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 친정 먼저 가기
애들을 결혼 시키면서 아내와 약속한 일이 하나 있다.
아내와의 약속이라기보다 내 자신과의 약속이다.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 중에 한 번 이상은
아들 며느리가 며느리의 친정집에서 쇨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나와 아내는 둘 다 엄격한 유교사상을 으뜸으로 치는 선비의 고장이라는 곳에서도
예의범절을 많이 따지는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우리가 결혼하고 아내가 친정에서 명절을 보낸다는 것은 언감생심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젠 세상이 변했다. 친정부모나 시댁부모나 처부모나 친부모나 다 귀한 부모님이시다.
어느 쪽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거라 생각이 든다.
큰애들 결혼 후 첫 명절인 추석 때부터 처가 쪽에 먼저 다녀오도록 했다.
둘째 애들 결혼식 이후에도 첫 번째 명절에는 처갓집에 먼저 다녀오도록 했다.
두 사돈집 모두 맏딸을 여의고 썰렁한 명절을 보내려고 하던 차에
딸과 사위가 명절날 같이 보낼 수 있어서 사돈댁에 미안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셨다고
몇 번씩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단다.
사실 고마운 게 아니라 당연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꼭 첫 명절을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고
그 때 그 때 형편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명절 때 시댁에 먼저 갈지 친정에 먼저 갈지는
어쩌면 부모가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인 자식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때 한 우리 부부의 약속이 아직까지 잘 지켜지고 있고,
올해도 큰 애들은 친정집 명절에 참석하고 내일 우리집으로 온다.
작은 애들은 귀여운 손자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방에서 서울까지 이동하는 것은 힘드니까
이번 명절에는 오지 말라고 했다.
대신 영상통화로 귀여운 손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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