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끝까지 쓰는 용기』, 정여울, 김영사, 2021

그루 터기 2022. 1. 1. 06:06

끝까지 쓰는 용기, 정여울, 김영사, 2021

 

20211231일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선택한 책이다. 정말 오래 동안 기다려서 빌린 책. 예약한지 몇 달이 지난 책. 기대가 크다. 이 책만 보면 글이 술술 써질 것만 같은 느낌. 여러 권의 글쓰기 책을 읽다보니 비슷한 내용일 것이다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책인데 나의 상상을 벗어난 책이다. 물론 기본적인 글쓰기의 내용이 적혀 있지만 이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내용이 가슴에 와 닫는다. 일반적인 글쓰기의 책이 기술적인 면을 강조했다면 이 책은 내면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다고 표현하고 싶다. 금년 1년 동안 나는 다독 이였다. 그런데 작가님은 같은 책을 적게는 대여섯 번씩 많게는 스무 번이나 읽은 책도 있으셨다. 나는 두 번 이상 읽은 책이 손에 꼽힐 정도이다. 나도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 위주로 다시 한 번 읽어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우선 이 책부터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저자 소개

정여울

가장 사랑하는 것은 글쓰기, 가장 어려워하는 것도 글쓰기, 그러나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것도 글쓰기인 행복한 글쟁이. 자칭 치유 불능성 유리멘탈’ ‘상처 입은 치유자또는 문송해도 괜찮아.’ 국문과 대학원을 거쳐 작가가 되는 길을 모두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남들이 뭐라 든 오직 그 길로만 걸어

가며 여전히 희열을 느끼는 옆가리개를 한 경주마. 특기는 쓰라린 상처에 엉뚱하면서도 아름다운 의미 부여하기.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웬만한 고통은 꾹 참아내지만, 글을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심하게 절망한다. 나를 키운 팔 할은 책과 걸핏하면 사랑에 빠지는 심장성취보다는 좌절에서 오히려 의미를 찾는 습관이다. 매일 상처받지만, 상처야말로 최고의 스승임을 믿는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1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마흔에 관하여》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빈센트, 나의 빈센트》 《헤세로 가는 길》 《헤세》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등이 있다. 산문집 마음의 서재로 제3회 전숙희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림

이내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눈이 아닌, 마음으로 그리자다짐하며 그림을 그린다. 지은 책으로 오늘도 냥마스테가 있다.

 

 

 

독서메모

 

글을 쓰는 동안에는 온전히 나 자신에게 푹 빠져보세요. 잘될 거라는 생각, 잘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 그 모두를 떨쳐내고요.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 남들이 내 글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도 멀리 던져버리세요. 지금 여러분이 쓰는 바로 그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글임을 믿어야 해요. 글을 쓰는 순간만은 온전히 나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거예요.

 

작가란 단지 책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글을 쓰며 온갖 희노애락을 느끼는 사람이 아닐까요. 매일 글을 쓰며 나 자신을 조금씩 새로운 존재로 만들어가고, 식물의 나이테처럼 조금씩 자신을 갱신하여, 마침내 언젠가는 깨달음의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아름드리나무로 자라게 될 사유의 묘목을 키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화차를 드셔본 적이 있나요? 따뜻한 물을 부으면, 꼬들꼬들 아주 작게 시든 것처럼 보이는 국화가 물속에서 싱싱하고 샛노랗고 아름답게 새로운 꽃으로 피어납니다. 시들어 버린 기억을 글쓰기라는 따뜻함으로 되살려내는 과정 또한 그와 비슷합니다.

 

내가 왜 글을 쓰는가, 나는 누구와 어떤 공감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하여 글을 쓰는가, 내 글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매일의 일상 자체를 소중히 여겨야 해요. 이것은 글쓰기의 마음가짐, 생활의 밑바탕이지요.

 

글쓰기의 재능 3S

첫째, 스토리(story)는 언제 어디서나 이야기의 가능성을 보는 힘이에요 아주 작은 단어 하나만 봐도, 아주 사소한 이미지를 만나도 , 아주 미세한 향기를 맡아도 이 속에는 어떤 스토리가 숨어 있을까를 생각하고 상상하는 능력이지요.

둘째, 센시티브(sensitive)는 작가적 상상력의 원천이에요. 작가가 되려면 과도하게 예민하고 선세해질 필요가 있어요. 저 대목에서 어떻게 저런 감정을 느낄까, 저런 사건을 보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이런 과도한 예민함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근원이지요.

셋째, 스톡(stock)은 끝없이 저장하는 능력이에요. 이야기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거든요. 끊임없이 언젠가는 이야기가 될 만한 것, 언젠가는 책 한 권의 스토리가 될 만한 것의 재료를 쌓아 놓아야 야해요. 기억력에 의지하기 보다는 성실하게 메모하며 일종의 보물창고를 만들어야 하고 요. 파일별로 어떤 이야기의 장면이나 문장의 씨앗 같은 것들을 주제별로 모아놓아야 하지요.

 

어휘력과 아이디어는 같이 오기 때문에 따로 단어 공부를 하기보다는 이렇게 텍스트 전체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공부가 필요해요. 때로는 없는 단어를 창조해낼 정도로 독립적인 상상력이 필요해요. 어휘력을 늘리기 위해선 언어를 뛰어넘어 사유해야 해요.

 

짧은 글쓰기를 즐겨 보세요. 친한 사람에게 네가 좋아하는 단어 세 개만 선물해줘” “ 아무단어 세 개만 선물해주라고 말해 보세요. 단어를 선물해 달라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깊은 생각에 빠지고, 단어를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지 않을까요?

 

소설이나 영화가 아니더라도, 에세이나 시를 쓰더라도, 이런 스토리텔링은 필요해요. 누가 왜 어떻게 이런 사건이나 현상을 만들어 냈는지, 그 이유와 과정을 찾아내는 일이 곧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과 분명히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나의 이야기 중에서 다른 사람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선별해야 해요. ‘나 혼자 간직하는 게 나은 이야기함께 나누면 더 좋은 이야기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해요.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나의 이야기를 장작처럼 불태워서 다른 사람의 추운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데 써야 한다는 기쁜 의무감을 충족하는 글쓰기가 저의 꿈이에요.

 

글쓰기를 할 때 언제나 다짐하는 세 가지 원칙

첫째, 나 자신에게 정직하기,

둘재, 아주 작은 실험이라도 해보기

셋째, 독자와의 교감을 항상 잊지 않기

 

내 의견에 가장 반대할 것 같은 사람을 떠 올려보고, 그 사람조차도 능숙하게 설득할 수 있을 만큼 치밀하게 자료를 모아야 해요. 항상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나를 싫어하는 사람조차 내게 공감하도록, 필사적으로 독자와 나의 교집합을 만들어 갑니다.

 

첫 문장은 이 셋 중에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해요. 질문, 호기심, 설렘 이세가지 중 하나를 충족하거나 세 가지 모두를 충족하면 더 좋지요. () 첫문자을 쓴다는 건 조사나 연구를 통해 질문을 찾는 것이고, 마지막 문장을 쓴다는 건 그 조사나 연구가 나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삶을 어떻ㄱ ㅔ바꾸었는지에 대해 쓰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것 같아요.

 

두 가지 버전이 필요한데요. 모든 메모를 한 곳에 모아 놓은 파일이 하나 필요하고요. 또 하나는 주제별로 중요한 사진이나 문장을 갈무리해놓은 작은 파일들의 모음집이 필요합니다.

 

저에게 절대로 먼저 연락하지 않는 친구에 대한 뼈아픈 원망과 서운함을 담은 글이 있는데요. 그 글에는 아름다운 결론을 일부러 넣지 않았어요. 그냥 마음이 아픈 그대로, 친구에게 버리진 기분 그대로, 그 마음을 뭔가 다른 내용으로 꾸미지 않고 내버려두고 싶더라고요. 지금까지 그래본 적이 없거든요. 특히 글을 쓸 대는 뭔가 아름다운 결론을 내려고 분투해왔지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작은 실험들을 해 보았어요.

 

힘을 빼면 내 안에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하거든요. 그 의외성과 돌발성이 너무 흥미진진해요. 저와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가진 작가의 글을 읽어보는 것이 뻔한 스타일을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글쓰기 자체가 또 다른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써요. 글을 쓸 때 제 마음이 설레야 독자들도 설렐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요. () 깨닫는 여행이란, 풍경의 아름다움을 섭취하려고 사진 찍기에만 급급하지 않고 항상 그 이상의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여행이지요. () 쓰는 과정이 기뻐야 하고, 기쁘기 않으면 글쓰기의 계획 전체를 바꿔야 해요. 썼던 글을 지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또 쓰면 되거든요. 출발지, 여행의 기쁨, 기항지, 여행의 아름다움, 종착역, 여행의 기쁨, 이렇게 마음속으로 정해 놓고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됩니다.

 

나만의 서평을 쓰는 팁

책을 읽고 나서 기존의 나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대해서 써요. 책 내용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는 서평이 아니라 그 책이 내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를 쓰려고 노력해요. 또 서평을 쓸 때 사회현상이나 유행하는 단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일상적 모습과 책 속의 이야기를 어떻게 든 연결해보려고 노력하지요.

 

에세이는 이 모든 걸 갖춰야 하지요. 시인의 언어적 감각, 소설가의 스토리텔링, 칼럼니스트의 순발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해요. 에세이를 진정으로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장르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에세이의 특징은 바로 작가를 직접 눈앞에서 바라보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입니다.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데도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에세이의 감동은 내가 온갖 가면을 벗고 온전히 나 자신이 되는 순간에 시작됩니다.

 

재능은 발굴되기도 하지만 꾸준히 연마되고 제련되지 않으면 긁지 않은 복권에 그치고 맙니다.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라는 자만심보다는 나는 매일매일 글을 써야 하고, 글을 써야만 진정으로 깨어 있을 수 있다라는 간절함이 작가의 힘입니다.

 

글을 쓸 때는 항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라느 사실을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이 좋습니다. 글쓴이가 최상의 표현을 추구해도 읽는 이는 언제든지 오해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인해 빚어진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쓴 저의 글이 엄청난 비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와 집착으로 제 어린 시절이 오직 공부에 대한 강박으로 가득했다는 슬픔을 고백했는데, 댓글을 쓴 사람들은 부모가 열심히 공부 시켜서 좋은 대학에 보냈더니, 자식이 부모를 비난한다.’라는 식으로 오해를 했습니다.

 

작가님, 저도 글을 쓰고 싶어요. 그런데 작가로 살면 과연 먹고살 수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힘들다고 대답하지만, ‘글쓰기로 먹고 살 수 있는가보다 글을 쓸 수 없다면, 과연 살 수 있을까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내 안에 오랜 꿈을 이루어 주는 것.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조금 쑥스럽더라도 완전히 다른 나 자신이 되어 보는 것. 그리하여 다정하게 타인에게 말 걸 수 있는 용기를 내보는 것. 그것이 글쓰기가 제게 가르쳐준 희망과 용기의 비밀입니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책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죠, 때로는 너무 어려워서 던져버리고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고통을 포기하지 않고 단단히 붙들고 있다 보면, 쉬운 책 100권을 속독하는 것보다 어렵고 훌륭한 책 한 권을 제대로 정독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일임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항상 내가 찾는 단 하나의 자료에 집중하지 않아도 돼요. 한없이 넓어지는 자료 조사도 필요하고, 한 점에 초점을 맞추어 깊어지는 자료 조사도 필요하거든요. 깊이와 넓이를 다루는 법을 모두 배워야 해요.

 

딱 한 사람만 먼저 감동시켜보세요. 한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습작을 할 때는 바로 그런 소박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먼 훗날 위대한 작가가 될 사람들도 처음에는 단 한 사라이 자신의 글을 읽어주기를 바라며 글을 써요. 불특정 다수의 대중 독자를 상상하지 마세요.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무언가를 사랑하고 긍정하는 글쓰기였어요. 무언가를 사랑해야 좋은 글이 나오더라고요. 대상을 향한 뜨거운 사랑에서 분명 맑고 환한 에너지가 나와요. 누군가를 비난하고 싫어하는 감정에서 강한 에너지가 나올 수는 있지만 긍정적이고 환한 에너지는 나오지 않지요.

 

허세로 가는 길은 광팬의 입장에서 썼어요. 그래서 비판적 사고가 거의 느껴지지 않지요(웃음). 그런데 몇 년 후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지 중 한 권인 허세를 쓸 때는 아주 차분하게 미적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어요. 여러 번 헤르만 헤세가 쓴 책을 반복해서 읽다 보니 그제야 그 의 결점도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결점을 비판할 때조차도 아주 조심스러워요.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내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주제만 생각하고 연구하느라 시간도 잡생각도 잊을 때가 있지요.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쓰는 사람의 기쁨입니다.

 

서평은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느끼는 신인들에게 가장 좋은 글쓰기 방법이에요. 대상에 대한 애정, 분석 능력, 텍스트를 장악하면서도 읽기를 즐기는 힘을 키울 수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글쓰기의 대상과 대화하는 법, 문장력 훈련 등 모든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요.

 

수없이 반복해서 읽고, 고치고, 소리 내어 낭독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비판도 받고 칭찬도 받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그런 다음 두 번, 세 번 교정을 보고 완성될 때까지 열 번 이상은 고쳤지요.

 

서평이라고 해서 꼭 평서문으로 쓸 필요는 없지요. 일기 형식으로 써도 되고, 작가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서평을 써도 괜찮아요. 소설일 경우, 등장인물과 나누는 대화나 인터뷰 형식으로 소설을 쓸 수도 있고요. ‘내가 신바람을 느낄 수 있는 글쓰기의 방법을 스스로 개발해내는 과정이 중요해요. 역시 대상에 대한 불타는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하겠죠(웃음)?

 

속독은 글쓰기에 도움이 안 됩니다. 반드시 정독하되 한 문장 한 문장이 주는 울림에 귀를 기울이면서 글을 읽어보세요. 그때그때 떠오르는 감정들을 천천히 메모로 옮겨보세요. 그때그때 떠오르는 감정들을 천천히 메모로 옮겨보세요. 메모를 자유롭게 브레인스토밍 하듯 쓴 다음. 그 메모를 가지고 새로운 리뷰를 써 보는 거예요. 그 훈련을 1년만 하면 글쓰기 실력은 늘게 되어 있어요.

 

작가가 되려면 한 번쯤은 표현해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테마가 있어요.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 슬픔을 표현하는 거죠. 내 심장이 터져버릴 듯한 아픔을 표현해보는 거예요. 슬픔만큼 중요한 주제는 없죠. 우리는 슬픔 때문에 무언가를 끝없이 창조하는 꿈을 꾸는 건지도 몰라요.

 

여러분이 가장 절실하게 아파하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고, 그 주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 먼저 공감을 얻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모든 노력을 쏟아 부어 보세요. 그럼 반드시 응답이 올 거예요. 당신의 가장 아픈 상처야 말로 가장 눈부신 창조의 기적이 일어나는 장소이기도 하니까요.

 

내 무의식의 방이라는 책을 읽으며 이분은 내 영혼의 쌍둥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의 고민과 너무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서인지, 사는 곳과 환경이 다르지만 나와 너무 닮은 영혼을 지닌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었어요. 우리 두 사람 모두 분명히 온 힘을 다해서 세상을 향해 매일매일 문을 두드리는데, 세상이 나를 향해 문을 열어주지 않는 느낌을 갖고 사는 것 같았어요. 그것이 우리 두 사람의 똑 같은 상처였어요. () 놀랍게도 김서영 작가님이 제 글을 읽으시곤 눈물을 펑펑 흘리셨다고 하더라고요.

 

글쓰기란 이런 거예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매일 만난 사람보다 더 친밀해진 느낌. 서로 온전히 교감하고 있기에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은 느낌. 얼굴은 몰라도 그를 다 알 것만 같은 느낌. 그것이 교감의 힘이고 글쓰기가 가진 놀라운 감응의 힘이지요.

 

공감이란 그런 거예요. 서로 환경도 성격도 다를지라도,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인간적 감정의 본질은 비슷하거든요. 우리는 서로 닮은 고통이라는 보이지 않는 고리를 통해 강력하게 연결된 존재예요.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르다 해도, 글쓰기를 통해, 그 속에 표현된 고통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려면 반드시 내 삶을 오픈해야만 해요.

 

 

고립된 고통은 아무런 힘이 없어요. 하지만 고통을 누군가와 교감하면 고통마저 기쁨이 될 수 있어요. ‘, 누군가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내가 저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아라는 그 느낌이 결국에는 기쁨이 되는 거죠. 그게 글쓰기의 힘이에요. 원래 처음 시작할 때는 고통이었는데, 그 고통에 대해서 글을 쓰니까 누군가와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예요.

 

어쩌면 글을 너무나 쓰고 싶은데, 뭘 써야할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아직 자신의 삶의 문을 활짝 열 준비가 덜 되어서 그럴 수도 있어요. 조금 더 마음의 문을 열어보세요. ‘이런 것을 글로 써도 될까라는 질문의 답장을 좀 더 낮춰보세요. 바로 그런 것을 써야 하는 거예요. 이런 걸 정말 써도 될까. 걱정스러운 것. 그것이야말로 분명히 글쓰기의 소중한 재료가 될 거예요.

 

문학평론이나 영화에 대할 글을 쓸 때는, 그 가운데 문학작품과 영화가 끼어 있었으니까요.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쓸 때는 그냥 직구를 던졌어요. 그냥 내 삶이라는 직구를 던졌어요. 평론이 커브라면 에세이는 직구예요. 때로는 커브가 필요하지만 저는 직구를 던지는 체질이었어요.() 삶은 그런 것 같아요. 직구라는 직설화법이 안 통할 때는 커브라는 에둘러 각을 선택할 수 도 있지요. 하지만 공은 역시 직구잖아요. 삶도 역시 직구예요. 글을 쓸 때 내 삶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돌을 던지세요. 그 것 만큼 간절한 무기는 없어요.

 

 

늘 바라보는 곳이 아닌 낯선 장소의 삶을 이해해 보는 것, 머나먼 곳에서 취재하며 글 쓰는 일의 희로애락은 작가의 삶에서 매우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여행을 취재 할 때는 사진보다도 메모를 많이 활용하는 게 좋아요. 사진만 찍고 그 느낌을 기록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글을 쓸 때 애먹게 되더라고요. 여행을 가면 남는 건 사진뿐이라면서 사진 찍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잖아요. 그보다는 장소와 사건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게 취재에는 좋지요. 그 장소에 완전히 젖어 들어서, 온몸으로 , 온 마음으로 그것에 존재하는 것. 그것이 최고의 취재예요. 그러니까 정말 여행에 푹 빠졌을 때는 사진도 메모도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지요. 그냥 그곳의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 풍경의 아름다움, 예수 작품의 경이로움, 그 자체에 빠져들게 되니까요. 토포피리아, 즉 공간에 대한 사랑을 느끼려면 그 공간과 친해져야 해요, 공간과 친해지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일단 그곳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여행 중 비행기에서 글이 잘 써지기도 했어요. 지방 강연을 가기 위해 이동하는 기차에서 집중이 잘 되기고 했지요. 작업실이 없을 대는 주로 동네 카페를 이용했어요.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를 내면 주변 사람에게 미안해서 도서관을 이용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이 카페에서 저 카페로 이동하면서 글을 쓰는 게 30대 중반까지의 글쓰기 패턴이었어요.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집중할 수 있는 훈련을 한 것이 가장 멋진 일이었지요.

 

지하철에서 쓴 글도 정말 많아요. 원고지 10매 정도의 짧은 칼럼은 지하철에서 쓰기 딱 좋았어요. 지하철에 앉을 자리가 없을 땐 서서 쓰기도 했어요. 한 손은 노트북을 들어야 하니까 나머지 한 손으로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두드려야 했지요 노트북을 떨어트릴 뻔한 적도 많았지만 재미있었어요.

 

글쓰기에 집중할 때는 자기 자신을 감금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봉인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을 하나 만들면 좋아요.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이 아니라 멀티트래키을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길을 걸었다가 저 길을 걸었다가, 그러니까 글을 쓰다가, 딴청을 피우다가. 음악을 듣다가, 멍하니 있다가, 이런 식으로 여러 트랙을 왔다 갔다 할 뿐이라는 거예요.

 

어떻게 전업 작가가 되셨나요. 첫 번째 계기는 부지런히 쉬지 않고 글을 쓴 거예요. 글쓰기에 미쳐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지만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는 오히려 글쓰기에 더 미쳐 있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전환점은 제 안의 깨달음인데요. 글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거예요. 그렇지 않은 삶은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세 번째 전환점은 마지막 남은 제안의 미련과 결별하는 것이었어요. 아직도 저는 교수가 된 친구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데요. 저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공부하는 사람들의 길 위에 있었기 때문이지요.

 

잘 듣는 사람이 잘 말할 수 있듯이, 잘 읽는 사람만이 잘 쓸 수 있습니다. 타인의 글을 소중하게 읽고, 분석하고, 곱씹고, 헤아리면서 글쓰기의 감각을 읽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문학과 역사, 심리학 분야의 책들을 많이 봐요. 그림과 음악에 관한 책도 자주 보고요.

 

에세이를 잡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간혹 있더라구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글쟁이의 기본자세라 안 돼 있는 거죠. 짧은 추천사든 무슨 글이든 정성을 들여 잘 써야 해요. 내 이름이 붙는 글이니까요. 모든 글을 소중히 여기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문자 메시지 한 줄을 보낼 때도, 인스타그램에 한 줄을 올릴 때도, 이 글은 평생 남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썼으면 좋겠어요. 그 정도로 자신의 글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일단 우리 자신이 쓴 글의 첫 번째 독자가 되어야 하거든요. 여러분이 진정으로 글쓰기를 원한다면 내가 쓴 글에 대한 가장 냉철한 독자가 되어 보세요. 편만 들어 주지 말고, 칭찬만 받으려 하지 말고, 가장 혹독한 비판에도 귀를 열어 두는 뛰어난 독자가 되어야 합니다.

 

편집자는 내 글을 읽는 첫 번째 타인이자 가장 소중한 독자입니다.

 

항상 독자를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 하지만 그렇다고 독자만을 생각하면서 글을 써서는 안 돼요. 그러면 글에서 내가 사라져요 글쓰기는 결국 에고와 셀프의 대화이거든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나(에고)와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는 가장 깊은 곳의 나(셀프)의 대화를 독자에게 보여드리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친밀성의 힘은 이렇듯 수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인디언들은 친구를 이렇게 정의한다.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 내가 아이들의 슬픔을 등에 짊어지고 가기로 마음먹자. 아이들은 어느새 가르침의 대상이 아니라 한 명 한 면 더없이 소중한 다정한 길벗이 되었다.

 

아름답고 화려한 문장을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저의 내면과 거의 혼연일치가 된 그런 문장을 쓰고 싶었어요. 그것이 저의 유일한 문장론이기도 해요. 내 삶과 일치하는 문장, 내 마음의 무늬와 어우러지는 문장, 그리하여 그 문장 자체가 나의 영원한 분신이 되는 그런 문장을 꿈꿉니다.

 

글을 쓸 때도 단기 플랜장기 플랜을 나눠요 단기 플랜은 앞으로 몇 달안에 써야 하는 글, 며칠 안에 써야 하는 글을 쓰는 거예요. 이미 취재가 끝나 있어야 하지요. 항상 읽고 쓰는 삶을 습관으로 만들어야만 단기 플랜을 성취할 수가 있어요. 장기 플랜은 가끔 쉬어가면서 글을 쓰는 거예요. 쉴 때 오히려 생각날 수도 있는 아이디어들, 오래 고민해 보고 실패도 해보고 이제 좀 써볼까했는데 막상 ᄊᅠᆸ면 덜 무르익은 생각들, 그것이 장기 플랜의 주제죠.

 

그해 겨울 나는 처음으로 나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도움과 기대와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나만의 삶을 살기 시작하자 비로소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어떤 것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에고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논리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나의 셀프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감성적인 글쓰기가 나에게 맞느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통해서 진짜 내가 되느 시간, 내 안의 참매를 예쁘게 길러서 하늘 높이 날아오르게 해주는 시간을 이 책이 선사한다면 좋겠습니다. 다른 많은 일은 싫증이 나서 그만두기도 했는데, 글쓰기만은 그만두지 않았어요. 단지직업이라서가 아니라 진짜 좋아서 그랬던 거예요. 정말 좋은 일을 실증이 나지 않거든요.

 

 

한권의 책을 만들기까지 생각해야 할 것들

 

취재(무엇을 쓸 것인가)

: 끝없는 취재를 게을리하지 않는 탐구정신에서 글쓰기는 시작됩니다. 읽기와 듣기에서 여행과 인터뷰까지 부단히 조사하고 발견하고 연구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작가입니다.

테마(글쓰기의 운명을 결정하는 방향타)

: 내가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주제만 생각하고 연구하느라 시간도 잡생각도 잊을 때가 있지요.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 글을 쓰는 것이이야 말로 사람의 기쁨입니다.

교감(누구의 마음을 어떻게 두그릴 것인가.)

: 독자와 교감하는 글쓰기는 어렵지만 기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오래 스며드는 글을 쓰려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요.

공간(취재의 공간, 집필의 공간)

: 늘 바라보는 곳이 아닌 낯선 장소의 삶을 이해해보는 것. 머나먼 곳에서 취재하며 글 쓰는 일의 희로애락은 작가의 삶에서 매우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고백(내 안에 깊이 숨어 있는 이야기의 보물창고)

: 나라는 존재야말로 가장 풍요로운 이야기의 보물 창고라는 걸 우리는 자주 잊습니다. 입 밖으로 꺼내기 너무 어려운 말도 글로 풀어놓으면 누눕신 생각의 열매가 되곤 합니다.

독자(좋은 작가를 꿈꾼다면 우선 좋은 독자가 되자)

: 잘 듣는 사람이 잘 말할 수 있듯이 잘 읽는 사람만이 잘 쓸 수 있습니다. 타인의 글을 소중하게 읽고, 분석하고, 곱씹고, 헤아리면서 글쓰기의 감각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애정(대상을 향해 가져야 할 가장 소중한 감정)

: 글을 쓰는 대상에 애정을 지닌 이가 오래 글을 쓰고 독자의 마음속에 기억됩니다. 대상을 사랑하는 감정이야 말로 힘든 순간에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힘입니다

문장(눈부신 마지막 문장이 보일 때까지 다듬고 또 다듬기)

: 묘사, 은유, 상징은 글쓰기의 무기가 되지요. 문장을 만들고 다듬으며 끊임없이 퇴고하는 시간은 글쓰기의 클라이맥스이자 화룡점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