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아침의 단상

그루 터기 2023. 11. 26. 07:55

몇 달 전에 쓴 들을 올립니다.

 

 

오늘 아침의 단상

 

요즈음 나에게 문득 다가오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시력이 나빠지는 거다. 내가 돋보기를 쓰는 건 벌써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은 돋보기의 도수가 아주 낮은 도수로 오랫동안 사용을 했었다. 딱히 불편한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도수였다. 갑자기 눈이 더 나빠진 건 독서량을 절대적으로 늘인 후 부터인지. 아니면 통풍약을 먹으면서 인지. 그것도 아니면 도수 높은 돋보기로 눈에 맞춰 쓰고 난 후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최근 들어 갑자기 눈이 많이 나빠진 것을 느끼게 된다.

 

두 번째 변화는 기억력과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억력은 옛날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이 나쁜 편이었다. 그런 건 인정을 하더라도 요즈음의 기억력은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을 정도로 형편없어졌다. 옛날 기억력은 공부할 때 남들보다 두세 배 정도 더 노력해야만 기억할 수 있고, 대부분 다른 사람들은 기억하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정도였다. 요즘의 기억력은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게 되면 다른 건 아예 잊어버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세수를 하다가 급한 다른 생각을 하면 나올 때 등을 켜 놓고 그냥 나오는 건 부지기수고, 약간만 다른 일에 집중하게 되면 꼭 한 가지씩은 잊어버린다. 가끔 이게 바로 치매의 전조 단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치매 이야기만 나오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바로 내 코 앞에 다가온 느낌이다. 원래부터 기억력이 나쁜 아이였는데 알코성 치매가 그 역할을 더 앞당긴 것 같다. 그래서 치매에 관한 책이 예사롭지 않다.

 

기억력를 생각하다보면 그 끝에는 언제나 치매가 있다. 치매가 떠오르는 순간 내 자신의 마지막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까. 걱정이 함께 찾아온다. 치매는 뚜렷한 발병기전과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은 이것에 노출이 되지 않도록 건강에 유의하여 병증의 발전을 예방하는 건강 수칙을 따르라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것을 노인성 질환이라 생각하고 나 자신에겐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매는 생각보다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아 나이와 관계없이 발병할 확률이 있다고 한다.

 

알코올성 치매라는 단어를 들어 본 것이 내 기억으로 30년이 넘은 것 같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피식 웃고만 말았는데 요즈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처럼 애초부터 기억력이 나쁜 사람이 술도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알코성 치매가 비켜가기만 바란다는 것은 도둑놈 심뽀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니 걱정이 된다. 필요 이상의 음주를 섭취하거나 일주일에 3회 이상 필름이 끊길 만큼 많은 양의 음주를 섭취하는 분들은 알코올성치매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 음주를 할 때마다 필름이 자주 끊기는 현상이 발생한다면 단순히 과음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닌 알코올성치매의 전조 증상은 아닌지 의심하여 관련 기관에 내원해보는 봐야 한다고 한다. 지금은 통풍 때문에 술을 많이 줄인 상태이지만 그 이전에는 내가 겪고 느끼는 바로 그 현상이었다. 물론 일주일에 3회 이상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과음하면 술이 취한 이후에 일어난 일은 아침에 생각해 보면 가물가물한 경우가 많다. 혹시 실수는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나는 술을 먹지 않아도 기억력이 많이 나빠 아침에 생각해보면 어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생각이 잘 안 난다. 이것도 치매의 전조 증상이 아닐까.

 

나에게 노후에 치매가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가족 모임에서 가끔 내가 그런 경우가 오면 누가 옆에서 간병하려고 하지 말고 빨리 치매전문 요양원으로 보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럴 때마다 아내나 애들은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쓸데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쩌면 금방 다가올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 걱정은 나 외에 다른 가족들은 실감도 나지 않고, 당연히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그러나 나는 내 자존심과 아내와 자식들의 인생을 위해서도 꼭 그렇게 해 달라고 하고 싶다.

 

사실 아내의 생각이 궁금하거나 중요하지 않다. 애들의 결정도 중요하지 않다. 남은 인생, 신체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고 있다. 온전한 정신 건강한 신체일 때 하고 싶은 일 죽어서도 후회하지 않은 일들을 찾아야겠다. 정말 중요한 것은 치매가 찾아오기 전에 나 자신과 우리가족을 더 사랑하는 것이다. 아주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