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오늘 문득 아부지가 생각납니다.

그루 터기 2022. 9. 6. 09:06

태풍 힌남노가 동해로 빠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역대풍 태풍은 포항과 울산등지에 많은 피해를 내고 지나갔습니다.

조금전 포항제철 3군데에서 동시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하는 속보가 떴는데 이것도 태풍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린 시절 저희 고향에 사라호 태풍이 엄청난 피해를 줬습니다.  저희 동네 앞쪽 강가의 튼튼한 콘트리트 다리도 사라호 태풍으로 떠내려가고 강가 모든 논밭이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사라호 태풍은 제가 4살때 일어난 일로 다리가 무너지고 떠내려가는 모습이 기억이 나는데 아직도 꽤나 생생합니다.(딱 10초 정도의 동영상 처럼 기억이 납니다.)  제 인생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고,  그 나이 때의 유일한 기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거친 태풍이 지나가는데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어린 때 사과 과수원을 하던 우리집은 기술이 부족하여 좋은 품질의 사과를 수확하지도 못했지만 강한 태풍이 오고나면 일년 농사를 망치게 되어 농협에서 빌린 돈을 값을 길이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보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라에서 보조가 넉넉히 있는 것도 아닌,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갚아야 하는 시절이라 

더 많이 힘들고 고생하셨을 아버지가 지금에야 안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골 빈농의 맞아들로서 연로한 부보님과 동생들, 그리고 우리 육남매까지 건사하시느라 평생 좋아하시던 약주도 맘놓고 드시지 못하시고,  지방 아마추어 선수급 장기 실력을 가지고 계시지만, 친구분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시고 겨울에도 부업으로 밤을 지새우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오늘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사람들은 참 바보인가 봅니다. 

이런 일은 정말 오래전에 일어난 일인데 진작에 살아계실때 생각이 들지 않고, 내가 그 나이가 되어서야 경우 쬐금 생각이 나는 걸 보니 바보는 틀립없는 바보인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태풍은 지나가고 하늘이 맑습니다. 다행히 수도권은 별다른 피해없이 잘 지나간것 같습니다. 

살아생전 아버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 책상에 앉아 서툰 글씨로 써 봅니다. 

 

아부지! 많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