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 이진이, 위즈덤하우스, 2018
책을 읽으면서 가끔 느끼는 것이 나는 너무 잘 하려고 한다는 거다. 돌아보면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왜 매사에 잘 하려고만 하는 걸까?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는 아닐까? 오늘도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냥 나 답게 살아가는 법을.
저자 소개
이진이
닉네임은 ‘늙은토끼’. 좌우명은 ‘아님 말고’. 마음은 스무 살에 멈춰버린 토끼띠 여자사람. 결혼 16년 차. 남편과 단둘이 살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B형에 다혈질 성격을 가졌으나 A형의 소심함도 넘쳐나는 다소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 둔해지고 싶은데 이번 생은 틀린 것 같다. 한때 ‘하루’라는 닉네임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하루일기 1』, 『하루일기 2』, 『하루 다이어리』를 썼고, 그 후에 지은 책으로는 『어른인 척』이 있다. 현재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독서메모
돌이켜보면 걱정이 하나도 없었을 때가 없었던 것 같다. 크기와 정도의 차이일 뿐. 걱정 하나가 해결되면 다음 걱정이 밀려온다. 내가 유명 맛집도 아니고 웬 걱정들이 이렇게 줄을 서는 것일까?
내 잘못이 아니라 해서 그게 내 책임이 아닌 것은 아니라는 것.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니라 해도 나에게 생긴 일이고 그런 나를 안고 살아야 하는 것도 책임져야 하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다. 그래서 나는 대학 때 처음을 여름에 반팔을 입었다. 남의 시선보다 내가 느끼는 더위가 더 중요해졌기에.
사람의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고 한다. 내 뒷모습은 어떤 표정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쏟아내는 많은 말 중에 본인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 다는 것. 누군가의 말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면 그건 그 사람의 마음에 이미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 삶은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것. 그 외의 다른 것은 없다.
잘났고 못났고를 떠나 내가 어떤 사람이건 그걸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먼저다. 멋지고 잘나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인생을 허비한다면 그게 더 슬픈 일이 아닐까? 나는 그냥 나다운 삶을 살면 될 뿐.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하루를 살아요. 가끔은 이 평범함에 대해서도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누가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내 인생. 최선을 다했다고는 못 해도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데 이런 나를 세상은 이해해줄까요? 별이 되지 않으면 어때요. 반짝이지 않으면 어때요. 내가 한 모든 것들을, 내가 살아낸 모든 날들을, 남들의 기준으로 아무것도 아닌 거라 점수 매기지 않을래요.
언니랑 통화하다가 무슨 일 때문인지 너무 힘이 없어 보여서 “힘 좀 내 ”라고 말했더니. 언니왈 “내가 너 하나 기분 좋으라고 힘을 내야겠냐?” 그러게 살아보니 “힘내.”라는 말을 듣는다고 힘이 나진 않았다. 그래도 부럽다. 나도 저렇게 막 던지면서 살고 싶다.
나는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 (…) 사진을 안 찍는다고 해도 어차피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매번 그런 내 얼굴을 볼 텐데. 나도 그런 내 얼굴을 조금은 좋아해 보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평범함이란 어쩌면 행복의 다른 이름인지 모른다.
다 그렇게 산다는 말로부터 내가 나를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판단하기 전에 세상이 나를 먼저 판단하고 내가 내 길을 정하기 전에 세상이 내 길을 정해놓았다. 그 누구도,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물어봐주지 않았다.
모두다 극복하고 살 수는 없어 가끔은 숨고 싶으면 숨고 피하고 싶으면 피하면서 그렇게 살아도 괜찮아. 세상에 극복할 게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다 극복하고 살아?
내 인생에 따라 만나는 사람이 생기는 거지 만나는 사람에 따라 내 인생이 끌려 다닐 수는 없는 거니까요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블로그에만큼은 열심히 댓글을 다는 사람이 되었다. 흑시 누군가가 내가 느낀 그 감정을 느끼는게 싫었다. 며칠 전에도 몇 달 전에 달린 놓친 글에 댓글을 달앗더니 글 남기신 분이 다시 글을 남기셨다. “몇 달이 지났는데 댓글 주셨네요.”라고. 나는 그저“그게 맞는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했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몰랏던 많은 것들에 대해 직접적, 간접적으로 알아가면서 절대 그럴 수 없다던 많은 것들이 ‘그럴 수도 있지’로 바뀌어간다. 어쩌면 바뀌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전혀 바뀌지 않고 나이만 먹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글쓰기 좋은 나이. (바로 지금)
감사함이 사라지고 당연함이 자리 잡으면 모든 것이 짜증나고 힘들어진다.
인생에 지지마라. 살다보면 운명이 나에게 싸움을 걸어올 때가 있다. 정답을 모르겠는데 결정을 해야하고 가고 싶지 않은데 눈물을 흘리며 가야 할 때가 있다. “절대로 인생에 지지마라”
한사람의 독자만 있어도 그 사람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면 직업으로 다가가기보다는 가슴으로 다가가기를.
심장이 뛰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니까 심장이 뛰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결혼은 둘만 잘 살면 된다고 하기에 그러면 되는 줄 알았는데. 결혼을 함과 동시에 특히 여자에게 맣은 기대와 역할이 주어진다. 효도는 셀프가 아닌가.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힘들게 하진 말아야지.
“괜찮아. 나랑 둘이 있을 땐.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아. 네가 사이코여도 괜찮고 변태여도 괜찮아. 내가 괜찮은데 무슨 상관이야?”
“저분들이 저 나이까지 같이 살아있는 것도 쉬운일이 아닐지 몰라.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보살펴줄 수 있다는 것도 진짜 큰 행운 아닐까?”
시부모님은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팥빙수를 드셨다고 한다. 막연한 생각으로 몸에 좋다는 홍삼이나 사드릴 주 ㄹ알았지. 우리가 흔하게 먹는 것들. 간식들. 이런 것들은 별로 챙겨드린 적이 없다. (…) 남편은 요즘 시골에 내려갈 때면 어머님 아버님이 못 드셔보셨을 음식이 뭐 있을까 둘러보고는 한다.
책은 꼭 전투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고 그는 말한다. 순서가 중요하지 않은 에세이 같은 경우는 보고 싶은 부분부터 보도 상관없다고.
모든 일을 ‘제대로’ 할 필요는 없다. ‘제대로’하고 싶은 것을 찾을 때까지는 지치지 않도록 ‘즐기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종종 내 카디건을 놔두고 남편 옷을 걸치고 있을 때가 있다. 오빠의 옷을 입고 있으면 덜 외롭다.
때로는 가질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더 멋있고 예쁘고 좋아 보이기도 한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도르도 한 때는 갖고 싶어하던 것들이었을 텐데.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도 그 마음을 잊고 산다. 오래된 친구. 오래된 연인, 가족들처럼.
“엄마 나 낳지 말고 엄마 인생 행복하게 사세요” 내가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엄마를 깍아 내가 된 것 같아서 한없이 미안했다
수신지 작가의 만화 『며느라기』에서는 시댁에 잘 보이고 싶고 예쁨 받고 싶어서 무리하는 시기를 ‘사춘기’처럼 ‘며느라기’라고 부른단다. 나는 15년이 지나서야 이제 겨우 ‘며느라기’를 내려놓은 것 같다.
힘들게 안 살고도 글 잘 쓰는 사람이 많다. 글은 그 사람의 감수성에서 나오는 것이지 극기 훈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힘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첫 번째로 배운 건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기분을 알아보는 일이었다. (…) 이 책을 읽는 사람들만이라도 스스로는 너무 채찍질하지 않았으면 한다.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마음 깊은 곳 어디선가 외로워하고 있을 당신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보기를. 다그치지 않기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하기 바랄 뿐이다. 나 스스로가 나 자신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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