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할아버지 마음을 녹이는 20개월 손주의 귀여움

그루 터기 2021. 10. 5. 00:33

600일 손주의 귀여움(어제가 600일입니다. )

 

   우리 나이에 친구들끼리 모여 핸드폰 검사를 하면 열명 중 9명은 손주 사진을 메인사진으로 올려놓았습니다. 사진 앨범에도 보면 많은 사진들이 손주 사진으로 도배를 하다시피하고, 카카오톡 사진이나 카카오스토리 같은 SNS에도 어김없이 손주들 사진이 있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손주가 없었습니다. 그 땐 친구들이 이렇게 온 동네방네 사진을 올릴 때, 겉으로는 말을 못하고 속으로는 ‘참 유별나네. 조금 늦은 사람은 있어도 손주 없는 사람 어디 있어’ 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이젠 제가 똑 같이 되어갑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되어서 손주 사진을 한 번쯤은 핸드폰 메인 화면에 올려줘야 체면이라도 설 것 같아 시작했었는데 금방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손주의 귀여운 사진이 생길 때마다 바꿔 올리게 됩니다. 아니 메인화면이 많으면 전부다 손주 사진을 올리고 싶어집니다. 사실 블로그나 SNS 같은 곳에 손주 사진을 올리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사진을 올린다는 것은 그냥 보기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다운을 받거나 캡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겁니다. 그냥 캡쳐만 하면 다행인데 혹시라도 좋지 않은 곳에 사용이 될까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할아버지의 손주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몸이 저절로 반응을 하니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손주를 보다보면 가끔 어른인 나를 깜짝 깜짝 놀라게 할 때가 있습니다. 제일 놀랄 때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사물에 대한 기억력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20개월 아이가 엄마가 전화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서 화면을 밀고 전화기의 모양을 기억해서 누르고,  전화가 걸린 내역에서 다시 눌러 전화를 건다는 겁니다. 연습을 따로 시킨 것이 아니라 애들 보는 앞에서 딱 한 번 한 것도 똑 같이 그대로 하는 동작이 많아서 소름이 돋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집중력이나 관찰력 같은 경우도 어른이 상상하는 그 이상입니다. 옛날 속담에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못 먹는다’는 게 ‘아주 어린 애들 앞에서도 찬물을 못 먹는다’로 바꿔야할 것 같습니다.

   엊그제 아침에도 어린이집 등원길에 손주를 데리고 가다 시간이 조금 있어서 놀이터에서 잠시 놀아줬습니다. 큰 새들과 강아지, 고양이 같은 동물은 크고 눈에 잘 보여서 금방 익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주 작은 개미나 하루살이 같은 것도 정말 유심히 쳐다 보고, 한 번만 보면 잊어버리지 않아 그 사물에대해 저와 대화가 가능합니다.

   이름을 아르켜 주면 잊지 않고 손주 방식의 발음을 합니다. (아직 엄마, 아빠, 하비비, 할미, 멍멍, 짹짹 정도 발음합니다.)

 

   이번에도 아주 작은 개미 한 마리를 한 참이나 관찰하더니 ‘개미’라고 아르켜 줬는데 발음은 아직 못하고, 내가 개미라고 하면 바로 알아듣고, 흉내를 내고 졸졸졸 따라 다니며 집중합니다.

 

   오늘도 아직 잘 되지 않는 발음으로 “하비비비!, 하비비!”하면서 할어버지를 부릅니다.

   이러니 할아버지들이 손주를 귀여워하지 않을 수 있나요?

 

 

 

작은 벌레가 움직이는 것을 계속 쳐다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가자고 할 때까지 끈질기게 따라가며 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