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인색 2막

오늘 백수 300일째

그루 터기 2021. 6. 27. 19:13

어쩌다 보니  요즈음  무슨날 몇 일째를 많이 합니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만난지 일주일, 한달, 백일, 삼백일, 천일 같은거 한다고 해서요.
제가 백수 날짜를 매일 하나, 둘 세는 건 아니구요. 카카오톡 메인 화면에 퇴직+일자를 해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오늘이 백수 300일째라고 합니다. 

제가 기억력이 나쁘다는 건 저의 블로그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거라 새삼스럽게 말씀드리지 않지만
정말 기억력이 형편없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 기술 선생님이신가 성함은 생각나지 않지만 키도 크고 잘 생기셨을 뿐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신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그 선생님께서 기억력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으셨지만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장려를 하셨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아르켜 주신 Tip 중에 친구들 생일을 메모했다가 기억해 주면 정말 좋아하고, 더욱 가까워 질수 있다는 것이 었습니다.
1970년대 초반 시골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고, 부모님께서도 농사일에 바쁘시기 때문에 자식들 생일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일이라야 겨우 밥그릇에 수북하게 밥을 따로 퍼 주는 것이 전부이기는 해도, 그것 마져 깜빡 잊고 지나가 버리면 몇일 지난 뒤에야 생각나신 어머니께서 "생일은 원래 당겨서 하는 것이 아니고, 밀려서 하는 것이다"라는 말씀으로 넘어가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시절에 부모님도 아니고 친구가 생일을 기억해 준다는 것이 참 멋진 일이구나 생각되었지만 그런가 보다하고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 즈음 문득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 친구들의 생일을 하나하나 물어서 수첩에 적어두고 축하를 해 줬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년초 다이어리를 준비해서 날짜마다 빼곡하게 생일을 적어두고, 일년에 한 번씩 친구들 안부도 물을 겸 생일을 축하해 주곤 했습니다. 
제가 전화를 하면 다들 고맙다고, 행복해하곤 했는데요. 나중에 몇 몇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일 때가 가까워지면 한식이가 전화를 할 텐데하고 기다려 졌다고 하더라구요.

 

친구들 생일 챙기는 것도 20년 가까이 하다보니 
혹시 내가 친구들에게 부담을 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주 가까운 친구들 외에는 가능하면 알고는 있어도 전화를 삼가하게 되었는데요

요즈음은 카카오톡이나 밴드, 라인 같은 곳에서 친구들의 생일을 아르켜 주니까 따로 적을 필요는 없어졌습니다.
또 휴대폰에도 캘런더 기능있어서 단 한 번만 기록을 해 두면 20년 정도는 따로 매년초에 음력을 찾아가면서 기록하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는 알림 기능도 있어서 정말 편리해 졌습니다. 

 

10여년전 친구들에게 혹시나 부담이 될까 생일 전화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을 때로 기억이 납니다. 
시골에 모임이 있어서 참석했더니 충식이란 친구가 한마디 합니다. 


" 한식아 너 국회의원 포기 했나봐?"

" 어?  그거 무슨 소리야? 나는 국회의원한다는 소리 한 적이 없는데?"

" 어~,  요즈음 생일 때 전화를 안하길래 국회의원 포기했나보다 했지 ㅋㅋ"

" 아하~~  그거~~"

 

오늘이 백수 300일이지만  저는 제2의 멋진인생 300일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꼭 그 이유로 시작된 건 아니지만 
집사람과 축하 (저는 축하라고 표현했습니다. ) 점심 식사를 하고 왔습니다. 
제가 요즈음 통풍으로 음식을 가리는게 많고, 좋아하는 술을 먹지 못해서 아쉽지만 
멋진 점심 식사로 대신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모두 모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