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 박경이, 도트북, 2021

그루 터기 2021. 12. 22. 06:30

 영혼을 품다 히말라야박경이, 도트북, 2021

 

 

이 책은 에세이라고 하기 보다는 도전 자료집에 가깝다.

히말라야에 대한 도전자료 집( 도전기 or 사료 집)

 

 

저자 소개

박경이

27년을 초등학교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교직 은퇴 이후 전문산악인의 경력을 살려 산악전문지 편집장, 국립등산학교 교육운영실장과 국립산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 흔하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1985년 서울교육대학교 산악부 활동을 시작으로 30여 년 이상 암벽, 빙벽, 산악스키, 해외고산등반 등 전문산악인으로 살았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며 연구자로 사는 것이 꿈이다. 한국대학산악연맹 집행부로서 대학 4학년인 1988년 국내 최초로 백두대간 종주를 기획하여 실행했다. 199126세에 한국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동계 등정(아마다블람, 6,856m)을 했으며, 히말라야 8,000m 14좌 중 하나인 가셔브룸2(8,035m) 및 안데스, 알프스의 고봉들을 등정했다.

아시아 최초로 산악스키 국제심판을 취득하였고, 여성 최초로 산악스키 실업팀의 감독이자 세계선수권대회 한국팀 감독을 역임했다. 그밖에 을지대학교 스포츠아웃도어학과 교수, ()한국대학산악연맹, ()대한산악연맹, ()대한산악스키협회,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한국여가레크리에이션학회, 융합관광콘텐츠학회 등의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국립산악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융합관광콘텐츠학회 부회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독서 메모

 

스포츠, 문화, 예술 분야에서 돈과 관계없이 순수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을 높게 사듯이, 탐험가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지평을 넓혔듯이, 등반가들도 탐험의 연장으로 예술가와 다름없는 무상(無償)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죽음과 손가락 절단 같은 극한 고생의 이미지인 8,000미터 정상 등반을 떠나, 고도는 낮더라도 수직의 벽에 매달려 더 어렵게 오름짓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어떤가? 수직의 벽을 오르는 인간의 몸짓은 어느 스포츠보다 아름다운 예술이다

 

죽으러 산에 가지는 않지만 죽을 걸 알면서도 산을 오르는많은 고산 등반가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도전과 용기에 대한 삶의 메시지를 던진다. 더 나아가 미래 세대가 스마트폰과 인터넷 세상에서 벗어나 더 넓은 대자연 속에서 등산의 맛에 빠져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

 

뭐니뭐니해도 한국 원정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김치 수송 작전이다. 한국에서 화물로 보내고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가는 그 긴 시간 동안 김치가 덜 익게 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나라에 도착해서 김치를 담그는 방법을 많이 택한다. 97년 원정 때 이슬라마바드에서 산 배추와 무로 전 대원이 매달려 두 달여를 먹을 김치 담그는 일은 김장을 방불케 했다. 그 김치를 베이스캠프에서 빙하에 묻어놓고 아껴 먹었다.

 

알피니즘은 경쟁, 도전, 극복의 장()이었으나, 우리의 유산(遊山)은 놀이, 구도(求道) 그리고 수양(修養)의 장이었다. 알피니즘보다 더 역사가 오래되고, 철학적인 깊이와 폭에서 다른 차원의 독특한 가치를 지닌 한국의 백두대간과 유산 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의 반열에 오르는 날을 기대해본다.

 

고산 등반은 신체를 손상해가며 죽음이라는 위험을 전제하는 활동이다.

 

여타 모험 스포츠 참가자의 사례보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차원이 있다. '운동 중독'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현상이지만 고산 등반은 그런 이론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무언가 더 깊은 그런 것이 있다. 나는 산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魔力)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흰 산은 더 그렇다.

 

엄홍길 대장은 "히말라야는 인간의 욕심으로 결코 오를 수 없다"는 깨달음으로 정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 포기한 적도 여러 번이다. 안나푸르나는 네 번의 실패 끝에 올랐다. 포기를 배워야만 인생의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히말라야는 더 그렇다.

 

8000미터 정상까지 가는 길은 험하고 멀다. 죽음보다 더한 고생을 하기도 하고 죽음의 문턱을 넘기도 한다.

 

그것은 자아를 찾아가는 인생의 길이지만 죽음의 길이기도 하다. 그 길에서 자아를 성찰하고, 인생관, 세계관이 달라진다. 고산 등반은 극한의 사색이며, 휼룡한 자기 수행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긴 세월을 평범하게 살며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저 높은 데서는 한 달 사이에 체험한다.” (예지 쿠쿠츠카).

 

스포츠, 문화, 예술 분야에서 돈과 관계없이 순수하게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을 높게 사듯이, 탐험가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지평을 넓혔듯이, 등반가들도 탐험의 연장으로 예술가와 다름없는 무상(無償)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죽음과 손가락 절단 같은 극한 고생의 이미지인 8,000미터 정상 등반을 떠나, 고도는 낮더라도 수직의 벽에 매달려 더 어렵게 오름짓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어떤가? 수직의 벽을 오르는 인간의 몸짓은 어느 스포츠보다 아름다운 예술이다.

 

나는 신혼이던 20대에 아마다블람을, 애 둘 낳고 30대에 가셔브룸2봉을 올랐다. 이를 눈여겨본 박영석 대장님으로부터 여러 번 8,000미터 원정대에 부름을 받았지만 갈 수 없었다. 당시 나를 남자로 태어났어야 할 놈’, ‘남자보다 의리 있는 놈’, ‘박경이는 고산 체질이라고 말하곤 하던 대장님이었다.

 

나이 들며 6,000미터, 5,000미터, 4,000미터로 높이를 낮춰 등반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스키에 재미 붙이다 산악스키 국제심판을 하고,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들어가 고산 등반으로 논문을 쓰고, 산악 전문지 편집장이나 국립등산학교 교육실장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니 산을 떠나지 않았다는 결론, 그리고 인생의 또 다른 히말라야를 끊임없이 추구했다는 말로 정리가 된다.

 

그토록 좋아하던 산에서 사선(死線)울 넘고, 손가락을 자르는 중상을 입고서도 계속 산을 오르는 이유에 대해서 누가 섣불리 답을 할 수 있을까? 정말 진지한 탐구 대상이고 어려운 주제이다.

 

8,000미터에서는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다. 살아서 돌아오려면 국내에서 혹독한 훈련을 아니 할 수 없다. 등정 성공의 모습 뒤에 드러나지 않은 준비 과정과 훈련 모습에 대한 나의 경험담이다.

 

등반은 정상 등정이 성공이 아니라 베이스캠프까지 돌아와야만 성공이다. 엄밀히 말하면 원정의 목적은 집까지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한국 원정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김치 수송 작전이다. 한국에서 화물로 보내고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가는 그 긴 시간 동안 김치가 덜 익게 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나라에 도착해서 김치를 담그는 방법을 많이 택한다. 97년 원정 때 이슬라마바드에서 산 배추와 무로 전 대원이 매달려 두 달여를 먹을 김치 담그는 일은 김장을 방불케 했다. 그 김치를 베이스캠프에서 빙하에 묻어놓고 아껴 먹었다.

 

굳이 기록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가고 싶은 만큼 오르고 내려오면 그만이지만 기록이 필요한 사람은 증명이 필요하다. 정상에 오른 증명이 불충분하여 등정 시비에 휘말려 도덕성이나 명예가 실추되거나 곤욕을 치른 사람들도 많다. 또는 환멸을 느끼고 산을 등진 경우도 있다.

 

히말라야 높은 봉우리에는 심판이나 관중이 없다. 자기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골프 경기처럼 자기 스스로 양심적으로 기록해야 하는 것이다. 목숨 걸고 오른 정상을 의심받거나 안 간 것으로 결론나면 기록에 연연하지 않았더라도 맥이 빠지고 영혼에 상처를 받을 일이다. 전문 산악인이라면 정상 증명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채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백업도 필요하고.

 

"내가 트레킹으로 5천미터를 갔다 왔으니 4천 미터를 몽블랑은 쉽게 올라가겠지요?"라고 묻는 사람을 봤다.

 

해외 산행 경험이 부족하기에 높이로 모든 것을 따진다. 그러나 '높으면 어렵고 낮으면 쉽다'는 생각은 틀렸다. 트레킹과 달리 정상 등반은 자연적인, 인위적인 불확실성과 위험이 도처에 있다. 게다가 날씨나 등반 루트의 조건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내가 가장 신기했던 것은 계란프라이다. 뜨거운 프라이팬에 기름이 타오르고 계란 톡 깨뜨리면 되는 그 쉬운 계란프라이가 절대 그렇게 안 만들어진다. 흰자가 지글지글 바삭하게 익고 노른자 탱탱하게 올라간 써니사이드업 비주얼은 절대 만들 수가 없었다. 어떤 모양인지 궁금하겠지만 고소에 가야 맛볼 수 있다. 힘없는 계란프라이!

 

대자연에서 아웃도어 엑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위험상황을 예견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쌓고, 공부를 하고 가야 한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자기 목숨은 자기가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산악인들은 끊임없는 고난 극복을 통해 보통 사람들보다 정신력이 강한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고소에서도 똑같은 것이 아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소에서 이상 행동을 하고, 기억력과 판단력이 흐려지거나 극도로 예민해지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며 더 극한에서는 환각과 이상체험까지 한다. 이것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죽음의 문턱을 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높은 산의 저기압과 저산소는 우리 몸의 세포에 영향을 미치고 각 부분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 고소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 몸이 적응하지 못하여 생기는 여러 가지 증상을 고소증 또는 고산증이라 한다. 고산증은 단지 희박한 산소 때문만은 아니고 추위, 탈수, 피로, 영양결핍, 심리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난다.

 

기온이나 눈, 바람 유무에 따라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옷차림은 늘 변화를 줘야 한다.

 

등반은 관중도 심판도 없는 스포츠라고 한다. 하지만 산악인들은 자기 자신에게 정당하고 정직하게,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며 산을 오른다. 그들은 산에서 배운 대로 인생이라는 산을 넘을 때도 당연히 그렇게 살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등반은 관중도 심판도 없는 스포츠라고 한다. 하지만 산악인들은 자기 자신에게 정당하고 정직하게,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며 산을 오른다. 그들은 산에서 배운 대로 인생이라는 산을 넘을 때도 당연히 그렇게 살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알피니즘이 알프스 높이 이상의 고산, 그리고 만년설과 얼음과 바위의 수직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우리에겐 높이 대신 길이로 펼쳐진 백두대간이 있다. 높이 2000미터가 안 되지만 아름답기로는 비교 할 수가 없는 백두산, 금강산, 설악산 등 명산이 백두대간 줄기 위에 솟아있다. 알피니즘은 경쟁, 도전, 극복의 장()이었으나, 우리의 유산(遊山)은 놀이, 구도(求道) 그리고 수양(修養)의 장이었다. 알피니즘보다 더 역사가 오래되고, 철학적인 깊이와 폭에서 다른 차원의 독특한 가치를 지닌 한국의 백두대간과 유산 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의 반열에 오르는 날을 기대해본다.

 

 

* 일부 교보문고 책 소개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