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경, 『어른의 어휘력』(말에 품격을 더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 앤의 서재, 2020
낱말이 떠오르지 않는 걸 두고 사람들이 자꾸 나이 들어 생긴 건망증이라고 하는데 저는 건망증이 아니라 어휘력 부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해하지 못해도 읽으면 좋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못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잊고 살다 어느 순간 찾아옵니다. 이제 이해할 수 있을 때가 된 거지요. 그때 다시 읽으면 기막힌 내 이야기가 됩니다.
장난기가 발동할 때도 있고, 어머니의 시각으로 어떻게 보이는 지 궁금해서일 때도 있고, 점멸등처럼 깜박깜박하시는 당신의 어휘력을 지키기 위해서일 때도 있다.
언어는 나다. 나의 세상은 언어의 한계만큼 작거나 크다. 나, 그리고 대상. 세상은 이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나를 제외한 전부가 대상이다. 대상은 내가 될 수 없지만 나는 모든 대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따금 내가 나에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상의 명명(命名)은 이러하다.
모든 나라가 고유의 언어를 갖고 있진 않아. 오히려 드물지, 자기 나라 말을 가졌다는 건 아주 대단하고 멋진 거야.
어휘력, 관성만큼 줄고 관심만큼 는다.
그러면서 덧붙인 질문은 번개처럼 내 두개골을 쪼개고 들어와 빛줄기처럼 박혔다.
“너의 나라 삼면의 바다가 다 같은 색, 블루야? 확실해?”
멍청이 같이 그 나이 먹도록, 그렇게 수없이 바다에 가 놓고서 몰랐다. 나의 나라 삼면의 바다가 모두 다른 색이라는 사실을. (중략) 이 날의 대화는 내게 중대한 인식의 전환점이었다. 사물과 대상을 있는 그대로 순순하게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남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말과 글의 관성에 갇혀 누르면 나오는 자판기처럼 타성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우리는 관심이 없어 관성적으로 듣고 타성적으로 쓰고 말한다. 한 번도 사물을 제대로 본적이 없는 무관심을 나타낸다.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어.”라는 건 솔직히 말해 그 이상의 언어를 활용하길 회피한 건 아닌지? 그를 위해 꼼꼼히 관찰하고 질감 있게 느끼며 깊이 있게 생각하기를 포기한 건 아닌지.
걸터듬다.: 무엇을 찾으려고 이것저것을 되는 대로 마구 더듬다. (가방속에서 등)
지르신다. : 신이나 버선 따위를 뒤축이 눌러 밟히게 신다. 신발 뒷 축을 구겨신다.
우리가 힘 드는 것은 내 속에 소용돌이치는 감정 때문이지, 벌어진 일 때문이 아니다. 감정을 올바로 해석해야 통제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인에게 화가 많은 이유는 억울함을 분노로 잘못 해석해서 분노의 방식으로 해소하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울지마라, 소리 내 말하라. 글을 쓰라. 그래야 내가 변할 수 있고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소나무에 대해서는 소나무한테 배우고, 대나무에 대해서는 대나무한테 배우라. -일본시인 바쇼
세상의 모든 아는 체하고 하는 말은 거짓이다. 거짓의 맹점은 일관성을 만들 수 없다는데 있다.
글에 말을 보태야 한다면 실패한 원고다.
사람은 인적자원이 아니라 인재이다. (자원은 사람이 아닌 광물등에 붙인다)
사람을 고쳐 쓴다. (사람은 고치거나 쓰는게 아니다.)
몸값 대신 이적료, 트레이드 머니,
쓸 사람은 많다. - 어떤 일을 하는데 재료나 도구, 수단으로 이용할 사람이 많다는 뜻- 잘못됨
함께 일할 사람은 많다로 고쳐야 한다.
인격은 연출이 불가능하다.
맞춤법과 기본 문법부터 익히세요. - 영어로 쓴 간판이나 메뉴 못 읽는 남자랑은 연애할 수 있어도 맞춤법 틀리는 남자랑은 힘들 거 같네요.
그렇게 자주 쓰는데 번번이 맞춤법을 틀린다는 건 무식보다 무서운 무식함이다.
~ 하도록 하겠습니다. ⇒ ~ 하겠습니다.
“많이 힘들지요? 그래도 지금 만큼 힘든 시절은 다시 없을 거예요. 나중에 큰 사람이 되면 지금을 잊지 말고 꼭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세요.” 기적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잘해야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잘한 평가를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누군가의 오늘을 보고 함부로 내일을 예측하지 마라. 고작 한두 개의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못된 습관이다.
쉽게 하는 말은 쉽게 타인의 영혼을 짓누른다. 누구도 남의 인생에 대해 평가할 권리가 없다.
지네발에 신 신기듯 일하다. 모처럼 찾아온 한갓진 시간은 천하 없이도 혼자 있고 싶다. 나는 한갓진게 좋고 잠포록한 날씨를 좋아하고 어둑발 내려앉는 시간을 좋아하며 새물내를 좋아하고 얕은맛을 좋아한다.
잘못된 합의 효과 : 자신의 의견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회 가치로 간주하고 근거 없는 다른 사람들도 자기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을 이르는 말.
구조적 중의성 : 한 문장이 성분들의 통사적 구조의 차이로 인하여 두 가지 이상의 뜻으로 해석되는 성질
어휘적 중의성 : 동음이의어 때문에 문장이 두 가지 이상의 의미로 해석되는 성질
영향권 중의성 : 특정한 단어의 작용역이 달라짐으로써 발생하는 중의성, 일반적으로 양화사나 부정사에 의해 발생한다.
중의성 : 한 단어나 문장이 두 가지 이상의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현상이나 특징
원고를 검토할 경우 어디를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입으로 소리 내 읽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호흡에 읽기 어려운 문장은 분리하고 입에 붙지 않는 어색한 조사는 수정하거나 삭제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접속사가 필요하다는 선입견을 버리면 간결해지고 힘이 붙는다. 선문답 같은 대명사, 읽는 사람 보고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쉼표나 말 줄임표 등의 부호는 없앤다. 그 자리를 무엇으로 대신할지 고민할 필요는 있다. 문장은 완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가끔 쓰다만 듯한 문장으로 멋 부리는 경우가 있는데 고수들만 실현할 수 있는 멋이다. 쓰다만 것처럼 보여도 다 쓴 문장으로 말이다.
써 놓은 글이 어딘지 모르게 뒤엉켜 있을 때 누군가에게 설명하듯 입 내어 말하면 의도와 요지가 분명해지며 불필요한 어휘와 문장을 정리할 수 있다.
말과 글은 머릿속에 있는 때 천천히 공 굴러가듯 해도 발화하는 순간부터 직선으로 날아간다.
마지막에는 메시지와 여운을 남긴다.
위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써야 한다.
주어는 문장의 주인이다. 다음 문장 주인이 앞문장과 같은 주인이면 가듭 챙기지 않아도 된다.
대신 일의 순서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동사와 형용사 등의 용언에 시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어휘력이 부족한 사람의 공통점은 ‘그거’ ‘저기’ ‘먼지 알지’ ‘이리 놓고’ 등과 같은 지시 대명사를 많이 쓰는 사람이다.
글을 잘 쓰려면 문장에서 부사와 형용사를 걷어내라. 형용사를 용언이 아니라 수식어로 사용할 때
‘맛 있는 음식을 먹었다’보다 ‘음식이 맛있었다.’,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보다 ‘오늘 즐거웠다.’
문장에서 적재적소에 형용사를 다채롭게 구사하면 문장이 특별해 보인다. 어휘를 몰라서 같은 단어를 써야 한다면 온라인 국어사전을 이용해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검색하면 비슷한 말과 반대말 등이 나온다.
수식어를 남발하고 요란한 글은 못쓴 글이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고 줏대가 없는데 있는 척 해서다.
40분 내에 2백 자 원고지 6매, A4로 1매가량 쓰는 속도로 받아쓰기 수준이 제일 적당하다. 글감에 관련된 정보나 지식 등의 자료를 원고 분량 대비 최소 다섯 배 이상 확보하고 검토를 마쳤으며 생각을 정리해 전체 흐름과 방향을 결정했을 때 달성할 수 있다.
글을 쓰기 전 생각이 충만한 게 먼저다.
“대나무를 그릴 때에는 반드시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를 완성하고 나서’ 붓을 들고 자세히 바라보아야 그리고자 하는 것이 보일 것이니 그때에 서둘러 붓을 휘둘러 곧바로 그려내어 보인 것을 따라 잡아야 한다.” 그리고 강조한다. “마음속 생각이 충분하면 글은 저절로 써진다.”
구성이 잘못된 글은 있어도 구성이 없는 글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장의 구성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라는 6하 원칙이다.
보통 글을 시작하는 첫 문장은 여섯 개의 요소 중 한두 개를 고의적으로 빠뜨릴 때가 많다. 듣는 이의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육하원칙 중에 어떤 것을 뺄지, 어느 것을 먼저 터트리고 나중으로 미룰지, 혹은 끝까지 숨길지 등을 선택하는 감각은 기본적인 문장쓰기 연습으로 체득할 수 있다.
문장 수집과 필사
열아홉 살적부터 쓰기 시작해 30년이 넘었고 10포인트로 1,500매 분량이다. 파일로 옮기지 못한 노트도 꽤 된다.
컬럼의 자료와 근거가 8할을 차지하고 주장은 2할 내외다. 그 2할을 주장하기 위해 8할을 총동원했고 읽는 이들이 승복하게끔 순서를 배치한다.
내가 노랫말에서 배운 미덕은 ‘생략’이다. ‘없어도 되는 말은 쓰지 않는다.’ 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생략해서 상상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수신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너는 너의 내면을 들여닫 보고 돌봐야 할 시간을 다른 데 허비했느냐’며 채권자가 빚 독촉하듯 찾아온다.
텍스트가 기대고 있는 콘텍스트를 읽어야 한다.
인테리어 잡지를 많이 본다고 좋은 가구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나의 생활습관을 잘 알아야 나에게 딱 맞는 가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글로 쓴 어휘는 자건거 타기나 수영처럼 장기 기억이 되어 필요할 때 수월히 활용할 수 있다.
밥도 농사도 짓는다. ‘짓다’에서 나온 명사가 ‘집’이다. 집의 옛말이 ‘짓’이었다. 그래서 집의 아버지는 지아비가 되고 집의 어머니는 지어미가 되었다.
가끔 궁금하다. 돈 많은 사람들은 행복할까? 답한다. 돈이 많다고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또한 돈이 많다고 불행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않은가? 다시 묻는다. 행복과 불행에 가격을 매길 수 있는가?
땅과 똥이 모음하나 차이다. 사람이라면 너나 할 거 없이 땅에 발 붙여야 살고 똥을 싸야 살수 있다.
고추 : 왜 매운맛 나는 과실을 쓴맛 난다고 했을까? 왜 매울 신(辛)자를 쓰지 않고 쓸 고(苦)자를 썼을까?
낱말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이 있다. 하나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낱말을 뒤살펴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글눈을 뜨고 말귀가 트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바란다. 그런 후의 세상은 이전의 세상보다 훨씬 크고 새로울 것이다.
'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 > 독서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스다미리, 『뭉클하면 안 되나요.』, 이봄, 2015 (0) | 2021.10.27 |
---|---|
최정문, 캘리그라피(기본기가 탄탄해지는 40일 완성), 아이콘 북스, 2019 (0) | 2021.10.26 |
올리브페이지, 『올페의 감성 꽃 사진』(꽃 촬영 테크닉), 북메이드, 2012 (0) | 2021.10.26 |
이유미, 『문장수집생활』(밑줄 긋는 카피라이터의 일상적 글쓰기), 21세기북스, 2018 (0) | 2021.10.25 |
이슬아, 『일간이슬아수필집』, 헤엄출판사, 2019 (0) | 2021.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