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 이춘성, 샘앤파커스, 2012
저자인 이춘성 박사님은 척추 분야에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척추질환의 80% 이상은 자연치유가 되니 과잉치료에 의존하지 말고, 치료를 받을 경우에는 검증된 치료를 받으라는 것, 그리고 평소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최고의 척추질환 예방책이라는 것이다. 또 잘못된 치료 방법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퇴출에 전문가인 의사와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척추 관련 치료법에 대한 나의 예상을 깨는 내용들이 많았다. 직접 척추 시술을 한 나의 경우와 장모님의 시술이 올바른 방법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기회가 됐다.
특히 한 의사의 이야기만 듣지 말고 둘째, 셋째 의사와 상의한 후에 같은 의견이 나오면 실시하라는 말을 의사로서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한 충격이다.
저자 소개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주임교수. 198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를 거쳐 척추 전임의로 일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주임교수(척추 분야)이고 서울아산병원 척추측만증센터 소장이며,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다. 미국 UC샌디에이고에서 전임의로 1년간 근무했으며 미국 측만증연구학회 회원이다. 한국의 명의 100명 중 한 사람으로서, EBS ‘명의’ 등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문사철文史哲의 교양이 삶에 녹아 있는 명망 있는 의사로 유명하다. 이춘성 교수는 중노년층 여성들의 허리 굽는 병인 ‘요부변성후만증’을 우리나라 학계에 최초로 소개했다. 그의 논문은, 척추외과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회인 측만증연구학회에서 수백 편의 참가논문 가운데 최우수논문의 차점자로 선정되었으며, 척추 분야 최고의 학술지인 <척추Spine>에도 개재되었다. 척추측만증수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이며, 대한척추외과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척추외과 분야 전문가들이 뽑은 ‘베스트닥터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독서 메모
‘훌륭한 의사는 독수리의 눈과 사자의 마음과 여자의 손을 가져야 한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의사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독수리의 눈과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만 있으면 훌륭한 의사로 보람차고 의미 있게 살 수 있을까? 내가 30여 년 동안 외과의사로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깨달은 것이 있다. 모두가 극구 말리는 어려운 수술에 쉼 없이 도전하는 의사든, 자신의 무모한 용기에 도취된 의사든,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한없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의사든 …, 의사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가진 지식과 기술로 사람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라는 것이다. 모든 의사의 마음속에서 꺼지지 않는 심지는,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나는 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산악인들이 줄기차게 정상을 추구하는 심리상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위험한 수술을 마다하지 않는 외과의사의 심리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험한 산을 오르고 힘든 수술을 하면서 얻는 건. 바로 자아실현 혹은 자아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산악인들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게 온갖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처럼 의사들도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기상악화나 불의의 사고로 산악인들이 조난사고를 당하는 것처럼 외과의사들도 예상치 못하 의료사고에 맞닥뜨릴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작도취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개인에 따라 그러한 성향의 정도는 차이가 있다. 사소한 일에 좌절하고 별것 아닌 것도 오래 고민하는 사람, 업무에 치여 자주 위축되는 사람들은 자기도취적 성향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주도성과 자기도취적 성향을 크게 키워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과 활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자기도취적 성향이 너무 강한 사람들은 자칫 독선적인 사람으로 비쳐 주변 사람들로부터 왕따 당하기 십상이니 자중해야 할 것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외과의사는 그렇다. 그렇다면 어떤 자질을 갖춘 사람이 훌륭한 외과의사가 될 수 있을까? 내가 30여 년 동안 외과의사로 살아오면서 깨달은 게 있다. 외과의 대가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첫째 전문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다. 둘째 뛰어난 수술 기술, 그리고 마지막은 무모함이다.
나는 신경손상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척추뼈를 통째로 제거한다는 도미타 선생의 발상에 놀랐고, 별다른 문제없이 침착하게 수술을 마치는 테크닉에도 놀랐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느릿느릿 서두르지 않고 수술을 했는데도 전체 수술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짧았다는 사실이었다. 정신없이 서둘러도 수술시간이 한없이 늘어지는 것을 많이 경험했던 나에게는 대단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수술은 항상 서둘러야 한다는 고정적인 관념과 역동적인 수술실 분위기에 익숙했던 나에게 도미타 선생의 수술은 고요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소리 없이 천천히 걸어도 소란 떨면서 빨리 달린 사람보다 목적지에 더 먼저 도착하는 축지법 같은 고요함. ‘보이는 힘力은 보이지 않는 힘氣만 못하고, 보이지 않는 힘은 고요함靜만 못하다’는 바둑에서 배운 진리를 실감할 수 있었다. 도미타 선생의 수술을 보면서‘아름다운 것은 어렵다’는 경구가 떠올랐다.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뜻이다. 정상의 자리나 인기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가. 살다보면 누구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가장 돋보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닮아야 할 사람은 정상에 오른 스타가 아니라. 인기에 연연치 않으면서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닐까? 아무리 스타라 할지라도 정상의 인기에 집착하는 순간. 그의 삶은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그저 인기의 노예, 남들의 평판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평생 살면서 ‘자랑질’ 하지 말라는 것이다. 재산 자랑, 업적 자랑, 자식 자랑 …, 자랑은 끝이 없다 하지만 내 자랑이 남에게는 비수가 딜 수 있다. 내 자식이 좋은 대학 들어갔다고, 사위 잘 봤다고 신나게 자랑할 때 시원치 않은 자식을 둔 친구는 엄청 고통스럽다. 그래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남 자랑’이다. (나는 내 자랑이 아니라 친구 애들 자랑하다가 평생의 베푸를 잃었다. 모처럼 만난 친구를 과하게 칭찬하는 과정에서 가장 친한 친구의 아픈 마음을 건들게 되고, 결국 내 곁을 떠나갔다. 지금도 마음속에 그날의 나의 실수가 통한의 한이 되어 남아있다. 몇 차례의 용서를 구하는 일이 있었는데도 아직 용서를 받지 못했다. 내가 죽기 전에 다시 친구로 돌아올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멍하다.)
보이는 힘(力)은 보이지 않는 힘(氣)만 못하고, 보이지 않는 힘은 고요함(靜)만 못하다. 어느 분야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아름다움과 통한다.
세월이 흐른 후에 생각해 보면, 당시에 왜 그런 치료법에 대다수의 척추외과 의사들이 동조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것 역시 애빌린 패러독스인 것이다. 의학의 다른 분야에도 애빌린 패러독스의 사례가 많을 것이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은 이제 그만 사라져도 좋지 않을까?
이 수술법은 미국인 의사도, 일본인 의사도, 전 세계의 모든 정형외과의사들이 ‘신라호텔 수술법’이라고 부른다. ‘신라’의 발음이 어려우니까 ‘쉴라’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많다. 과연 ‘신라’라는 단어가 어쩌다가 척추수술법의 이름이 되었을까? (중략)
나사못수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은 매카시 선생은 당시 신라호텔에서 숙박을 했는데, 밤에 잠을 청하다가 갑자기 조기발현 측만증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의 심한 측만증에 나사못수술법을 적용하는 아이디어였다. 그는 한밤중에 벌떡 일어나 호텔 메모지에 아이디어를 옮겨 적었다. 그렇게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라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적고, 또 적었다. 매카시 선생은 미국으로 돌아간 후 그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수술기계를 개발하여 어린이 환자들에게 시술을 했고, 학회 발표를 통하여 그의 새로운 수술법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누군가가 새로운 수술법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을 때 매카시 선생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고 한다.
“한밤중 일어나 아이디어를 적었던 호텔 메모지 상단에 수술법 이름이 적혀 있다. 신라호텔!”
그래서 이 수술법의 이름이 ‘신라 수술법’이 된 것이다. 신라호텔은 매카시 선생 덕분에 전 세계 척추외과 의사들 사이에서 명소가 되었다.
의사의 영리 추구와 자본가들의 영리 추구, 과연 어느 편이 도덕적, 현실적으로 더 문제가 될까?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소유 주체가 누구여야 하느냐는 논쟁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광이 진료행위나 부도덕한 진료행위에 대한 감시체계의 확립이 아닐까 싶다.
좋은 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중용의 도를 취하게 하는 것이 좋다. 환자를 접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과 동시에 항상 겸손하게 객관적인 의학지식을 받아들여 학과 사가 적절히 균형을 갖추어 야 한다.
척추성형술은 골다공증 때문에 발생한 노인 척추골절에 사용되는 시술법이다. 척추 뼈가 골절로 주저 않으면 심한 통증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다. 그런데 노인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으면 골다공증이 더 심해지면서 다른 뼈가 또 골절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을 예방하기 위하여 가급적 환자를 빨리 움직이게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사용하는 시술이 바로 척추성형술이다. 액체 상태의 ‘골 시멘트’를 가느다란 관을 통하여 골절된 척추뼈 내부로 주인하면 시멘트가 딱딱하게 굳으면서 주저앉은 척추뼈를 탄탄하게 지지해주어 통증이 감소된다. (작년 10월에 장모님께서 시골집 마루에서 넘어지시면서 떨어지셔서 척추성형술을 받으셨다. 1년 전에도 한 번 받으셨는데 이번에도 받으셨다. 그 땐 척추성형술이라는 용어는 듣지 못했고, 시멘트를 주입하여 굳히는 시술을 받는다고 했다. 시술 시간도 30여분 정도에 끝나고 다음날 퇴원할 정도로 간단한 시술이었다. 직접 경험한 시술 방법을 책을 통해 알게되니 새롭다.그 런데 이 수술법이 논쟁의 대상이 된다고 하니 그것 또한 눈여겨 볼 일이다. 결과적으로 통증이 해결되고 일찍 퇴원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우리나라 의사님들을 믿게 되었다.)
왜 디스크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의 수술 결과가 더 나쁠까? 꼭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될 디스크 환자를 수술하기 때문에 수술건수는 엄청 많은데 반해서 수술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게 나온다는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의사가 불필요한 수술을 권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이다. 단순히 수술건수의 많고 적음이 그 병원의 질과 항상 정비례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세상에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 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경력 과대포장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외래교수, 교환교수, 초빙교수 등의 각종 ‘교수’타이틀을 남발하는 현상이다. 현재 ‘외래교수’라는 직함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해당 대학의 내과, 일반외과 등 각 교실 출신 의사들에게 개업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누구에게나 손쉽게 붙여주는 타이틀로 변질되었다. 대학교수보다 실력이 뛰어난 개원의도 많고, 훌륭한 논문을 쓰는 개원의들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교수라는 명함을 내세워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편 ‘교환교수’나 ‘초빙교수’도 좀 이상하다. 누가 누구와 ‘교환’을 하고, 누가 누구를 ‘초빙’했단 말인가? 자신이 원하여 외국 대학병원을 일정 기간 방문하거나 그곳에서 배우고 왔으면서, ‘교환교수’ 타이틀을 거리낌 없이 쓰거나 ‘초빙교수’라는 낯간지러운 표현을 쓰는 것이다. 상대방 나라의 대학병원에서 알면 기가 찰 노릇이다. 내가 아는 한, 특정 분야의 대가가 아닌 이상 유수의 해외 대학병원에서 교환교수, 초빙교수 제도를 운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
첨단 과학을 이용한 치료법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유독 ‘첨단과학’, ‘첨단기술’을 앞세우는 병원이라면 의도적인 과장광고 즉 얄팍한 상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프리카에 디스크 환자가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우리나라나 미국 같은 의료선진국의 불필요한 치료, 과잉치료가. 오히려 요통환자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다.
척추수술을 받기 전에 미리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보겠다.
첫째, 의사가 수술을 권했을 때 성급하게 수술을 결정하지 말고 반드시 다른 전문가로부터 두 번째 의견, 필요하다면 세 번째 의견을 얻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두 수술을 하는 쪽으로 일치한다면, 수술을 받아도 좋다. 하지만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다면 일단 수술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왜 불신을 조장하느냐고 비난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상업적인 의료행위가 범람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첫 번째 의사 한 사람만 믿고 무조건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실제로 어떤 의사들이 척추수술을 권하는 기준을 보면, 60세가 넘은 사람 전체의 1/3 정도가 수술을 해야 한다. 마구잡이로 수술을 권하는 것이다. 다른 의사에게서 두 번째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환자들의 당연한 권리다. 미국과 같은 의료선진국에서는 두 번째 의견을 얻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고, 두 번째 의견을 얻지 않으면 보험의 혜택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수술결과에 관해서 환자의 평가와 의사의 평가가 이렇게 서로 다를 수 있다. 의사 입장에서 수술결과를 평가하는 것을 ‘의사 중심의 평가’라고 하고, 환자 입장에서 수술결과를 평가하는 것을 ‘환자 중심의 평가’라고 한다.
인지부조화의 심리상태는 주식 시장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주식이 떨어지는 시점에 어떤 투자자들은 "곧 바닥을 치고 반등할거야." 같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 듣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불리한 정보는 의식적으로 외면하는 경향을 보인다. (...) 자신이 제안하고 집행한 정책에 오류가 나타나는 경우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는 쪽으로 몰아간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줄기세포 사태 때 H교수 지지자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광우병 사태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양측은 ‘인지부조화에 따른 자기합리화’라고 서로 비난하기도 했다.
레온 페스팅거는 오랜 세월 동안 인지부조화 현상을 연구한 후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위선과 잘못, 어리석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놀라운 정신 활동을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세상만사가 다 우리 마음의 조화라는 경구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새삼 느끼게 된다.
디스크라는 병에서 통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돌출된 디스크가 주변의 신경을 누르는 것이 통증의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 이것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 학자들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신경이 눌리는 것 자체로는 통증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으며, 실제로 동물실험에서 신경을 실로 꽉 묶어도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통증을 느끼려면 신경이 눌리는 것과 동시에, 눌린 신경에 염증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허리 디스크의 자연경과는 어떨까?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전체 환자의 약 80%가 한두 달 정도 안정적으로 치료하면 증상이 현저하게 호전되고, 시간이 좀 걸려도 결국 자연치유가 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있다. 돌출된 디스크의 크기가 엄청 크거나, 디스크를 감싸는 막이 터진 ‘파열 디스크’의 경우는 어떨까? 놀랍게도 그런 경우에도 자연치유가 잘 된다.
이런 난세에서는 환자 스스로가 올바른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원칙에 충실하면서 정도 正道를 잘 따르는 것'이다. 원칙이란 '전체 환자의 80% 이상이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한두 달 안에 증상이 호전된다'는 자연경과(자연치유)의 원칙을 말하며, 정도란 '검증된 치료방법만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디스크로 심한 통증이 발생할 경우 당황하지 말고 80% 정도인 자연치유의 가능성을 믿고 침착하게 대처하도록 한다. 만약 증상이 좋아지지 않아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에는 특정인이나 특정 병원이 주장하는 치료법보다는 대다수의 의사들이 사용하는 치료법, 과학적으로 치료효과가 검증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어떤 의료행위이든 장점(밝은 면)과 동시에 단점(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하겠다. 그리고 그 의료행위를 일반인들에게 소개할 때 좋은 점만을 강조하면서 단점이나 문제점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레이저 디스크 수술은 1980년대 중반에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엄청나게 많은 디스크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술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효과가 큰 레이저의 파장이 무엇인지, 레이저를 가하는 시간, 에너지의 양 등 사용방법에 관한 정리가 아직도 되어 있지 않다. 또한 안정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길면 3년 짧으면 1년 이내에 사그라드는 치료법들이 너무나도 많다. 허리디스크와 요통의 치료방법들 가운데 짧은 기간에 사그라진 ~.
새로운 수술방법이 충분한 검토도 없이 홍보되고, 일시적으로 유행하다가 문제점이 발견되면 사용이 줄어드는 현상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환자나 보호자 가운데도 유독 새로운 치료법을 선호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검증과정을 거치고 다수의 전문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술법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한 아이가 취하는 자세는 현재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근육의 힘(근력)’과 ‘골격’이 조화를 이루어 나타난 결과다. 누구나 자신의 근력과 골격 상태에서 가장 효과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자세와 관련된 몇 가지 오해
첫째, 자세를 잘못 취하면 척추가 휜다는 오해다. 측만증의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둘째, 잘못된 자세 때문에 디스크 같은 척추질환이 생긴다는 오해다. 역시 디스크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셋째, 자세와 척추변형을 혼동하는 잘못된 생각이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잘못된 자세라기보다는 같은 자세를 오랜 시간 취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자세라도 그 자세를 오랜 시간 지속할 때 몸에 부담을 주게 된다.
누구나 교정치료를 받으면 휘어진 척추가 쉽게 교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측만증에서 교정치료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얼굴을 매일 옆에서 눌러주는 교정치료로 동그란 얼굴이 가름하게 바뀌길 기대하는 것과 같다.
세상사가 다 그렇겠지만 세렌디피티도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고 한다. 세상을 살면서 간혹 별로 내키지 않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그냥 무던하게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인가 보다’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때로는 ‘운 좋은 발견’이 라는 보답이 돌아오기도 한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다. 이런게 바로 진인사대천명이 아닐까.
간단한 수술로 좋아질 환자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정말로 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간단한 수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달리 이야기하면 간단한 수술은 사실 불필요한 수술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금언이 척추수술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노인이 되면서 척추관협착증 등의 척추질환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것을 억지로 막으려고 간단한 수술, 예방수술 등을 하다 보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수술보다는 평소 여러 운동(걷기, 등산, 수영, 스트레칭, 요가 등)을 적극적으로 하여 척추를 지탱해주는 근육을 강하고 부드럽게 유지해 주는 것이 척추질환의 가장 좋은, 그리고 손쉬운 치료법이자 예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자불언(知者不言) 언자부지(言子不知) : 아는 사람은 말이 없고, 말이 많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줄 가장 좋은 특효약은 바로 ‘근거중심의학’이다. 근거중심의학의 기준으로 볼 때 어떤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RCT 연구를 통하여 위약효과보다 우수한 치료성적을 보여야 한다.
의학은 통계의 학문이다 어떤 치료법을 인체에 적요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동물실험 등을 통해서 안정성을 입증해야 하며, 그 이후에도 아주 신중하게 다수의 환자에게 사용하여 정말 치료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통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한 어떤 특효법도 인체의 치료법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 현대의학의 불변의 진리다.
“히틀러가 유태인을 공격했을 대,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관심이 없었다. 히틀러가 가톨릭을 공격했을 때, 나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관심이 없었다. 히틀러가 노동조합을 공격했을 때 나는 조합원이 아니었다. 그래서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히틀러가 프로테스탄트 교회를 공격했다. 이제 그 일을 걱정해줄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일본을 우습게 안다. 전 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일본을 우습게 여긴다고 일본을 이기는 것이 아니다. 먼저 그들을 잘 알고, 그들의 장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섬으로 접근하는 배에서 섀클턴은 쌍안경으로 깃발을 흔들어대는 대원의 숫자를 헤아렸다. 22명이었다. 그동안 한 사람도 사망하지 않은 것이다. 섀클턴은 그제야 처음으로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당시 그의 심정은 아내에게 보내 편지에 잘 나타나 있다.
“드디어 해냈고 …. 한 사람도 잃지 않고 우리는 지옥을 헤쳐 나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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