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규 외,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루아크, 2019
우리가 보듬어야 할 간병 가족들의 이야기
이 책은 사랑하는 가족의 간병의 끝을 죽임으로 마감한 아픈 이야기를 쓴 책이다. 오랜 기간 간병의 고통과 절망에서 이겨내지 못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 혹시나 나와 나의 가족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떨리는 가슴을 진정할 수 없었다.
이런 사건들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 아직도 변변한 대책하나 마련되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고, 화가 나기도 한다.
사실 나의 아주 가까운 친척 중에서도 중증 뇌장애 때문에 40살이 넘은 어른의 몸에도 불구하고 3살 어린아이의 언어도 하지 못하고 방안에서 한 발자국도 못나가는 아들이 있음에도 이웃의 혼자되신 할머니의 수발을 드는 천사 같은 분이 계신다. 그분이라고 해서 책속의 주인공 같은 생각을 왜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수도 없이 많은 시간을 번민하지 않았을까? 오랫동안 멀리서만 바라본 그분의 현실을 느낄 수 있는 짧은 시간이기도 했다. (저의 아주 가까운 분이시라 밝히기 어려워 그분이라고만 칭합니다.)
간병살인 외에도 문제가 되는 것이 동반 자살이다. 2014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생각이 난다. 세 모녀 모두 질병을 앓고 있는 중에도 가정의 엉킨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결국 동반 죽음의 길을 선택했고, 우리는 그저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야 잠시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잊어버린다. 간병살인과 동반 자살 두 사건의 차이는 하나는 자살에 실패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렇지 않은 경우일 뿐이지 근본 이유는 똑 같다고 봐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간병살인과 동반자살에 관해서 국가나 정치권에서도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어야 하고, 우리 모두가 함께 대책을 세워야하는 숙제로 인식 되어야 한다.
이제 다시는 우리 주위에 이런 안타까운 소식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옛날 같으면 추석 명절에 다 같이 모여 그분을 뵐 수도 있었을 텐데 코로나로 멀리서 전화로만 안부를 물어봅니다.
가슴이 답답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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