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 다이빙 후기(한겨울의 웹슈트 다이빙)
다이빙을 시작하고 몇년동안은 드라이슈트가 없어서 1년내내 웹슈트로 다이빙을 했었다.
어느해인가는 겨울내내 주말마다 바다를 가면서도 드라이를 준비하지 못했었는데..
2000 년인가는 양평 아이스다이빙도 웹슈트로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젠 비싼 드라이를 준비해 놓고도 자주 가지를 못해 서재에 걸려있는 드라이만 쳐다보고
아쉬움을 달랜다.
2002년 웹슈트 겨울 다이빙 후 쓴 후기인데 그날의 바닷속이 너무 생생하게 떠 올라
올려봤습니다. 그때 같이 자주 다니던 벗들은 요즈음도 자주 다니시는지요???
일시 : 2002년 2월 24일 12시
장소 : 강릉시 주문진리조트 교육짬
날씨 : 흐림
바람 : 있음. 주의보는 없었음
파도 : 있음 조금더 심하면 다이빙 포기 할 뻔 했음
이다이빙은 추암벙개로 시작되었으나 주문진 날치기로 변했음
일요일 새벽 5시 안양의 한림대 병원 앞에서 키키님과 커런트님을 만났다. 물론 옆자리엔 사랑하는 마눌님도 태우고,
안양농수산물 시장 넓은 주차장에 두 분의 차를 주차시키고 서울순환외곽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를 이용 추암에 8시 25분쯤 도착하니 차돌이님께서 사모님과 국화빵 둘(아들)을 데리고 기다리셨다.
무인도님 내외분, 물사랑님, 이쁜엄마, 공기짱, 만타. 바다. 아나카프리님(비슷한 닉네임이 있어서 힘들어도 꼭 끝까지 써야한다.), 광토님, 실비아님, 그리고 만타님인가와 같이오신 또한 분, 무인도님과 일행인 강사님 까지 대식구가 오래 기다려서 매운탕을 맛있게 먹었다.
작은 사건 하나에 물사랑님의 STOP!, THINK!, ACTION!으로 신속하게 강릉으로 이동, 모르는 길을 물어 물어 갔는데 핀스 클럽은 문을 열지 않았고, 안목리조트는 다른 팀들이 많아서 기다림 속에서 아쉬움을 더하고 북으로 북으로 핸들을 잡았다.
차돌님의 밀고 자르기 덕분에 늦게 출발하여 불들어온 연료게이지를 불안해 하다 경포대를 지나 겨우 채우고(차돌님차), 물사랑님의 방파제만 찾아오라는 전화에 아쿠아죤까지... 그러나 다시 더 북상
드뎌 주문진(옛날 자연탐사대란다.)까지.....
그래도 우리를 반겨주는 곳은 있었다.
이미 12시를 넘긴시간 빨리 서둘러야 2깡 할 것 아닌가. 너울이 자꾸 높아진다. 그래도 폭풍주의보만 아니면 우린 간다.
먼저 나와 바다, 공기짱님과 차돌님, 그리고 무인도님과 사모님이 버디를 하고, 다른팀(무인도님 그분들이 강사님이신가요?)과 같이 입수준비완료.
공기짱님부터 입수하려는 순간 어멈! 이게뭐야. 공기짱님의 오리발의 밴드가 잘라져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순간에 저부터 뒤로 벌러덩 입수, 공기짱님은 그곳 강사님의 응급처치로 오리발은 수리(?)하여 다시 입수.
그사이 무인도님과 사모님께서 입수하셨으나 사모님의 호흡기가 거친 파도에 빠져버리고 몇 번의 반복후에 아쉽지만 다시 승선을 하시고 무인도님만 다이빙을 하셨답니다. 사모님은 벌써 세 번째 해양실습이신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신데요, 이번 필리핀에서는 환상적인 다이비아 하시기 바랍니다.
10kg의 웨이트가 가벼운지 BC의 바람을 다 빼도 잠수가 되지 않아 에라 모르겠다. 헤드포스트!
먼저 들어간 바다님이 수심 5m 정도에서 나를 쳐다본다.
시원한 바닷물이 빰을 스치고 바닥에 도착하여 주위를 둘러보니 공기짱님, 차돌님, 바다님이 모두 OK사인이다.
잔압게이지를 보니 150바. 출발~~~~ 바다님께 엄지손가락으로 방향을 표시하고, 동그랗게 오케이 사인도 받고 서서히 출발. 처음에 짝 다이빙 개념으로 들어갔는데 어느새 그룹다이빙이 되어 버렸다. 다른 분들은 보이지 않고 우리 네 명만 유유히 유영을 즐기고...
수심 15m, 수온 8도정도 시야 대략 7~8m. 부유물이 많이 떠다니는 바다지만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
한참 유영중에 공기짱님이 커다란 불가사리를 하나 잡더니 채집망에 집어넣는다. 짱님은 항상 채집망을 가지고 다니시나보다. 바다님은 요리조리 바위틈을 누비고 차돌님도 서로서로 엉켰다가 풀어지면서 그룹다이빙을 즐겼다.
수중 생물과 풍경은 다른 동해안의 자연 암반짬과 너무 흡사하여 새로운게 없었지만 물 속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마냥 행복하다. 문득 물밖에서 TV나 보고 있을 마눌님이 불쌍하다. 이렇게 좋은걸 못보다니
중간 중간 잔압도 체크하고 어제 배운 중성부력도 연습하면서 멍게 물구멍도 건드려보고 성게도 만져보고 구멍속의 물고기와 숨박꼭질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짱님이신가 주워주신 개전복도 들고 다니다 떨어트리니까 바람에 종이 날리 듯 팔랑팔랑 떨어지는 모습이 좋다.
그때 바위틈에서 뭔가 살짝 움직이는게 보인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놈이 움찔 놀란 듯하다. 가지고 간 갈코리로 살짝 건드리니까 위로 쓱 딸려온다. 미국놈 오노의 모가지를 잡듯이 움켜잡고 개선장군모양 주위를 둘러보니 차돌님이 달라고 한다. 인수인계. ㅎㅎㅎ 기분이 참 좋다.
공기짱님은 불가사리를 주워담고, 바다님은 멍개 점호 취하고. 난 구멍속에 무슨 미국놈 첩자라도 들어있나 열심히 살피고 다녔다.
공기짱님의 펄럭이는 머리카락이 보인다. 갑자기 몸이 추워옴을 느낀다. 용감한 공기짱님! 파이팅 공기짱님! 이추운날 웹슈트에 후드도 없이 다이빙이라니 정말 존경할 만하다. 여름에도 후드가 없으면 목뒤가 뻐근한데 말이다.
한참을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 어라! 입수 라인이 설치된 장소가 아닌가. 앵커라인에 묶여있는 보트가 어렴풋이 보일 듯 말 듯 한다. 잔압을 체크하니 60바. 공기짱님이 무척 추울 것 같다. 나도 조금씩 찬물이 슈트속으로 들어옴을 느낀다. 잠수시간 25분, 공기짱님의 공기통을 두들기고 상승신호를 보내니 오케이란다. 바다님과 차돌님께도 사인을 하고 앙카라인 주위에 모여 서서히 상승을 시작했다.
수심5m로 올라오니 약간의 조류가 흘러 감압중에 슬슬 떠내려 간다. 갈고리로 줄을 당겨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핀킥을 이용하지 않고 중성부력 맞추기를 해본다. 흠~~~~! 연습한 보람이 있군 지난번보단 조금 나아진 것 같다.
문득 제주 문섬한계창에서 광토님의 환상적인 감압동작이 떠오른다. 나는 정신없이 핀킥을 하여 5m를 유지할려고 애쓰는데 광토님은 꼭 빨래줄에 걸어놓은 것 처럼 떠있었다. 제주도 투어이후 수영장에서 열심히 연습했던 보람인가 핀킥이 전혀 없이는 곤란하지만 그래도 호흡으로 감압을 할 수 있다니..
항상 느끼지만 감압을 위해 떠있는 시간동안 수면을 통해 비춰지는 햇살이 너무 곱다. 몽울 몽울 버블의 모습을 보니 이곳이 무릉도원인가도 싶다.
공기짱님과 차돌이님이 먼저 올라가고 바다님과 1분 정도 더 있다가 상승 사인을 보내고 바다님을 올려 보냈다.
다이빙 교재에서 본대로 오늘은 3m에서 1분간 감압을 해 봐야지 맘 먹었다.
그런데 비시의 공기를 다시 빼고(나오지도 않았다) 호흡을 모두 뱉었다. 그래도 살살 올라간다. 억지로 폐속의 공기를 마져 뱉었다. 그래도 슬금슬금 올라간다 도저히 숨을 더 뱉을수가 없다. 흐흡하는 순간 어느새 수면이다. 상쾌한 공기가 새롭다. 공기탱크의 공기보다 역시 자연의 공기가 맛이좋다.
(10Kg의 웨이트를 착용했는데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오리발을 벗어 보트위로 보내고 웨이트를 풀려다 그냥 사다리로 올라왔다. 잠시 선상에서 쉬는 사이 모두들 무사히 승선을 마쳤다. 공기짱님이 무척 추웠나보다. 목이 뻐근하다 하신다. 후드의 역할이 중요하긴 중요한가보다. 얇은 후드조끼에 달린 후드라도 쓴 분들은 다 괜찮은데 유독 힘들어 하신 것 같다.
돌아올 땐 뱃머리에 앉아 높은 파도에 튀어오르는 스릴을 만킥하며 멀리 대관령의 눈덮인 산야를 바라보니 온갖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
나머지 분들과 교대하여 바다로 보내고 장비를 세척했다. 시간이 없어 한 번 더 하고픈 마음을 조용히 억제하고 주문진 리조트의 인심 좋은 스텝들과 이런저런 덕담으로 휴식을 즐겼다.
오랫동안 기다려준 마눌님과 방파제에 가서 예쁘게 사진도 찍어주며 저물어가는 겨울 바다에 흠뻑빠졌다. 살속까지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이 도시의 찌든때를 말끔히 씻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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