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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운전하기 꿀 팁?

그루 터기 2021. 8. 5. 21:06

술 마시고 운전하기 꿀 팁

 

  제목이 '술 마시고 운전하기 꿀 팁'이라고 해서 술 마시고 경찰의 단속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거라 생각하고 오신 건 아니시죠? 그 방법을 알고 싶어 오셨다면 아래는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1990년대 초 쯤 음주운전 단속을 조금씩 시작할 때였습니다. 지금처럼 수시로 단속하는 건 아니고, 정말 어쩌다가 단속을 하는데 주로 주말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술집이나 식당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골목 입구에서 기다렸다가 단속하거나, 누가 봐도 운전이 이상한 차량이나, 다른 교통법규로 단속이 되었는데 술 냄새가 많아나서 단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날은 토요일 오후 일과를 마치고 회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장님 기사님이 한 분 계셨는데 이분은 원래 술을 못하시는 분이라 소주를 한 잔만 하시면 얼굴은 물론 온 몸이 벌겋게 되시는 분이셨는데 회식 때 소주를 딱 한 잔 하시고 차를 몰고 퇴근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독산동 코카콜라옆에 있는 파출소앞 신호대기에서, 근무 중이던 경찰에게 단속이 되었습니다. 소주를 딱 한 잔 밖에 마시지 않았다는 말을 수없이 해도 당연히 믿지를 않으셨구요. 파출소에 끌려들어가 문을 안으로 딱 잠그고(요즈음은 자동으로 잠궈지는데 그 때는 수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죄인 취급을 받으며 구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소주를 한 잔 밖에 마시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음주 단속되어오는 사람들이 보통 하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았겠지요. 지금은 파출소에도 몇 개씩의 음주측정기가 있는지 모르지만 그 때만해도 음주측정기가 많지 않았습니다. 음주측정기가 경찰서 내에 몇 개 밖에 되지 않는지 음주운전자를 단속한 경찰들도 음주측정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무전기로 측정기를 가지고 있는 차량에 연락하여 보내달라고 하면 빨라도 10분 늦으면 30분이 넘게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날도 아마 30분 정도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음주측정기가 도착하고, 온몸이 벌겋던 기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완전히 정말 완전히 하얀피부로 변했고, 18090kg 정도 나가는 거구의 체격에서 아무리 음주 측정기로 불고 또 불어도 원하는 수치가 나 올리 만무였습니다.

  당황하는 경찰에 기세가 오른 기사님의 목소리가 완전히 바뀌었고, 파출소 문을 나오면서 발로 꽝 차고 큰소리로 한마디 하고 나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큰소리는 여기에 옮기기가 좀 그렇네요 ㅋㅋ)

 

 

  그 사건이 있은 후 얼마 지나 잘 아는 거래처 부사장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웃으시면서 난 음주단속에 걸리면 2만원이면 해결한다고 하시더라구요. 혹시 경찰쪽에 높으신 분이 계시냐고 물어 봤습니다. 요즈음은 어림도 없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음주단속 같은 경우 사고만 없으면 잘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서로 연줄이 닫는 사람들끼리는 봐주는 경우가 많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사장님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나는 술을 먹으면 항상 대리운전을 한다네.” 대리운전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던 저는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물었고, 대리운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 시절의 대리운전은 전문 대리운전기사가 있는 것이 아니고 지나가는 택시기사님께 부탁하면 택시 기사님이 택시는 세워두고 차를 대리운전해서 대려다주고 다시와서 영업을 계속하셨습니다. 그러다보니 택시비의 3~4배 정도의 요금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보통 대리운전비가 만원 이하였는데 만원도 꽤 큰 금액이었습니다. 집이 아주 멀지 않은 경우는 대리운전비보다 차를 그 자리에 세워두고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가 아침에 택시를 타고 차를 가지러 오는 것이 훨씬 저렴하게 들기 때문에 거의 술을 마시면 차를 두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90년대 후반을 넘어설 때쯤 대리운전도 조금씩 활성화가 되어 전문 대리운전기사도 생기고 요즈음도 영업하는 CB대리운전업체도 생겨서 자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요즈음처럼 대리운전을 신청하면 5분이나 10분 이내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고 위치에 따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술을 먹으면서 술자석이 끝나기 1시간 전 쯤 대리운전기사를 신청해 둬야 시간을 맞출 수가 있어서 늦지 않게 기사님을 불러야 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술 자석이라는 게 여러 명이 술을 먹다보면 딱 시간 맞춰 끝내기가 어렵게 되고, 먼저 온 기사님은 20~30분씩 기다리시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그래도 웬만해서는 불평불만이 없었습니다. 그 반대이 경우도 많이 생기니까요.

 

  제가 안양에서 목동으로 이사를 한 이후 안양인덕원에서 목동으로 가끔 대리운전을 했습니다. 안양에서 대리운전을 부르는 사람이 하루 저녁에 몇 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안양에서 대기 하시는 기사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장 빨리 올 수 있는 위치가 사당역에서 대기하던 기사님이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버스로 오는 경우인데 대부분 4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생각보다 술좌석이 일찍 끝나고 기사님은 조금 늦을 땐 도리어 제가 3~40분씩 기다려 주기도 했습니다.

  대리운전비가 안양에서 목동이 2만원이면 싼 편은 아니었지만 다른 곳을 경유하는 경우는 추가요금이 저렴했습니다. 안양에서 목동을 오면서 잠실을 들리면 요즈음 같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텐데, 5천원만 더 해서 25천원을 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땐 요즈음처럼 시간이 돈이 아닌 하루에 두세 번 좋은 코스의 대리운전을 할 수 있으면 만족하는 시절이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제가 대리운전을 제일 많이 이용한 시기는 아마도 퇴직하기 10년 전부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업이 많은 자리라서 업무적인 식사 약속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도 술을 많이 좋아해서 친구도 많이 만났습니다. 대부분 회사가 있는 인천이나 거래처 근처에서 술을 먹기 때문에 대리운전이 필요했구요. 제 절친과 자주 만나던 참치집도 신도림역앞에 있었기 때문에 거의 매일 대리운전을 했습니다. 하루에 두 번 대리운전하는 경우도 꽤 많이 있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 잔 더 였습니다. 친구집 앞에 내려주고 간다고 대리운전을 시작했는데 차 안에서 다시 발동이 걸려 한 잔 더 하는 경우가 그랬고, 술 한 잔 하고 일찍 귀가하면서 친구들이 모여있는 술좌석에 합류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대리운전을 많이 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대리운전비가 많이 저렴해 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웬만한 곳은 대리운전비가 택시비보다 저렴한 곳이 많아졌으니까요.

 

  언젠가 제가 쓴 대리운전비를 계산해 본적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3번 정도의 대리운전을 하고, 평균 대리운전비가 만 원 정도라면 일 년에 대략 150만 원 정도의 대리운전비가 필요하고, 아마도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은 대리운전비를 지출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대리운전을 시켰던 이유는 딱 한 가지, 좋아하는 술을 계속 먹을 수 있으려면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고, 직장을 계속 다니려면 제가 직접 운전을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대리운전비도 마음먹기에 따라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술값에 대리운전비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마음이 아주 편하고, 졸리고 피곤할 때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 준다고 생각하면 아깝지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저의 철칙인 한 잔 술에 대리운전은 변함없이 지켜왔습니다. 아내나 가족들도 제가 그렇게 술을 좋아해도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한 번도 걱정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이렇게 장황하게 쓴 대리운전에 대한 예찬도 이젠 다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아니 술 먹고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저의 철칙이 술 먹고 운전 한다.’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은 술 마시고 운전을 합니다.

 

  소위 말하는 음주면허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가 요즈음 마시는 술은 통풍에도 마실 수 있는 무알콜 맥주입니다. 주로 하이트제로 올프리 맥주를 마십니다. 무알콜 맥주를 처음 마셨을 때 너무 맛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반 맥주와 큰 차이를 못 느낄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내 기억력이 별로라서 얼마 전까지 먹던 맥주 맛을 벌써 잊어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쩜 내 머릿속에서 다른 술은 먹지 말라고 하니까 이것만 기억하나 봅니다.

  조금 불편한 점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식당이 무알콜 맥주를 판매하지 않아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 꼭 먼저 준비를 합니다. 웬만한 편의점에는 무알콜 맥주를 판매합니다. 간혹 판매하지 않는 곳이 있어서 몇 군데 다니기도 하지만 3군데 이상 다녀본 적은 없습니다. 식당에 도착하면 먼저 무알콜 맥주를 판매하는지 물어보고, 없다고 하면 사정이야기를 하고, 사서 먹어도 되느냐고 물어봅니다.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것만 빼고 나면 기분을 똑 같이 낼 수 있습니다.

  

  가족 모임에서도 항상 무알콜 맥주를 준비합니다. 무알콜 맥주를 마시려면 음료수를 먹거나 먹지 않으면 될거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신데요. 음료수의 경우도 통풍에 좋지 않구요. 저는 무알콜 맥주가 취하는 거 빼고는 마시는 것은 전혀 차이를 모르기 때문에 충분히 술 마시는 기분을 낼 수 있습니다. 

 

  이젠 무알콜 맥주도 슬슬 취하는 기분이 드는 건 왠지 모르겠습니다.

 

 

 음주 운전은 절대 안됩니다.

 음주음전하지 않는거 그거 정말 간단합니다.  - 대리운전이 있습니다.

 

 

교보문고에 이런 책도 있네요

티비에 가끔 나오셔서 "몇 대 몇 ?" "안됩니다."라고 크게 외치시는 한문철 변호사님의 쓰신 책 선전합니다.

 

(출처 :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