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한상복, 예담, 2013

그루 터기 2021. 12. 11. 10:05

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한상복, 예담, 2013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생각을 알 수 있을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해서 공짜 책이라서 그냥 들고 왔고, 젊은 사람들의 사랑 타령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왜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왜 나의 지금의 행동이 자꾸만 바보같이 생각되는지 모르겠다. 나도 이런 고민을 하기는 해 본건가? 요즈음 내 생활을 돌아보면 꼭 결혼을 하고 서로 기싸움을 하는 초보 부부의 생활 같다는 생각이 든다. 40년을 같이 살아온 이 순간이 어째서 초보 같은 생각이 드는 걸까? 아직도 나는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내 주장이 강하고, 모든 것을 내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쪽 선배의 부부가 해준 이야기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어제 커피를 마시며, “너무 잘 난체 자기주장이 강해서 회사 다닐 때 왕따 당한 거 아니야?” 라는 아내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두가지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중간쯤에 토요일에 친정집, 일요일엔 시댁에 가야하는 언니의 스트레스에 대한 글이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쿵한다. 나도 매달 한 번씩 가족모임을 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손주들이 있어서 두어 달에 한 번 모이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것도 며느리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되려나? 이 글을 읽기 전에 모이는 횟수를 반으로 줄이자고 이야기를 하긴 했었는데 그것도 많은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가능하면 횟수로 줄이고, 며느리들이 시댁인 우리 집에 올 때는 음식 만드는 것만이라도 줄여야 겠다. 하긴 아직까지 음식은 고사하고 설거지도 시키지 않으니까. 가끔은 너무 안 시키는 것 아닌가 할 정도이다.

이 책이 지금의 나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는 내용들이지만 이 이야기 딱 한 가지만 건져도 성공이 아닐까. 거기다가 요즈음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으니 그 또한 덤이다. 이 책을 읽고 며느리들이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어 좋은데, 실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하는 것은 지금부터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다. 하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속을 시커멓게 태워본 후에야 깨닫게 되는 진실이 하나 있다. 숨은 주인공이 또 한 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시어머니다.’ 는 내용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래도 결혼식 숨은 주인공은 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두 아들을 결혼 시키면서 일체의 혼수나 예단을 없애고, 예물도 저희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했다. 특히 예단은 손수건 하나도 하지 않도록 했었다. 폐백도 없애도 이바지 음식도 하지 않도록 했다. 그랬는데도 사돈께서 간단한 이바지 음식을 보내오시긴 했었다. 혼수라고 하는 건 하지 않더라도 저들 살아갈 살림살이는 가장 기본적으로 준비하고 살아가면서 채워가라고 했다. 그래도 아들 가진 부모로서 책임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했다. 숨은 주인공은 되지 않은 것 같다.

 

 

작가소개

한상복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1991년부터 약 10년간 경제신문에서 과학부 경제부 금융부 등의 기자 생활을 했다. 벤처 열풍이 몰아치던 시기, 비즈하이라는 컨설팅회사를 공동으로 창업, 현재 기획이사를 맡고 있다.

 

 

 

독서 메모

 

결혼이란 누군가가 놓아둔 다리를 통해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라는 서로 다른 섬에서 제각각 다리를 놓아 양쪽을 연결시키는 일이라는 진실을. 다리의 절반은 이쪽에서 놓지만, 나머지 반은 저쪽에서 놓는다. 이쪽이 안전하려면 저쪽 또한 제대로 튼튼하게 놓여 있어야 한다.

 

사랑에는 왜 선행학습이 없는 것일까. 성공과 행복을 위해서라며 온갖 선행학습과 반칙이 난무하는 시대에 말이다. 따져보니까 학교에선 배워본 적이 없다. 행복한 사랑은 고사하고, 남녀의 심리적 차이조차 가르쳐주지 않았다. 사랑에 관한 한, 숱한 실패와 아픔을 겪어가며 그녀 스스로 깨우쳐야만 했다. () 세상이 토플 점수에 집착하는 만큼의 1퍼센트만이라도 사랑과 결혼에 대해 선행학습을 시켜주었다면 그녀 역시 그토록 아픈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다음에 만나면 그의 부모님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는지, 꼭 확인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와 행복한 결혼생활이 될 수 있을지 최소한 참고는 될 수 있으니까. 우리 부모님은 어땠지? 그 정도면 행복한 결혼이었을까?

 

여성은 사랑하는 남성이 자신에게 여자들처럼 섬세하게 대해주길 기대한다. 에두른 표현만으로도 의사소통이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약간의 힌트만 주어도 남성이 마치 여자처럼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은 사랑하는 여성을 의리로 맺어진 친구처럼 여겨 굳이 말 안 해도 모든 걸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매일 똑같은 불만이 반복되고 쌓이다가, 사소한 일을 계기로 크게 부딪힌다.

 

결혼의 첫발을 내딛을 때부터 우리 둘 다 바보였던 거야. 20분짜리, 남들한테 보여주는 결혼식에 매달려 전전긍긍했을 뿐, 40만 시간, 결혼식 이후의 우리 둘의 삶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만 두 사람의 알콩달콩을 동경해왔으니 그게 얼마나 바보짓이야? 그저 남들이 그렇다니까, 왜 그런지 생각도 제대로 안 해보고 형식적인 결혼 준비만 했던 것이지.

 

결혼을 통해서 우리가 성숙해진다는 의미는, 상대의 외면하고만 싶었던 부분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유연성을 갖게 된다는 뜻인 것 같아. 지격게 느껴졌던 뻔한 잔소리나 알기조차 싫었던 주변 사람들의 생각, 다 안다고 쉽게 생각했던 것을 꼼꼼하게 되새기면서, 우리 곁의 다양한 가능성에 귀를 기울려 보는 것 말이야

 

남성들은 속을 보여줄 수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상대에게 내면의 두려움을 들키는 것이, 두려움 그 자체보다 더욱 두렵기 때문이다. 얕보일까봐. 그래서 필사적으로 강한 척을 한다. 사랑하는 여성에게는 더욱 그렇다. 남성은 좋지 않은 일이 있어도 사랑하는 여성에게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 잘 해결된 다음에야 무용담으로 늘어놓는다.

 

여자는 남성들을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눈다. 걸음걸이를 통해 남성의 성격을 파악하곤 했는데, 십중팔구 맞아떨어졌다. 하나는 자기 속도로 걸으며 여성이 따라 오기를 바라는 스타일이었다. 이런 이들은 자기가 주도 하겠다는 특성이 강했다. 다른 하나는 여성 쪽의 속도에 맞춰주는 스타일 이었다. 이들은 대개 고집이 강하지 않고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었다. 어느 쪽이 좋은지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머니란 보답을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유일한 존재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그런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이 세상에 계산적이지 않은 숭고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두려움 없이 사랑을 주고 받는다.

 

두사람이 각자 다른 문화를 가지고 들어와, 두 개의 문화적 우주가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 결혼이다. (요즈음 EBS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방송하는 다문화열전처럼 한국 사람들끼리 한 결혼도 서로 다른 문화가 합쳐서 이룬 다문화 가족이다.) 무엇이 본질인지 인식을 못하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는 웬만해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거의가 상대의 잘못으로 보인다.

 

결혼은 서로의 이질성을 받아들이고 섞어가며, 둘만의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어느정도 상처는 각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우여곡절을 통해 사랑하는 두 사람은 이전과 다른 책임지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성인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동감과 공감은 어떻게 다른 것인지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동감은 상대와 똑 같이 느끼는 반면, ‘공감은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자는 그에게 자신처럼 생각해주기를 원했지만, 돌이켜 보면 그것은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은 일들이었다.

 

바람둥이에 대한 생각은 남녀 간에도 차이가 있다. 남성들은 육체를 기준으로 보는 반면, 여성들은 마음을 우선시 한다.

 

감정탐지 기능은 여성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던 오랜 본능이다. 다른 이의 생각이나 느낌에 민감하며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 특히 남성의 거짓말을 알아채는 데는 백발백중이다. 냉정해진 여자의눈에 앞자리의 남자가 낯설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커다란 바늘로 찌른 거처럼 가슴 한쪽이 아파왔다. 남자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는게 보였다. 여자는 그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다 피곤했겠구나. 커플이 피곤한 상태에서 만나면 싸울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더라. 얼마 전에 책에서 본 내용인데,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로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게 된대. 그러면 별일 아닌 것 가지고도 감정이 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거야.

 

여성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분을 좋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이 고갈된다. 뭔가를 더 할 수는 있지만 기분은 나빠지는 셈. 반면 남성은 동기를 부여해주는 역할을 하는 도파민이 바닥난다. 축 늘어져서 게임이나 하게 되는 이유다.

 

이처럼 각성은 한 걸음 물러섰을 때 비로소 찾아온다. 뒤로 물러나 조금은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펴다볼 때, 비로소 사라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좋은 사랑이란, 끊임없는 자기 탐구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집이든, 그 집에 가장 많이 있는 것이 그 집의 문화다. 그 집을 이루고 있는 핵심가치이자 집을 지탱하는 뿌리.

 

행복이란 공감 능력, 즉 서로를 이해해줄 태세가 얼마나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니까 여성의 미래는 사랑하는 남자와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예쁘고 똑똑한 여성의 사랑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받는 것에만 익숙한 잘난 여성이, 여성을 위해줄 줄 모르는 남성을 만나니, 처음에는 서로 끌리더라도 기대와 현실이 어긋나며 충돌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치장되어 있지만 실제로 부딪히는 것은 두 사람이 각각 품고 있는 환상이기 때문에 부풀어 오른 풍선이 터지듯 시끄러운 소음을 낸다고 했다.

 

인연에서 인은 운명적인 것, 연은도와주는 것을 제각각 상징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 씨앗이라면 은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땅에 물 또는 영양을 주거나 빛이 잘 들게 하는 것이란다. 여자는 남자를 운명적으로 맞닥뜨린 것이 이었다면 , 나머지 은 노력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강한 남자란,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줄 수 있는 섬세한 마음을 가진 남자인 것이다. 남자들끼리의 경쟁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결혼 생활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녀의 남편이야말로 진정한 승자가 아닐까.

 

여자들 중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초콜릿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초콜릿에 들어 있는 페닐에틸라민이라는 성분이 사랑을 받을 때와 비슷한 기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자는 남자의 얼굴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사랑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얼마만큼 기울여야 하는 것인지.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다. 하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속을 시커멓게 태워본 후에야 깨닫게 되는 진실이 하나 있다. 숨은 주인공이 또 한 명 있다는 것이다. 바로 시어머니다.

 

남자의 사랑이란, 아끼는 여자를 자기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로 인정해 주는 것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해 주는 것이 사랑이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거지 그의 어머니의 꼭두각시가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자기도, 자기가 쥐고 마음대로 흔들 수 있는 사람과는 결혼하지마, 그런 사람은 당연히 행복할 수가 없거든.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 아니겠어? 아무리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한 들, 불행한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서는 만족을 찾아낼 수 없으니까.”

 

사람을 함부로 보고 무시하는 사람 뒤에는 똑 같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부모를 보고 배우며, 부모가 살았던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의 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강인한 사랑은 현실에 맞춰 스스로 진화한다. 고등생물처럼 질기게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선택과 그로 인해 얻는 즐거움에 집중하기로 마음 다잡았다.

 

왕자는 비로소 결혼이 사랑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 외에도 세상살이의 온갖 지혜가 필요한 것이 바로 결혼이었습니다. 맞아요. 결혼은 알고 보니까 정치와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정치의 기본은 나의 편을 만들고 지지기반을 넓혀가는 것입니다. 세력을 형성하며 헤게모니 싸움을 벌려 승기를 잡는 것이죠.

 

알 만한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지요. ‘행복하게란 단어 속에는 원래 끊임없이 지지고 볶으면서 라는 뜻도 담겨 있다는 진실을 말이에요. 어느 누구도 그런 진실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어요.

 

왕자는 신데렐라와 결혼을 했지만, ‘신분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사람들의 뒷말이 듣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나만은 예외라는 것을 입증하고야 말테다.” 왕자는 그럴 자신이 있었습니다. 물론 나만은 예외라는 믿음은, 거의 모든 신랑들이 쉽게 빠져드는 보편적이면서도 용감한 착각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위협하는 가장 두려운 경쟁자와 적들이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혼 후에도 좀처럼 깨닫지 못합니다. 눈앞에 존재하는 위협을 그럴 리가 없다면서 덮어두려고만 하지요.

 

 

좋은 싸움은 정직하며, 상대의 마음에 끔찍한 상처를 남겨놓는 법이 없다. 깔끔하게, 건강하고 건설적으로 소통을 매듭짓는다. 결론적으로, 좋은 싸움 덕분에 사랑이 더욱 튼튼해진다. 싸움 역시 공감을 위한 소통의 일환이니까.

 

남성은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할 지모른다.

여성은 언제 끝을 맺어야 할지 모른다. - ( 헬렌 롤랜드 )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얼마씩 주는지 잘 살펴봐라.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잘 되는 집이 오히려 수수하게 보이는 법이야.”

 

꼬박꼬박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습관이기도 하다. 단순함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핵심적인 진리는 모두 단순하기 이를 데 없다. 오랫동안 이어지는 성공치고, 난해해서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할 구조를 가진 성공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이나 행복은 더욱 그렇다.

 

남자는 그래도 누가 역할 정도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지금은 어느새 엄마 같은 여자 친구로 변신 중이다.

 

나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때는 남의 마음을 붙잡기기 더욱 어려우니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라

 

단지 못된 엄마노릇이 문제였다.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면서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마구 성질을 부려대니까. 남성들은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을 당할 때가 가장 힘들다. 사귀는 여성에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자신감이 양파껍질처럼 하나씩 벗겨지는 것을 느낀다.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는 남성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마침내 마음속을 사막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의 싫은 점을 잘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마치 레고 블록처럼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절반은 그의 문제지만 나머지 절반은 당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당신에게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죠, ‘서로 잘 들어맞는다.’는 말은 항상 좋은 때만 쓰는 게 아니거든요

 

잭 캔필드라는 작가는 사랑을 손에 쥔 모래에 비유했다고 한다. 모래는 손바닥을 편 채 가만히 있으면 흘러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더 꽉 잡으려고 손을 움켜쥐는 순간,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만다. 사랑도 그렇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상견례에서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주장했다. “저희 둘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 둥지를 만들어 갈 테니까 조언만 부탁드린다.”. 양쪽 부모님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대한민국 최고 커플의 탄생을 가까이서 지켜보실 수 있는 방청권을 드리겠다.고 말해 웃음을 만들어 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을까? 미리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상황에 닥친 사람과, ‘나에겐 그런 일이 생길 턱이 없어라며 무비였던 사람 중에. 내 경험에 따르면 하늘과 땅만큼 차이였어. 그러니까 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은 냉정해야 할 순간이 반드시 필요한 거야. (여자 뿐 아니라. 남자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결혼 생활에서는 져 주는 것이 패배가 아니라 투자일 때가 많아. 얻고자 할수록 먼저 내주는 게 궁극적인 승리로 귀결된다는 진실을 네가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날이 올 거야

 

자신의 부모마저 결함투성이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대부분은 사랑에 대해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떻게 하면 상대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도록 만들 것인가 하는 점에 비상한 관심을 쏟는다. 사랑을 매력 혹은 능력의 차원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사랑을 받는 방법에만 치중하면서, 상대에게 어떻게 줄 것인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결혼하고 나서 이 사람을 바꾸려고 한 적이 없지. 이 사람한테는 이 사람 방식이 좋을 테니까. 그렇지만 시집살이하는 걸 보면서 늘 안타깝고 미안했어.” 그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연민관대함으로 해석된다.

 

낯선 시간을 통해 남자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고,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와 하루를 함께 하면서 스스로 많이 착해진 것 같은 뿌듯함. 눈의 즐거움을 놓치는 대신, 마음속을 풍족하게 채워 돌아가는 여행이었다. 앞으로 많이 배우고, 더욱 성숙한 사랑을 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남자들은 안 그런 줄 알아? 나도 결혼식 며칠 전에 당신하고 대판 싸우고 나서는 혹시 내가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닌 가불안해서 잠을 못 잤어. 남자들은 결혼식 같은 이벤트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하는 걱정 때문에 속으로 끙끙 앓아. 내색을 못해서 그렇지, 남자도 불안한 건 매한가지인 거야.” 남자는 선배의 말에 공감한다. 정말로 그랬다. 결혼이라는 문을 열고 나가면, 망망대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을 것만 같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짐작도 할 수 없는.

 

그녀의 지적은 사실이었다. 그는 숨기고 싶었던 곳을 정확하게 찔렸기 때문에 화를 냈던 거였다.

 

어른의 사랑은 느낌이나 로맨스 차원을 넘어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맞춰주는 조하 능력을 기반으로 한다. 타협과 거래라는 성인 특유의 주고받기관계를 필요조건으로 하지만, 결국에는 그것마저 뛰어넘어 서로에게 그냥 주기를 핵심으로 한 조건 없는 사랑을 실현해 낸다.

 

 

 

들려주는 이야기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아내에게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내가 당신을 언제까지나 돌봐줄 수는 없잖아. 당신 혼자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게 좋겠어.” 아내는 섭섭했지만 남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혼자 장을 보러 다니는 것은 물론, 매일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가서 점자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아내는 그런 생활에 적응이 되어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아내는 버스를 타고 도서관에 가다가 라디오에서 나온 청취자 사연에 감동을 받았다. 남편의 지극히 정성어린 사랑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녀는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했다.

그런 남편을 두었다니 참 부럽네.”

앞자리의 버스기사가 그녀의 말을 듣고는 말했다.

아누머니도 참. 뭐가 부러워요. 아저씨가 더 대단하구먼, 하루도 안 빼놓고 저렇게 아주머니 뒤만 졸졸 따라 다니는데 ‥‥‥. 지금도 뒤에 앉아 있잖아요.”

아내가 흠칫 놀라 뒤로 손을 뻗자,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았다. 조금은 투박하지만 익숙한 손. 그녀는 그 손을 꼭 쥔 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