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심신단련』, 이슬아, 헤엄출판사, 2019

그루 터기 2021. 12. 30. 07:56

심신단련, 이슬아, 헤엄출판사, 2019

 

이슬아 작가님의 책을 몇 권 째 찾아다니며 읽고 있다.

매번 서점에 가서 책을 사지는 못하지만 양천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책은 찾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이슬아 작가뿐 아니라 다른 작가님들의 책도 한 권 읽어봤을 때 마음에 꽂히는 게 있으면 작가 검색을 해서 몽땅 빌려보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다. 연세 많은 신 모 작가님의 책은 여러 권을 읽다보니 비슷한 내용이 너무 많아 조금은 실망한 경우도 있고, 어떤 작가분에 대해서는 작은 일까지 너무 새새하게 알게 되어 죄송스러울 때가 있다. 이슬아님 책을 읽으면서 세대 차이를 느끼면 배워가는 것에 행복을 찾는다.

 

 

 

저자 소개

이슬아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다. 꾸준히 글을 쓰는 연재 노동자다. 2018년 독립 연재 프로젝트 〈일간 이슬아〉를 창간하며 작가에서 독자로 이어지는 창작물 직거래를 진행해왔다. 2019년부터 헤엄 출판사의 대표로 일했다. 부업으로 10대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독서 메모

 

 

엑스레이에 구름 낀 하늘이 찍힙니다. - 이명윤 시인의 문병에서

 

존자씨는 애정의 말이나 분노의 말이나 몹시 뜨거운 온도로 내 뱉는다. 하지만 태평인 병찬 씨는 부처 같은 얼굴로 존자씨의 말을 BGM처럼 흘려듣는다. 아주 불같은 여자와 미적지근한 남자와 한 집에서 살아왔다. 둘의 조합 역시 내갠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나쁜 일이 자신을 온통 뒤덮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나쁜 일이 나쁜 일로 끝나지 않도록 애썼다. 우리가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고 어떤 일에서든 고마운 점을 찾아내는 이들임을 기억했다. 사랑은 불행을 막지 못하지만 회복의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사랑은 마음에 탄력을 준다. 심신을 고무줄처럼 늘어나게도 하고 돌아오게도 한다.

 

고마워, 라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졸려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내일은 하마한테 못 다한 얘기를 해야지. ‘길을 걷다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 중에 그댄 나에게 사랑을 건네준 사람이니까 고마움도 죄책감도 말해야지. 내일은 새로운 우리가 되어야지. 탐이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금세 깊은 잠에 든다.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나쁜 일이 우리를 온통 뒤덮도록 결코 내버려두지 않았다. 나쁜 일이 나쁜 일로 끝나지 않도록 애썼다. 우리가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고 어떤 일에서든 고마운 점을 찾아내는 이들임을 기억했다. 사랑은 불행을 막지 못하지만 회복의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사랑은 마음에 탄력을 준다. 심신을 고무줄처럼 늘어나게도 하고 돌아오게도 한다.

 

조심조심 살아가는 느낌이다. 무서운 게 많아서 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꼭 하고 싶은 말은 누구 하나라도 시작한다면 이 가족은 파탄이 날 것이다.

인간은 불행의 디테일을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확히 불행해지는 존재 같았다.

내가 부끄러워하는 순간 더욱 손쓸 수 없이 초라해지는.

 

내가 가진 트라우마가 너의 것과 비슷하거나 같을 리 없다. 우리는 각자의 트라우마를 겪은 대로 표현하기엔 단어가 부족했고,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그 과거를 전할 정도로 시간을 동유할지 어쩔지는 모른다. 어쩌다 그것이 우연히 서로의 입으로 귀로 옮겨졌을지라도 우리가 각자의 말을 이해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단지 너는 나에게 기쁨을 나눌 수 있지만, 나는 아직 너에게 나눌만한 기쁨을 겪지 않은 건지, 너에게 나누고픈 일이 없다. 그 사실은 항상 너와 나 사이의 거리를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