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한시간 거리의 파주 친구집 나들이에 재미가 붙었어요

그루 터기 2021. 8. 29. 18:46

   나에겐 19살 서울 생활을 시작 하면서 만나 지금까지 아주 가깝게 지내는 장배라는 친구가 있다.

 

   가끔 파주에 있는 이 친구 집에 놀러간다. 볼일도 있지만 거의 놀러가는 경우가 많다.

   친구가 공장을 운영하지만 요즈음 코로나로 일이 많지 않아 공장 겸 집인 건물 주위의 텃밭에 더 열심이다. 철마다 지은 농산물을 얻어 오는 재미도 쏠쏠하다. 농산물이라고 거창하게 표현했지만 텃밭에 다양한 작물을 키우다 보니 친구가 먹고 남는 거 조금 나누어 먹을 정도인데, 내가 갈 때마다 내 몫으로 준비했다가 준다. 오이, 호박, 감자. 대파, 고추, 고구마, 땅콩, 토마토 외에도 이것저것 제철에 맞는 채소를 챙겨준다. 엊그제 김장철에 먹을 무, 배추와 쪽파도 심었는데 새싹이 파릇파릇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심은 것도 한줄 씩은 내 몫이란다. 밭가에 심어져 있는 대추도 한창 크고 은행나무에 은행도 많아 달려 있는데 이건 수확할 때 자기 몫은 자기가 수확해야한단다. 이런 과실류는 키우는 데도 손이 많이 가지만 수확하기 쉽지 않아서 모여서 따야한다. 나야 당연히 오케이다. 그냥 가서 다 수확한 과일 채소를 얻어오는 것 보다 같이 따고, 줍고, 씻고, 다듬어서 오는 것이 옛날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재미도 있다.

 

   이 친구는 엄마처럼 농사지어서 뭐라도 하나 더 싸주기 위해 이것저것 챙겨준다.

   차에 시동을 걸고 가려고 하면 잠깐만!” 한다. 텃밭으로 뛰어간 친구의 손에는 아직 다 굵지도 안는 가지가 들려 있는 경우도 있고, 가뭄에 초생달처럼 구부러진 오이가 들려있는 때도 있다. “괜찮다니까!”하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창문을 열고 덥석 받아 넣는다.

 

   이렇게 무공해 채소와 과일을 얻어먹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것보다 귀농한 친구 동네의 시골 동네 분위기가 좋아 맘이 편안하다. 둔덕아래 옆집에 사시는 이장님과 과수원 집 이웃 형님도 이젠 친구처럼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어 참 편하다.

   이곳에는 작은 원두막이 하나 있다. 10여년 정도 된 느티나무를 그늘 삼아 나무아래에 철재로 뼈대를 만들고, 이장님이 주신 나무송판으로 바닥을 만들고, 지붕은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원두막인데 튼튼하게 잘 만들어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본 건물에서 전기도 끌어와서 냉장고도 설치하고, 라디오에 중고 전축 스피커를 연결하여 하루 종일 노래도 나온다.

   이런 사랑방에 모이면 원래 술 한 잔 하는 재미에 자주 만나는데 어찌하다보니 4명이 모두 술을 못한다. 제일 큰 형님인 이웃 형님은 원래부터 술을 배우시지 않으셨다고 한다. 친구와 이장님은 위암 수술과 시술을 받으신 분이라 술을 못하고, 난 통풍이 있어서 술을 못해 전부 술도 못 먹는 바보들이다. 술 대신 항상 커피 한 잔으로 대신하지만, 제철 과일이 익을 때는 복숭아나 자두 같은 것도 나누어 먹고, 옥수수도 쪄서 먹고, 요즈음엔 포도 철이라 포도도 나누어 먹는다. 두세 명만 모여도 세상사는 이야기, 농작물 파종이나 수확에 관한 이야기, 닭이나 오리 치는 이야기 등 시간이 어떻게나 빨리 가는지 돌아올 시간이 되면 매번 아쉬움이 남는다.

 

   땅처럼 후한 인심이 없다. 뿌린 것의 열배 백배를 이자로 돌려준다. 본전 까먹지 말고, 이자로 먹고 살아야 한다. 땅이 거저 이자를 붙어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피땀과 등골을 있는 대로 빼먹어야 합당한 이자를 붙여준다. 그래도 친구는 무리하지 말고 건강관리를 잘 했으면 좋겠다. 이자 받지 않아도 되니 원금만이라도 잘 간직하여 차근차근 행복이자를 늘려갔으면 좋겠다.

 

 

   이 친구에게는 매번 전화하면서 식사했냐고 물어본다.

 

   식사했느냐고 물어보는 인사는 60년대 흔히 하던 인사이다. 그때는 모두가 배고픈 시절이었기 때문에 모두 그렇게 인사를 했다. 한 때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별일 없으시죠?’라는 인사가 유행하다가. 요즈음은 대부분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한다. 그런데도 나는 친구에게 꼭 식사 했냐고 물어보는 이유는 위암으로 위의 3분의 2를 잘라내서 조금만 조심하지 않으면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전화로 식사 맛있게 했어?”라고 물었다.

 

   친구는 지금까지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자동차 운전면허도 없다. 풀꽃 시인으로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께서 태어나서 잘 한 것 4가지 중에 하나로 자동차 없이 산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없이 많이 걷고 자전거도 많이 타나보니 건강을 유지하고 항상 자연과 교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친구도 그렇다.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걸어 다닌다. 먼 거리는 버스나 지하철을 주로 이용한다. 싸구려 자전거가 3대씩이나 있다. 모두 주위에서 얻어온 것들이다. 남들이 보면 궁색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전혀 불편한 것을 모르고 산다. 그렇다고 집에 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친구도 사업을 하지만 부인도 사업을 하기 때문에 화물차도 있고, 개인 자가용도 근사한 게 있다. 그래도 집안 식구들이 단체로 이동하거나 행사가 있을 때 외에는 절대 차를 이용하지 않는다. 아침으로는 주위 논밭으로 한 시간씩 걸어 다니면 운동하고, 저녁으로는 자전거로 한 바퀴 돌며 운동을 한다.

 

 

   오늘도 가랑비가 부슬부슬 오는 궂은 날씨지만 따뜻한 커피 한 잔에 행복한 시간을 가져본다. 위암 치료를 시작한지 2년차인 친구의 건강 상태가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이런 좋은 환경 속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관리를 잘 해서 친구의 암이 완치가 되고 빨리 건강이 회복되길 빌어본다.

 

 

 

 

1층 한 쪽에는 친구가 공장을 하고, 한 쪽에는 친구 부인이 사업을 한다. 윗층은 기숙사와 살림집이 있다. 2층이지만 엘레베이터도 설치되어 있고, 내부가 아담하게 잘 꾸며져 있다. 

 

 

 

내가 항상 집값보다 더 나가는 원두막이라고 자랑하는 멋진 원두막이다. 

왼쪽의 작은 병아리 집에는 병아리와 오리, 공작 새끼들이 자란다. 칠면조도 한 마리가 있는데 조금씩 커가면서 

다른 애들를 못살게 굴어 따로 독방(?)에서 키운다. 

 

 

 

건물 옆 텃밭은 크기도 적당하고 농작물도 다양하다. 배추와 무, 그리고 고추, 고구마, 마, 호박, 더덕가지 다양하다. 

 

 

 

 

사과 나무와 복수아나무, 자두나무가 보이고,  직접만든 물레방아와 잘 가꾸어 놓은 잔디밭, 오래된 소나무까지 

 

 

 

 

고추와 고구마 그리고 마가 보인다. 

 

 

 

 

자유 분방하게 자란 대추 나무다. 그래도 알이 제법 실하다. 눈으로 볼 땐 대추가 많이 달려있는데 사진에는 다 잎파리 속을 숨어 버린 것 같다.

 

 

 

가지와 토마토 그리고 앞쪽에 며칠전 새로 심은 배추가 쑥쑥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