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불연듯 생각나는 천상병 시인

그루 터기 2021. 2. 4. 23:10

오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제2의 인생 설계를 시작한지 5개월 
쉬는 건지, 노는 건지, 공부를 하는건지, 취직 준비를 하는건지도 모르게  훌쩍 지나가 버린 5개월

최근에 다시 시작한 자격증 공부에 스트레스도 살짝 받고
오늘은 특히나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


문득 책꽃이에 꽂힌 천상병 시인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이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곤 하는 시인 천상병 

지난번 오래된 책들을 전부 치울때도 여섯권의 시인님의 책과  부인이신 
목순옥 여사님의 책은 절대 못 치우게 했다.

 

한 때 천상병 시인이 생각날 때마다 목여사님께서 운영하시던 
인사동 귀천을 자주 가곤 했었다. 
사과나무 궤짝위에 올려놓은 듯한 작은 테이블에 서로 초면인 분들과 합석을해도
시인의 공간안에 있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했던 시절이었다.

 

자그마한 키의 순한  목여사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한데 
시인을 따라가신지도 벌써 10여년.

 

오늘 다시 그분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내 삶에 대해서도

 

 

내가 좋아하는 시 두편을 옮깁니다.

<귀천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


 

<소릉조>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 천 상 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