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구, 『한 줄도 좋다.04 - 옛 유행가』, 테오리아, 2019
나는 슬플 때 마다 달리기를 한다. 그러면 몸에 있는 수분이 다 빠져나와서 눈물이 나오지 않으니까.
내뿜는 담배 연기 끝에 희미한 옛 추억이 풀린다.
그래도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어떤 상관관계로 그 본질이 부정될 수는 없다. 히틀러가 바그너를 흠모했다고 해서 바그너의 장엄함이 부정될 수 없는 것처럼
룸바는 아프리카 특유의 원시적 리듬에 라틴 아메리카의 복잡하고도 강력한 리듬을 더해 완성된 쿠바의 무곡이라고 한다.
살다보면 앞날을 알고 싶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 그런데 알면 또 뭐하겠는가. 내일 또 어떤 낙담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결실도 있으리란 믿음으로 주어진 길을 그저 걸어가는 게 인생인 것을. “모르는 게 약이다.”
“요즈음 괜찮아” “ 정신차려, 너잡지 않잖아!”
혼술의 참 맛은 여기에 있다. 누구의 간섭도 없는 나와의 대화. 나와의 다짐!
홀로이지만 가장 많은 대화와 다짐이 있는 술자리가 바로 혼술 자리이다. 이것이 혼술의 힘이다. 이것이 위대한 알코올의 힘이다.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당당히 걸음을 내디딘다.
조금은 단 커피 맛에 도취돼 아무 생각 없이 내뿜은 담배 연기. 결정적인 무장해제는
꼭 예상치 않은 곳에서 찾아온다. 절묘하게 때맞춰 흘러나오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이 다방에서 죽도록 들었던 이 곡의 선율과 함께 공중으로 일제히 솟구친 푸른 연무가
꽁꽁 여며둔 다방의 추억을 소환해낸다. 죽어있던 그 시절의 모든 것을 살려낸다.”
밤도 깊은 이 거리에 희미한 가로등이여
사랑에 병들은 내 마음속을 너마저 울려 주느냐
정작 헤어지면 아무것도 없다. 무다. 바람이다. 허공이다. 아무것도 없는데, 아무것도 아닌데…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다. 슬픔의 크기로 따지자면 '혼자 하는 사랑’, '알고 싶은 사랑’은 이 사랑의 발치도 못 쫓아온다. 이 사랑은 바로, '잊지 못하는 사랑’이다
꽃다운 이팔소년 울려도 보았으며 철없는 첫사랑에 울기도 했더란다.
그때 알았다. 소녀들은 결코 무감하지 않다는 것을. 소녀들은, 똑같은 소녀들이었다. 하얀 눈이 내리는 하얀 밤을 좋아하는 홍등 불빛 아래의 앳된 화류. 그러하기에 소녀들의 사랑은 더 어렵고 더 가슴 아프다.
언젠가 이 춥고도 험한 타양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만은 쓸쓸하지 않기를 . 그 여행의 끝만은 진정 행복하기를.
스포츠는 약소국이 강대국과 경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영역이다. 합법적인 룰 안에서 약소국이 강대국을 처참하게 짓누를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스타디움에서 수많은 관중들의 가학적인 관음 속에 수많은 스포츠가 불꽃을 튀기고 있다. 짓누르지 못하면 짓밟히고 마는, 인생과 참 많이 닮은 저 스포츠가.
까다로운 이 거리가 언제나 밝아지려 하는가
끝을 몰라 방황하는 자여. 칼을 들어라. 까다로운 이 거리의 매듭을 풀려 하지 마라. 알렉산더의 칼이 되어 까다로운 이 거리의 매듭을 단숨에 베어버려라.
모든 것은 끝을 향한다. 한 만남은 한 헤어짐을 향하며, 한 탄생은 한 죽음을 향한다. 한 일출은 한 일몰을 향하며, 한 봄은 한 겨울을 향한다.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물리적인 법칙처럼 명료한 결론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 끝을 향한 발걸음이 이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끝은. 그 끝을 알 수 없어 두근거리고 주춤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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