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스킨스쿠버(공부하는 스쿠버)

2000년대 어느 여름휴가 추암 투어 후기 - 3

그루 터기 2020. 9. 6. 08:08

셋 째날(다이빙 둘 째 날)

 

첫 번째 다이빙

서울 올라갈 생각에 조금은 스트레스가 왔지만 못가면 내일 가기로 하고 느긋하게 다이빙을 시작 했습니다.

 

오늘은 추장님을 위해 인공어초에 함 가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리 둘(덕용님)은 지난번에 왔을 때 가본 곳이지만 추장님은 인공어초에 가 본 경험이 없어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습니다. 추장님이 어제의 일이 마음에 걸리시는 듯 웨이트를 2kg 더 차신다.

 

 

포인트명 : 인공어초

최대수심 : 25.9m

수온 : 12~14

시야 : 8~10m 정도

바람 조류 : 없음

파도 : 장판

잠수시간 : 28

버디 : 송덕용, 전국현

 

리조트 오강사님의 짬 보호 안내(주의 사항인가?) 듣고 물살을 가르면 이공어초로 출발, 지난번 다른 인공어초를 완전 개방했더니 일주일 만에 아무것도 남은게 없다고 이곳은 꼭 보호해주길 당부하셔서 이번엔 일용할 양식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하나 둘 입수, 나도 뒤로 벌러덩. 어라? 호흡기를 물지 않았네 ㅎㅎ. 물속에서 얼른 물어야지 남들 보기 전에...

어제는 장갑을 끼지 않아 물속에서 끼더니만 하강을 하면서 보니 내 BC주머니 속에 있던 채집망이 팔랑팔랑 물속으로 떨어진다. 잽싸게 다시 비시에 넣었다

 

(물속에서 나올 때 까지 몰랐는데 이때 비씨 주머니속에 넣었던 2kg짜리 웨이트가 같이 떨어진 것 같음-알았으면 인공어초 여러바퀴 도는 사이에 충분히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어제 보다 추장님이 입수도 잘되고 하강도 멋있게 바닥까지 도착.. 서로 오케이 사인 보내고 그룹으로 어초를 돌기 시작했네요.

 

모래바닥위에 쌓여있는 인공어초는 황량한 바다 속을 그나마 지켜주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만약 인공어초가 없는 이곳에 다이빙을 한다면 그야말로 모래사장을 누비다. 올라가야 할 것 아닌가? 새삼스럽게 인공어초가 고맙다.

 

천천히 돌며 멍게(우렁쉥이)도 아르켜주고(추장님이 바다 속에서 멍게를 못 봤다고 해서) 활짝핀 섬유세닐말미잘의 촉수도 건드려보고 마냥 행복한 모습이다. 그때 어초사이로 게르치 한 마리가 유유히 움직인다. 언 듯 보기에도 50cm는 되는 것 같다.

 

아하! 저놈이 오강사님이 말씀하시던 그놈이구나. 아마도 물속에서 보니까 더 커 보이는 거겠지 ..

추장님께서 덕용님과 같이 다니시고 잠시 김강사와 어초 사이를 들어가 봤다. 지나번 까지도 눈만 돌리면 있던 해삼이 이젠 눈에 보이지 않는걸 보니 이곳도 개방 후 많이 변했나보다.

바닥에 작은 가자미류들이 눈에 띈다.

 

한 바퀴 돌고나니 다시 추장님과 만났다. 추장님보고 어초 사이를 지나가 보라고 권했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잘 모르시더니 다시 설명했더니 뒤뚱뒤뚱 어초사이를 지나간다.

나도 처음 어초사이를 지날 때 공기통을 부딛힌 기억이 나는데 추장님도 똑 같이 한다.

웃음이 난다.

 

바닥에 예쁜 성게 껍질이 있어서 주웠다 마눌님 가져다 주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주웠다. 살짝만 건들면 깨지는 아주 얇은 껍질이라 조심조심 주웠는데 결국 마지막에 깨져 버렸다. 이건 가져오면 안되는 건가보다.

 

먼저 어초 바닥을 돌고, 다시 중간부분으로 돌고나니 60바 정도가 남았다. 덕용님, 추장님께 상승사인을 보내니, 김강사님도 사인을 하신다. 같이 다이빙하신 머리 벗어진 분(죄송합니다. 성함을 몰라서)도 같이 그룹으로 상승을 시도했다. 어제 생각이 나서 조금 빠르게 상승하도록 하고 꼭 상승줄 옆에서 줄을 잡고 하도록 사인을 보낸다.

 

완벽한 상승과 5m 안전 감압자세가 완벽하니까 기분이 무척 좋다. 추장님이 안전 감압할 때 줄을 놓고 싶어 한다. 자신감의 표현이리라. 난 처음부터 상승줄이 없이 안전감압을 연습하다보니 안전줄이 다소 어색하다. 그냥 참고줄이라 생각하고 옆에서 감압하는게 습관이 되어 있는데 처음엔 그게 쉽지 않았었다.

 

무사히 다이빙을 끝내고 리조트로 복귀하는 보트에서의 상쾌함이 좋다.

 

 

 

둘 째 다이빙

 

포인트명 : 우럭대기 자연 암반짬

최대수심 : 28m

수온 : 11

시야 : 8~10m 정도

바람 조류 : 없음

파도 : 장판

잠수시간 : 32

버디 : 송덕용

 

추장님이 귀밑이 아프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하며 포기 하셨다.

(괜히 미안해서 그러신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이틀 다이빙 하는 사이 첨으로 마음 편하게 덕용님과 입수했다. 덕용님과 난 입문 교육도 같이 받고 버디로 수없이 했던 사이라 서로 말하지 않아도 다 알 정도니까

 

230도로 치기로 하고 입수하자마자 바로 하강 방향을 확인하고 이동을 시작했다. 큰 바위사이 계곡을 지나면서 부채산호도 보고, 부채산호에 붙어 있는 눈송이갯민숭이가 정말 눈송이같다. 여기저기 몰려 있어서 더욱 보기가 좋았다 계속 방향을 잡고 돌아보니 초원같은 바위가 펼쳐진다. 미역은 녹아서 이젠 줄기만 보이고 다 알 수 없는 온갖 수초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그때! 눈앞에 펼쳐진 장관!!!! 바로 불볼락 때다. 대략 몇 백마리 정도가 되는 듯 한 불볼락이 무리지어 지나간다.

어제 김강사가 봤다는 그놈들인가 보다 가까이가도 도망도 가지 않는다. 대략 7~8cm 정도의 똑 같은 크기의 볼락이 무리지어 가는 모습이 너무 황홀했다. 덕용님과 같이 장난도 치고 손으로 잡아보려니 쏙 빠져나간다.

이제까지 다이빙하면서 몇 번 이런 경험을 했지만 오늘의 경험은 또 새로웠다. 덕용님도 무지하게 좋아하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다른 곳으로 이동 했더니 이놈들이 그사이 또 따라왔다. 한 번 더 무리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니 나도 물고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속 저곳을 지나다 몇 마리의 해삼도 만나고 짝짓기에 열심인 군소도 많이 보고 간혹 눈에 띄는 불가사리, 수를 셀 수 없는 갯민숭달팽이 모두 모두 낯설지 않은 모습들이 좋다.

 

큰 바위 앞에서 잔압 50바를 확인하고 상승시작, 커다란 바위를 올라가며 구경하니 그게 바로 상승이다.

바위정상 8m정도라서 5m에서 감압하면서 바위 구경하는 기분이 묘하다 놀래미 새끼들이 많다. 제법 큰 놀래미가 지나간다. 감압하다가 다시 가고픈 생각이 들어 피식 웃어본다.

 

위를 쳐다보니 버블이 아름답다. 이제 저 수면 위로 올라가면 서울로 가야 한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아쉽다.

내일 하루 더 있었으면 좋으련만 같이와서 이틀 동안 지루하게 기다려준 식구들에게 미안하다. 아니 서울까지 밀리는 길이 더 걱정이다. 덕용님께 신호하고 서서히 상승했다. 수면에서의 하늘이 맑지는 않았지만 공기는 상쾌하고 좋다. 멀리 보트에 신호를 보냈다. 모두들 먼저 출수하여 보트에 올라 있었다.

 

 

 

다이빙을 끝내고

 

마지막 다이빙에서 본 볼락 때를 추장님께 자랑하며 같이 들어가지 않음을 아쉬워했다.

 

해녀식당에서 맛있는 매운탕에 늦은 점심을 먹고 출발, 정선을 거쳐 영월, 제천, 중앙고속도로로 치악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남원주에서 국도로 문막, 여주, 이천으로 이동했다.

 

유명하다는 냉면집에 갔다가 시간이 늦어 먹지도 못하고 다시 영동 고속도로를 진입, 용인 휴게소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집에 도착하니 11, 그래도 밀리지 않고 돌아와서 빨리 온 것 같다. 꾸벅꾸벅 졸면서 오느라 마누라 잔소리 꽤나 들었다.

 

장비 세척해 걸어 놓고 샤워하고 냉장고에 넣어둔 소주 한 병 꺼내 한 잔 하니 온몸이 다 노곤하다.

술맛이 참 좋다. 무사히 마친 휴가가 기분이 좋고 가족과 함께한 여행이 또한 좋다.

 

뒷정리에 바쁜 마눌님 보고 잔을 쑥 내민다.

 

여보 당신도 한 잔 하셔!”

 

 

지루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