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나의 말 버릇 속에는 내가 잘 느끼지 못하는 말 버릇이 있다.

그루 터기 2021. 6. 9. 08:24

나의 말 버릇 속에는 내가 잘 느끼지 못하는 말 버릇이 있다.

그 버릇도 내가 찾은 것이 아니라. 마누라보다 더 친한 친구가 찾아준 버릇이다. 버릇이라고 표현한 것은 결코 좋은 버릇이 아니라 나쁜 버릇이다.

나는 지금도 잘 느끼지 못하지만 나는 항상 말을 하고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핑계를 댄다거나 구실을 찾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처럼 수긍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한 말들을 자꾸 확인하다보니 정말 나는 항상 이유를 찾는 버릇이 있었다. 어쩌면 그게 바로 내 행동에 대한 핑계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직장 생활할 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느꼈을텐데 나만 몰랐던 것 같다.

난 나의 말버릇 속에는 항상 논리적이고 정확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표현했는데 지나고 보니까 그 자체도 벌써 핑계나 구실을 찾는 거나 다름없었다. 또 원칙을 준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과연 원칙을 준수한 건지 내가 더 정확하다고 표현하기 위해서 그랬는지 지금도 의구심이 든다.

정말 자주 쓰는 단어 중에 왜냐하면’ ‘그러니까’ ‘그렇다면이라는 단어들이 있었다. 이런 단어들은 이미 구실을 찾는 단어이다. 또 어떤 일이든지 그 이유를 찾는 버릇이 있는데 그 또한 핑계나 구실을 찾는 것이 되었다. 원칙은 이것 인데로 시작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원칙이 그러면 그냥 지키거나 말하면 되는데 꼭 원칙은 그런데 많이 양보하는 것처럼 말을 하는 나쁜 습관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까운 사람들과도 자주 부딪히고, 말씨름을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대화를 하거나 행동을 하면 항상 거기에 걸 맞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야기 했던 것이 남들이 듣기에는 또 다른 핑계를 대는 것처럼 들렸을 것 같다.

그 대화를 끝내고 나면 나는 도저히 상대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한 말이 다 맞는 말인데 왜 반론을 말하는지 도리어 괘심하기까지 했었다.

 

이제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말 버릇 속에는 나만 모르는 그 나쁜 버릇이 있어서 남들을 곤란하게 하고, 대화를 부드럽게 못하고, 결국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대화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쓴 글도 항상 그렇게 결론을 몰고 가는 건 아닐까?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정확히 어떤 표현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느껴지게 되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즉 아직도 내 말 중에 하지 않아도 되거나 하면 않되는 말을 잘 골라내지를 못한다. 당연히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내 말버릇 중에 핑계나 구실을 찾는 것이 어떤 것인지 오늘도 반성하며 찾아보려고 애를 써본다.

 

지금 친구를 만나러 나가야 하는 이유는 내가 나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는 집에 있고 싶은데 친구가 나오라고 해서이고, 술을 한 잔 먹어도 그냥 먹고 싶어서 먹는게 아니라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서, 내가 속상해서 등등 이유가 많고, 친구들이 만나자고 할 때 내가 그냥 바쁜게 아니라 오늘은 손주가 오는 날이어서, 오늘은 가족 모임이 있어서,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등 어떤 이유든지 꼭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날도 있었지만 내가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을 때도 그런 이유를 대고 약속을 잡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도 꼭 이유가 있고, 아래 직원들에게 잔소리도 꼭 회사를 위해서 하는 것으로 토를 달고, 나는 정확하고 이러고 싶지 않은데 이런 저런 이유로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식이었다.

술을 정량보다 더 먹은 이유는 안주가 많이 남아서이고, 안주를 더 시키는 이유는 술이 남아서이다.

 

나는 남에게 뭘 베풀어 준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물질도 사랑도, 내가 아낌없이 물질과 사랑을 나누어 준 대상은 가족에 불과했다. 이웃이라고 부를 수 있는 타인에게 나는 철저하게 무관심했다. 물론 남을 해친 적도 없다고 여기고 있고, 모르고 잘못한 적은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남에게 악을 행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곰곰하게 생각해 보면 내 의지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힘들게 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한 것들이 나의 말버릇에 녹아있고, 그 말버릇이 상대방을 힘들게 하지 않았을까? 내심 부끄럽고 미안하다.

 

오래전에 천주교에서 하던 운동 중에 내 탓이오! 다 내탓이오!’ 하는 운동이 생각이 난다.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오늘 고민하는 핑계도 필요 없고, 구실도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일을 내 탓으로 하면 그런 일도 없을 텐데, 모든 일을 남 탓으로 돌리다 보니 내 말버릇이 나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주 고약한 버릇이다. 못난이의 전형적인 남 탓하기가 내 말버릇이 되다니. 결국 나는 그 못난이임에 틀림이 없다.

내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 나쁜 남 탓 버릇을 꼭 고쳐야 하는데. 그런 교육이라도 시키는 곳이 있으면 가보고 싶다.

 

 

달라이 라마의 말을 빌려 적어본다.

매사에 남 탓으로 돌리면 그 만큼 고통을 겪게 되지만 매사가 내 탓임을 깨닫게 되면 평화와 기쁨을 배우게 될 것이다.”

 

 

 멀리 대청봉이 보이는 곰배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