의 물은 오랜 시간 지하에 체류해 미네랄이 많이 녹아 든 경수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산악 지형이라 물의 체류 시간이 짧아 미네랄이 적은 연수이고, 그래서 물맛이 좋다고도 하지요.

 

우리가 놓친 진짜 맛은 무엇일까요? 바로 리듬입니다. 맛에 리듬이 대수인가 하겠지만 음악고 비교해보면 너무나 명확해집니다.

 

요리도 그냥 먹어도 맛있는 것이 있고 알면 알수록 더 맛있는 요리가 있습니다.

 

감각 수용체들은 시상하부와 감각연합 영역과 연결되어 있어서 자신이 먹은 음식의 성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내장에 존재하는 미각 수용체 숫자가 혀에 있는 미각 수용체보다 많다고 합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뿐 아니라 음식물의 양, 삼투압, 음식물의 온도, 형태와 크기, 촉감을 감지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입은 겉보기 감각인데, 내장기관은 음식의 속사정까지 느낀다는 것입니다. 음식은 대부분 물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인데 이들은 너무 큰 분자라 수용체로 감지하지 못하고 그 중에 일부분인 당, 아미노산을 느낍니다.

 

하지만 내장기관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르죠. 위를 지나 소장에 도달하면 분해가 일어납니다. 탄수화물은 분해되어 포도당이 되고, 지방은 분해되어 지방산이 되고, 단백질은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됩니다. 혀에서는 음식의 극히 일부분인 저분자 물질을 느끼지만 장에서는 분해된 각각의 성분을 총량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이 모든 다이어트 제품이 실패하는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다이어트 제품은 처음 한 번은 먹겠지만 두 번째에는 이미 몸이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먹어봐야 영양분이 없다는 것을 알고, 몸이 무의식적으로 거부합니다.

 

음식의 맛은 식품의 모든 성분이 관여하는 것이지 맛 물질과 향기 물질만 관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칼로리가 없는 음식은 몸이 느낍니다. 처음에는 무칼로리를 선호하다가도 몸이 느끼고 알게 됩니다. (다이어트 식품이 실패하는 경우)

 

전자렌지는 보통 100도 이하이므로 유해한 물질을 적게 생성합니다. 전자렌지는 속부터 가열하기 때문에 수분이 존재하는 한 품온이 100도 이상 올라가지 않습니다. 160도 이상 품온이 올라가야 활발하게 일어나는 마일라드 반응이 없고, 우리가 좋아하는 로스팅 향도 생성하지 못합니다. 겉면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야 하는데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그런 것이 부족합니다.

 

전자렌지로 요리한 고구마는 단맛이 적어 맛이 없습니다. 고구마는 50도 전후의 온도를 얼마나 충분히 유지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고구마를 맛있게 익히려면 마이크로파의 출력을 낮추거나 자동으로 중간에 멈췄다가 가열되는 인버터 방식의 조리법이 필요합니다.

 

기름은 향을 유지하는 능력이 아주 큽니다. 향기 성분이 기름에 잘 녹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열 중에 발생한 향이 기름에 포집되어 풍부한 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삼겹살이나 마블링이 좋은 고기가 항상 맛있는 것입니다.

 

뭐든 튀기면 맛있다는 것입니다. 그 비밀은 기름이 가지고 있습니다. 물은 100도에서 끓지만 기름은 200도에서도 끓지 않습니다. 음식에 고소한 향과 먹음직스런 색을 내는 마이야르 반응은 160도 이상에서 왕성하게 일어나지요. 소기름을 사용하면 소고기를 넣지 않고도 튀김 재료가 가진 아미노산, 그리고 당분과 반응해 소고기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맛은 칼로리에 비례하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칼로리 밀도는 5입니다. 탄수화물이 4이고, 지방이 9이니, 지방이 든 음식이 그토록 맛있는 것이고, 다이어트가 힘든 진짜 이유도 바로 그 것입니다.

 

우리가 바삭거리는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를 두고, 포유류 시절 곤충을 먹던 습관이세 기인한 것 같다는 분석도 있고 파괴본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영양적으로 가장 우수한 것이 달걀과 우유지만 가장 흔한 알레르기 원인 물질입니다.

 

개미나 벌과 같은 사회적 곤충의 세계에서 일꾼은 여왕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평생을 살아갑니다. 심지어 성생활까지 포기하면서 말입니다. 수많은 암컷 중에 여왕에게만 생식이 허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비밀은 바로 페로몬에 있습니다. 페로몬은 여왕이 생성하는 화학신호로, 일꾼들은 이 신호에 이끌려 여황의 명령에 절대복종하게 됩니다.

물질이 특이한 것은 아닙니다. 어느 한 종의 개체가 발산한 페로몬은 오직 같은 종의 상대방만이 감지할 수 잇다는 특별한 약속과, 그 약속이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강력한 쾌감물질을 분비한다는 사실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인간의 뇌에는 눈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바탕을 그것을 똑같이 그려내는 미러뉴런 시스템이 있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똑같이 그려보면서 정보의 의미를 알아채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외가 그린 것인데 워낙 현실과 일치해 단순히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본다는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정말 놀라운 장치죠. 만약 이 장치가 없다면 보고도 뭘 본지 모르고, 꿈도 없고 환각도 없습니다.

 

눈에 이상이 있는 어린이는 적절한 시기(예를 들면 10살 이전) 이전에 고쳐주지 않으면, 이후에 눈을 고친다 한들 세상을 보지 못합니다. 정상적인 눈을 가지고 태어나면 무조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처리할 시스템이 발달해야 볼 수 있습니다. 10살이면 불필요한 뇌신경이 모두 제거 되는 시기라 이전에 시각 자극을 통해 뇌 신경을 훈련시켜 필요한 미러링 기능을 갖추지 못하면 이후에는 영원히 볼 수 없습니다.

 

나는 모든 감각에 환각이 있는 것으로 결국 뇌는 미러뉴런 시스템이고, 감각한다는 것은 최종적으로 뇌에서 재구성한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냄새는 대부분 학습에 의한 것이라 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우리에게 참기름은 고소함의 상징이지만 서양인에게는 이상한 냄새일 수 있습니다

협화음과 불협화음에 대한 선호도는 음악에 대한 경험에 의해 형성되는 것입니다.

 

맛은 개인에 따라서, 나이차이, 성별차이, 인종 차이에 의해 다르게 느낍니다.

 

비행기의 엔진 소음은 단맛과 짠맛 끼는 능력을 억누르는 대신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능력을 증가 시킨다. 소음도 그렇고 기압도 그렇습니다. 3만 피트의 상공에서 제공하는 기내식은 양념이 강하고 짠 편이라고 합니다. 높은 기압과 건조한 공기 때문에 단맛과 짠맛을 느끼 미각이 3분의 1가량 무뎌지고 쓴맛과 신맛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아 맛을 조정한다는 것입니다. 건조한 습도가 후각 기능을 떨어트려 미각을 둔화시키기 때문에 기내에서는 향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은 와인을 서비스하는 편이라고도 합니다.

 

항구에 가면 비린내가 코를 찔러 다른 냄새를 맡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비린내는 줄어들고 다른 냄새를 생생하게 맡을 수 있게 됩니다. 뇌의 통제력 덕분이죠. 이런 선택적 순응보다 기기 막힌 순응이 습관적 순응입니다. 습관적 순응은 특정 장소를 자주 방문하면 그 장소의 냄새에 둔해지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간혹, 음식을 즐기는 방식에 있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원칙을 강요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즐기면서 먹어야 할 음식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할 대상이 되면 미식 피료감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리고 음식에 있어 표준에 너무 집착하면 맛의 다양성이 사라집니다. 획일화된 음식이 공산품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낯선 환경 일수록 익숙한 음식이 위안을 주고, 익숙한 한경에서는 새로움이 즐거움을 주지요. 인간은 이런 새로움이 주는 긴장의 쾌락과 익숙함이 주는 이완의 쾌락이라는 상반된 욕망의 충돌과 조화 속에서 발전해왔습니다.

 

뇌의 크기는 대체로 몸 크기에 비례하여 커진다. 그런데 인간은 몸에 비해 유난히 쾨가 크다 가장 설득렬이 있는 설명은 사회성과의 관련이다.

 

보통 자연산은 식감이 좋고, 양식은 지방 함량이 좋다고 하지만 꼭 그렇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자연산의 식감이 늘 양식보다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생선의 경우 자연산은 좁은 수조에서 스트레스를 더 받습니다.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자연산은 식감이나 맛이 급격히 나빠지지요. 싸실 영양도 양식이 더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양식 넙치의 경우 오메가 3 지방 함량이 자연산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뇌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뇌가 세계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관여하는 것이 따라 하기입니다. 뇌에는 따라 하기 전문 뉴런인 미러뉴런이 있죠. 그리고 인간은 실로 위대한 흉내 내기 챔피언입니다. 침팬지는 어미가 딱딱한 견과류 열매를 깨 먹는 기술을 보고 그것을 따라 하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인간은 단번에 따라 합니다. 이 흉내 내기 기술은 어디에나 적용됩니다. 가령, 누가 웃으면 아기도 따라 웃습니다. 누가 하품할 때면 옆 사람도 곧 하품을 하죠. 이 흉내 내기가 사실은 모든 학습의 가장 기본이 되는 행위이고 문화 형성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들이 맛 집에 가면 자기도 따라서 그 맛 집에 가서 줄을 서야 하고, 남들이 맛있다고 하면 자신도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고, 맛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취향과 욕망을 제대로 아는 것이 같은 비용과 노력으로도 좀 더 품위 있고,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평생을 남의 욕망만 욕망하느라 한 번도 자신의 욕망대로 살아보지 못한다면 무척 아쉬울 것 같습니다.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눈이 본 것이 아니고 그 정보를 참고로 뇌가 그린 그림이다.’ 바로 내 눈앞에 펼쳐진 생생한 시각이 눈으로 본 것이 아니고 뇌가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너무나 많은 현상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맛도 마찬가지로 뇌가 그린 그림입니다.

만약 감각 없이도 뇌가 멋대로 그림을 그리면 우리는 그것을 환각이라고 합니다. 약간 엉터리로 그리면 착각이라고 하고 잠잘 때 그리면 꿈이라고 합니다. 의식이 있을 때 감각하는 것과 일치하게 그리면 지각이라고 하죠. 우리는 따 뇌가 그린 만큼만 보고, 느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맛은 도파민 분비량에 비례한다.

 

단순히 입과 코를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뇌를 즐겁게 하기 위한 온갖 방법이 총망라 해 등장하지요, 음식점이 성공하기 위해서 맛은 기본이고 그토록 많은 것에 신경 쓰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나 엄마가 끓여준 콩나물국은 정말 맛있었는데 아무리 흉내를 내도 기억 속의 그 맛이 나지 않습니다. 멸치와 다시마로 따로 국물을 내어 봐도 안 되고, 간장을 바꿔 봐도 안 되고, 다진 마늘 같은 양념을 이것저것 넣어도 그 맛이 안 납니다. 그러다 조미료를 넣자 놀랍게도 할머니와 엄마가 끓여준 그 맛이 나는 겁니다. 비로소 손맛의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이죠!

 

손맛이란 결국 맛에 대한 감각이나 집중력, 또는 정성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는 맛의 최적 포인트를 찾는 노력 못지않게 그 포인트를 항상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기계적으로 똑 같이 한다고 똑 같은 품질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모든 조건이 일정해야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탄력적으로 댕응해 일정한 품질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집중력이 손맛이나 진정한 맛의 정성이지 육체적인 혹사, 많은 시간의 투여 등이 정성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손맛은 MSG의 맛도 맞고, 맛의 정성 또는 집중력도 맞습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성분과 영양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다가 아니죠. 현대인의 건강 문제의 대부분은 나쁜 음식을 먹어서가 아니고 음식을 대하는 나쁜 태도, 과식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은 타는 듯한 갈증이 날 때 마시는 물입니다. 세상에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그 물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무미무취의 동일한 물이라도 상황에 따라 우리의 쾌감은 완벽히 달라집니다. 맛에 절대적 기준이나 객관성을 찾는 것은 과한 욕심이고 상황에 따른 기준은 도전해 볼 만한 것이겠지요.

 

좋은 재료가 좋은 맛이고 미식의 기준이라면 좋은 재료의 기준은 대체 무엇일까요? 나는 평범한 재료로 비범한 맛을 내는 것이 굉장히 존중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인간을 위한 음식으로 창조된 생물은 없습니다. 따라서 음식에는 항상 어느 정도 잔인성이 들어 있지요. 그래서 그것까지 고려한 음식이 더욱더 가치 있는 것일 겁니다.

 

카페인이 있으면 아데노신의 신호 작용을 방해하므로 뇌는 피로를 인지하지 못하고 각성 상태를 유지합니다. 뇌가 활력이 증가한 것처럼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해 쾌감을 줍니다. 건강을 위해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가 생각보다 성공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왜 사람들이 카페에서 공부하는 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갈수록 개인화되는 사회 속에서 카페라는 공간은 안도감과 소속감을 줄 것입니다 .무의식 속에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어쩌면 마음 한 곳의 허전함을 채우고 싶은 절실한 몸부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욕망에는 이기적(개인적)인 유전자와 이타적(사회성)인 유전자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통해 어떤 경험을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맛 자체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맛 과잉 시대, 우리는 더 좋은 음식을 찾기 이전에 자신의 욕과 본성에 대해 좀 더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르면 1간계는 식욕, 성욕, 수면욕 같은 생리적인 욕구이고, 2간계는 안전의 욕구 3단계는 애정과 소속감의 욕구, 4단계가 존중의 욕구, 그리고 마지막은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합니다. 그런데 맛에는 이런 모든 욕구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절대적인 행복은 없고, 모두 자신의 기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문제는 기대치에 도달하자마자 적응이 시작되어 기대치는 다시 높아진다는 것이죠. 맛도 그렇습니다. 행복감은 실시적일 수밖에 없고, 우리가 무엇을 성취했든지 간에 만족과 동시에 또 다른 갈망을 키우지요.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스스로의 본성과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행복해지는 훈련을 해 본 적도 없습니다. 맛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고, 행복 역시 마찬가지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