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성환 개구리 참외

그루 터기 2021. 7. 6. 00:30

개구리 참외집  원일이가 생각난다. 

 

#성환 개구리 참외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우리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였다) 장마철에 큰 수해가 났었다. 많은 비에 강물이 범람하여 강가에 있던 원일이라는 친구의 집과 논밭이 휩쓸려가고 농작물에 많은 피해를 냈다. 비가 끝나고 흙탕물이 맑은 물로 바뀔 때쯤 개구쟁이들은 냇가로 가 미역도 감고, 고기도 잡고 했는데 강물에 흙과 함께 떠내려 온 넝쿨에 달린 개구리참외를 따서 먹었다. 개구리참외는 친구의 아버님이 농사 지은시던 것으로 이제 막 수확하기 시작할 때라 제법 맛있게 익어 있었다. 그 땐 과일이 귀하던 때라 주워 먹은 개구리참외가 정말 맛이 있었다.

 

오늘 천안배원예농협을 다녀왔다.

5년 전 직장 다닐 때 내가 제안하고 설계해서 설치한 배선별기 설비에 대한 자문을 부탁해서 반가운 얼굴도 볼 겸 다녀왔다. 그동안의 백수생활 이야기도 하고, 선별기 관련해 궁금해 하시는 것도 이야기 해 드리고, 점심도 같이 먹었다.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오려는데 담당자 분께서 개구리참외를 한 번 먹어보라고 주셨다. 어릴 때 먹어봤던 그 맛있는 개구리참외라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서 받아왔다.

 

개구리참외가 일반 참외보다 당도가 떨어져서 인기가 없단다. 찾는 사람이 별로 없고, 수익이 나지 않으니 재배 농가에서도 기피하게 되고, 작년에 두 농가이던 재배농가가 올해는 1개 농가로 줄었단다. 그 마저도 정부에서 손실 보전을 해주기 때문에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거라고 한다.

 

100년 전통의 재래종 품종인 개구리참외의 명맥이 끊어질까봐 천안시농업기술센터와 농가가 협력하여 연구도하고 재배 면적을 늘려갈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개구리참외는 보통의 참외보다 단맛은 적지만 특유의 향이 좋고 과육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며, 탄수화물, 칼슘, 비타민의 함량이 풍부해 이뇨, 숙취, 성인병(당뇨, 고혈압 등)에 효과적인 기능성 참외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과일 좋아하는 우리부부 이기도 하지만,  통풍환자인 나와 고혈압 환자인 아내에게 딱 맞는 과일이다.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맛있었다는 것 빼고, 어떤 맛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옛날의 그 맛을 기대하며 한 개를 잘랐다. 외형은 완전 개구리 등짝 같이 생겼는데, 내부는 주황색으로 그럴싸하게 보인다. 특유의 향도 참 좋다. 한 잎 베어 먹어보니 참 부드럽다. 과육의 단맛이 일반 참외보다 약간 못하다고 하는데 이건 잘 익어서 그런지 비슷한 것 같다. 씨가 있는 안쪽 살은 색깔도 이쁘지만 많이 달다. 일반 참외도 씨 있는 부분이 많이 단 것이 있는데 이것도 비슷한 것 같다.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맛도 있고 옛날 향수에 젖은 것 같은 기분?
참 묘하고 아련하다
.

 

어릴 때 헤어진 원일이가 생각이 난다.
어디서 무얼 하는지? 잘 살고는 있는지?
소식을 아는 친구가 없다.
개구리참외를 같이 먹으면서 옛날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고 싶다.

 

 

 

3kg 들이 한 상자에 3개가 들어 있으니까 개당 1kg 정도로 일반 참외 보다 조금 크다.
 (상자 표지에는 중량이 표시되지 않았는데 저울로 달아보니 대략 3kg 정도)

 

 

 

 

천안배원예농협의 개구리참외 상자에  참외의 특징에 대해서 간단하게 적어 놨네요.

사진은 수박 같아요.

 

 

 

 

껍질이 개구리 등 같이 생겼어요.  참외보다 수박에 가까운 모습인데  박과 식물이라고 하네요

 

 

 

 

깍아서 자른 모양입니다. 
꽤 괜찮은 맛이 었습니다. 

 

다음에 또 내려갈 기회가 된다면 몇 상자 사서 친구들 하나씩 맛보게 하고 싶네요.

 

 

 

2021. 7. 12  아침에 덧붙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지난번 가져온 마지막 개구리 참외 한 조각을 먹었는데
방금 KBS 뉴스 시간에 개구리 참외에 대한 뉴스가 나왔습니다 
재배농가와 하나로 마트가 화면으로 나오고
아래 댓글을 다신 천안배원예농협 하나로 마트 박점장님도 인터뷰하시구요. 
자주 만나던 농협직원 분 얼굴도 슬쩍 스쳐 지나가네요


100년 된 전통 참외가 이젠 1농가만 재배를 하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열심히 개량하신다는 기사와 
지금 제배하시는 분이 포기하시면 더 이상 재배하실 농가가 없어서 걱정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품종도 계량이 이루어지고, 더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느 개구리 참외가 되고, 
더블어 저의 향수도 오래오래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