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이래저래 오늘 재래시장 나들이는 별로였습니다.

그루 터기 2021. 10. 4. 21:21

 

밥 먹고 시장이나 다녀올까요?”

 

오늘 따라 일찍 퇴근한 아내가 늦은 점심을 챙겨 먹으면서 한 마디 합니다.

 

좋지요

 

   그렇지 않아도 점심 식사 후에 커피 한 잔을 했는데도 눈꺼풀이 무거워서

책을 읽고 있는지 뭘 하는지 몇 번씩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졸다가 남부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날씨가 오락가락하여 우산도 두 개 챙기고,

채소라도 사면 들고 올 시장바구니 대신 도서관을 갈 때 가지고 다니는 에코백을 어께에 걸쳤습니다.

처음 시장을 갈 때는 그냥 빈손으로 가서 이것저것 사다보면 비닐봉지가 대여섯 개씩이나 되고

15분 거리의 집에 오는 길은 몇 번씩이나 손을 바꿔야 할 정도로 비닐봉지를 든 손이 피가 쏠리고 저리 힘 들었더든요.

얼마 전 시장 갈 때부터는 시장 가방을 하나 들고 갔다가 크기가 적당하지 않고 너무 커서 이것도 별로 였습니다.

지난번부터는 에코백으로 바꿔 가지고 다니는데

딱 적당한 크기라 어께에 걸치기도 좋고 무게도 잘 견뎌서 아주 좋습니다.

 

  재래시장은 대형할인마트보다 물건 값이 쌀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공산품은 대형할인마트가 저렴한데 식품류인 채소나 생선 같은 경우는

재래시장이 좀 싸기도 하고 가끔은 덤으로 하나씩 더 주는 재미에 자주 이용합니다.

우리가 가는 남부시장은 제법 큰 동네시장이라 채소가게도 여남은 곳 이상이고,

생선가게도 예닐곱 군데 이상입니다.

채소가게나 생선가게 마다 조금씩 특징이 있습니다.

어떤 가게는 가격이 다른 집보다 항상 조금씩 싼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가게는 항상 싱싱한 물건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또 어떤 곳은 특별한 품목이 그 집만 있는 곳도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가는 채소 가게는 우리 집 쪽에서 가면 깊숙한 시장 끝 쪽에 있습니다.

반대편에서 오시는 분들은 시장 입구겠지만 우리 집에서는 가장 먼 곳에 있습니다.

오늘도 우엉, 호박, 가지, 양파와 꽈리고추를 샀습니다.

이 가게는 가격도 적당하고 물건이 싱싱하여

조금 늦은 시간에 들르면 다 팔리고 없는 품목이 많아 가끔은 허탕을 치기도 합니다.

호박은 오늘도 마지막이 될 뻔 했습니다.

우리가 사고 나서 4개 밖에 안 남았으니까요.

 

   생선은 딱히 단골 가게가 없습니다.

주로 싱싱한 생물 오징어나 손자가 좋아하는 생물 통 고등어를 자주 사는데

오징어는 이 가게가, 생물 고등어는 저 가게가 조금씩 괜찮은 물건을 가져다 둔다는 것 정도 입니다.

오늘은 중간쯤 있는 가게에서 싱싱한 오징어가 눈에 띄어 한 무더기 세 마리를 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손자가 좋아하는 한우 소불고기를 싸게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이 가게는 일주일에 수,,,4일만 문을 여는 특이한 가게입니다.

다행히 오늘이 수요일이라 저녁에 올지도 모르는 손자를 위해 불고기 거리를 조금 사러 갔습니다.

그런데 진열된 고기의 색깔이 싱싱해 보이지 않네요.

손주에게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 일부러 찾아갔는데

도저히 사고 싶은 맘이 생기지 않아 포기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저렴하고 질 좋은 한우를 판매하여 자주 들렸던 가게인데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일이 있어서 약간 실망했습니다.

아마도 이번 추석명절에 재고 처리를 다 못해서 남은 고기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봤지만

이건 아니야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집에 도착해서 열어본 오징어 마져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오징어가 겹쳐서 진열되어 있어 크기가 같은 오징어 인줄 알았는데

위쪽에는 큰 오징어 한마리가 있고, 뒤쪽에는 작은 오징어 2마리가 있었나 봅니다.

손질해 온 오징어의 크기가 너무 차이가 납니다. 아내가 불만을 토합니다.

그렇다고 다시 갈 수도 없고, 다시 간다고 해서 잘 못 본 우리가 잘못이지

한 무더기 얼마라고 했고 진열해 놨던 가게 주인이 잘못한 건 아니니 뭐라 할 수도 없을 겁니다.

가까운 이마트나 홈플러스에 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거리도 먼 재래시장에 가서 이런 일을 겪어야하나 하는 아쉬움이 머리를 스칩니다.

 

  국가에서도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국가 재난지원금도 대형마트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데 이렇게 하다간 왔던 손님도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 도리어 제가 걱정이 됩니다.

 

  이래저래 오늘 재래시장 나들이는 별로였습니다.

  (그래도 또 가긴 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