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생텍쥐페리, 『어린왕자』(황현산 옮김), 열린책들, 2020

그루 터기 2021. 11. 26. 09:56

생텍쥐페리, 어린왕자(황현산 옮김), 열린책들, 2020

 

학생 때인가 한 번 읽은 기억이 나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내 기억력이라는 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도서관에서 어린왕자를 검색했더니 정말 많았다. 옮긴 사람도 많고, 읽는 대상도 어린이용과 청소년, 어른용 까지.

대출중인 것도 많고, 예약 중인것도 많다. 아직도 인기가 많은가 보다

최근 번역된 것 중에 대출 할 수 있는 것으로 골라 빌려왔다. 흠~~ 역쉬 기억이 없다. 

분량이 적어서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글들을 메모하는데도 체크한 게 많지 않아 금방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보니 주위에 어린 왕자들이 많이 다가온다.  캘리그리피 교육장에서도 어린왕자 책에서 본 글들을 가지고 캘리를 쓰신다. '음 저거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인데' 
책을 읽다보니 또 나온다. 여기서는 공손하게 출처도 밝혔다.  가족 모임에서 '어린왕자' 책 읽어본 사람과 안 읽어본 사람으로 또 나누어 진다. (아직 못 읽어본 사람이 누구라고 말은 안하겠다. 엄청 궁금하게 했으니까 금방 읽어보겠지)

오늘 하루라도 어린왕자처럼 순수해 보고 싶다. 

 

 

 

저자 소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Antoine Marie Roger De Saint Exupery)
 
1900년 6월29일 프랑스 리옹의 몰락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19세 때 해군사관학교에 입학 시험에 실패한 뒤 생크루아 미술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21세 때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소위에 입관 되었으나 비행사고를 내고 예편되었다. 1920년 공군으로 징병되었다. 1921년 4월에 공군에 입대하여 비행사가 되었는데, 이는 그의 삶과 문학 활동에 큰 시발점이 되었다. 제대 후에도 15년 동안이나 비행사로서의 길을 걸었다. 1926년에는 민간 항공회사 라테코에르사에 입사하여 우편비행 사업도 하였다. 1923년 파리의 회사에 회계사로 입사하면서 시와 소설을 습작하다가 트럭 회사의 외판원으로 다시 입사한 후 틈틈이 비행 연습을 한다.

1929년 장편소설 『남방우편기(Ourrier sub)』로 작가로 데뷔하였다. 두 번째 소설 『야간 비행』으로 페미나상을 수상, 이후 『인간의 대지』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하였다. 『인간의 대지』는 같은 해 미국에서 『바람, 모래와 별들』이라는 제목으로 영문판이 번역·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40년에 나치 독일에 의해 프랑스 북부가 점령되자 미국으로 망명했다. “동화가 삶의 유일한 진실임을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다”고 말했던 생텍쥐페리는 이 시기에 『어린 왕자』를 집필했고, 1943년 미국 Reynal & Hitchcock 출판사에서 불문판과 영문판(캐서린 우즈 역)이 함께 출간되었다. 『어린 왕자』는 1946년 프랑스 Gallimard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어린 왕자』는 1935년 비행 도중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과정을 바탕으로 쓰였다. 생텍쥐페리의 대표작인 『어린 왕자』는 26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전 세계 1억 부 이상 판매되며 현재까지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 작품이다.

생텍쥐페리는 1943년에 프랑스로 돌아가 공군 조종사로 활동했으며, 1944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 군용기 조종사로 지냈다. 1944년 33비행정찰대가 이동하고 이미 5회의출격을 초과하여 8회 출격 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출격하기로 한 7월 31일 오전 8시 반, 정찰 비행에 출격한다. 대전 말기에 정찰비행중 행방불명 되었다. 1944년 7월 31일 세상을 떠난 것으로 짐작한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회항하여 오는 길에 코르시카 수도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독일 전투기에 의해 격추당해 전사하였다고 한다. 유작 "성채I(tadelle)”는 이후에 친구들이 생텍쥐페리의 녹음본과 초벌 원고를 정리하여 1948년 발표되었다.

 

 

 

독서 메모

 

 

나는 이렇게 해서 아주 중요한 두 번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가 태어난 별이 겨우 집 한 채보다 클까 말까 하다는 것이다. 그게 나한테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지구 목성, 화성, 금성, 이렇게 이름이 붙은 큰 행성들 밖에도, 때로는 망원경으로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다른 별들이 수백 개도 더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어린 왕자가 떠나온 별이 소행성 B612라고 믿을 만한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 소행성은 1909년 어느 터키 천문학자의 망원경에 단 한 번 보인 적이 있었다.

 

내가 소행성 B612에 관해 이런 세세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그 번호까지 밝히는 것은 모두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여러분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어른들에게 말하면, 어른들은 도무지 가장 중요한 것은 도무지 묻지 않는다. <그 애 목소리가 어떠니? 그 애는 무슨 놀이를 좋아하니? 그 애도 나비를 채집하니?> 절대로 이렇게 묻는 법이 없다. <그 앤 나이가 몇이지? 형제들은 몇이나 되고? 몸무게는 얼마지? 그 애 아버지는 얼마나 버니?> 항상 이렇게 묻는다. 이렇게 묻고 나서야 어른들은 그 친구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여러분들이 <나는 아주 아름다운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는데요, 창문에 제라늄이 있고 지붕에 비둘기가 있고 ‥‥‥> 이런 식으로 어른들에게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을 상상해 내지 못할 것이다. 어른들에겐 이렇게 말해야 한다. <나는 10만 프랑 짜리 집을 보았어요.> 비로소 그들은 소리친다. <정말 예쁜 집이겠구나!>

 

나는 해넘이가 정말 좋아. 지금 해넘이를 보러가요

하지만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리다니 뭘

해가 지기를 기다려야지.”

그렇다. 미국이 한 낮이면 누구나 다 알다시피 프랑스에서는 해가 저문다. 해가 저무는 것을 보려면 단 1분 동안에 프랑스로 갈 수만 있으면 될 텐데.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그러나 그처럼 작은 너의 별에서는 의자를 몇 걸음 당겨 놓으면 그만 이었지. 그래서 넌 네가 원할 때마다. 석양을 바로보곤 했었지.

 

그럼 그대 자신을 재판하라.” 왕이 대답했다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로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것보다. 제 자신을 판단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니라. 네가 자신을 잘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네가 참 슬기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니라.”

 

나는 꽃을 하나 가졌는데 날마다 물을 줘요. 하산 세 개를 가졌는데 주일마다 청소를 해요, 불 꺼진 화산도 같이 청소하니까요. 지금은 죽은 하산이지만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요. 그것들을 내가 가지고 있는 건 화산한테도 이롭고 꽃한테도 이롭지만, 아저씨는 별들한테 이로울 게 없어요. 상인을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대답할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어린 왕자는 별을 떠났다.

<정말이지 어른들은 확실히 이상야릇해.> 여행을 계속하며 어린 왕자는 속으로 이렇게만 생각했다.

 

나는 내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꽃을 가진 부자라고 생각했는데, 흔한 장미꽃 하나를 가졌을 뿐이야. 거기에다 무릎밖에 안 차는 화산 세 개, 그것도 하나는 영원히 꺼져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걸 가지고 어떻게 훌륭한 왕자가 되겠어.‥‥. 그는 풀밭에 엎드려 울었다.

 

내 생활은 단조로워.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고. 닭들은 모두 그게 그거고, 사람들도 모두 그게 그거고. 그래서 난 좀 지겨워. 그러나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을 받은 듯 환해질 거야. 모든 발자국 소리와는 다르게 들릴 발자국 소리를 나는 듣게 될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는 나를 땅속에 숨게 하지.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내게 아무 소용이 없어. 그래서 슬퍼! 그러나 네 머리칼은 금빛이야. 그래서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밀은, 금빛이어서, 너를 생각나게 할 거야. 그래서 나는 밀밭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고…….”

()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주 참을성이 있어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나한테서 조금 떨어져서 바로 그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난 곁눈질로 너를 볼 텐데. 너는 말을 하지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야 . 그러나 하루하루 조금씩 가까이 앉아도 돼

 

의례가 뭐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도 모두들 너무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이를테면 사냥꾼들에게도 의례가 있지.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하고 춤을 춘단다. 그래서 목요일은 경이로운 날이지! 나는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지. 만일에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모든 날이 다 그게 그거고, 내게는 휴일이 없을 거야.”

 

장미들을 다시 보러 가봐. 네 꽃은 이 세상에 단 하나란 걸 알게 될 거야. 이별의 인사를 하러 네가 다시 돌아오면, 선물로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어린 왕자는 장미들을 다시 보러 갔다.

그는 꽃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내 장미를 전혀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누구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은 누구도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옛날 내 여우와 같아.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다를 게 없는 여우 한 마리에 지나지 않았지. 그러나 내가 친구로 삼았고, 그래서 이제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됐어.

이 말에 장미꽃들은 난처했다.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러나 너희들은 비어 있어.어린 왕자는 다시 말했다. 아무도 너희들을 위해 죽을 수는 없을 거야. 물론 멋모르는 행인은 내 장미도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나 그 꽃 하나만으로도 너희들 전부보다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꽃이기 때문이야(나비가 되라고 두세 마리만 남겨 놓고). 내가 불평을 들어 주고, 허풍을 들어 주고, 때로는 침묵까지 들어 준 꽃이기 때문이야. 그것이 내 장미이기 때문이야.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거야 . 아주 간단해. 마음을 보아야만 잘 보인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가 잠이 들어 나는 그를 품에 안고 다시 길을 걸었다. 나는 감동했다. 부서지기 쉬운 보물을 안고 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구 위에 그보다 더 부서지기 쉬운 것은 없으리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달빛 아래서 그 창백한 이마, 그 감긴 눈, 바람에 흩날리는 그 머리칼을 바라보며 혼자 생각했다. [내가 여기 보고 있는 것은 껍질에 지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그의 반쯤 벌린 입술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미소를 보고 나는 또 생각했다. [잠든 어린 왕자가 나를 이렇듯 감동하게 만드는 것은, 한 송이 꽃에 바치는 그의 성실한 마음 때문이다. 비록 잠이 들어도 그의 가슴속에서 등불처럼 밝게 타오르는 한 송이 장미꽃의 영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더욱 더 부서지기 쉽다는 걸 알아차렸다. 등불들을 잘 지켜야 한다. 한 줄기 바람에도 꺼질지 모르는…….

 

그는 웃고 줄을 만지고 도르래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바람이 오랫동안 잠들었다 일어났을 때 낡은 바람개비가 삐걱거리듯 도르래가 삐걱거렸다.

아저씨, 들리지.어린 왕자는 말했다. 우리가 우물을 깨웠더니 우물이 노래를 불러…….

나는 그에게 힘든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마.그에게 말했다. 너한테는 너무 무겁다.

천천히 나는 두레박을 우물의 둘레돌까지 들어 올려 넘어지지 않게 올려놓았다. 나의 귓속에서는 도르래의 노래가 계속 울렸고 여전히 출렁거리는 물 속에서 해가 출렁거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나는 이 물이 마시고 싶어.어린 왕자가 말했다. 마시게 해줘…….

그 말에 나는 그가 찾고 있던 것이 무엇인가를 알았다.

나는 두레박을 그의 입술까지 들어 올렸다. 그는 눈을 감고 마셨다. 명절이나 되는 것처럼 즐거웠다. 그 물은 보통 음료수와는 아주 다른 것이었다. 그 물은, 별빛을 받고 걸어온 발걸음과 도르래의 노래와 내 팔의 노력에서 태어났다. 그것은 선물처럼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에도 이처럼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 자정 미사의 음악, 다정한 미소들이 바로 내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빛나게 했다.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의 어느 별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 그 별들 중의 어느 별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아저씨에겐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으로 보일거야.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지!

 

어느 날 아프리카의 사막을 여행하게 되면 이곳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도록 이 풍경을 자세히 보아 두라. 그리고 이곳을 지나가게 되거든 제발 서두르지 말고 바로 별 아래서 잠시 기다리라! 그때 한 아이가 여러분에게 다가오면, 그 애가 웃고, 그 애의 머리가 금발이면, 물어도 그 애가 대답하지 않으면, 그 애가 누구인지 여러분은 잘 알리라. 그때는 친절을 베풀어 달라. 이다지도 슬퍼하는 나를 그대로 버려두지 말고, 이내 편지를 보내 달라. 그 애가 돌아왔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