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어르신

그루 터기 2021. 5. 14. 00:18

백수의 하루

 

오늘 오후 병원에 들렀습니다.

 

특별한 병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구요. 코로나 19 백신 같은 예방주사도 아니구요..건강이 옛날 같지 않고 뭔가 조금 걱정이 되고 해서 혈액 검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이라는게 기분 좋아서 가는 곳은 산부인과 빼고 어디가 또 있을까 생각이 잘 나지 않는데 역시 긴장되고 서먹서먹하고 그러데요.

 

의사 선생님이 혈액 검사를 한 번 해 보시는게 어떠냐고 하시면서 이렇게 자주 병원에 오시면 통증만 없애는 약뿐 아니라 요산 수치를 낮추는 약도 같이 먹어야 한다고 하시네요.

저는 지난번에 지어준 약이(오늘도 마찬가지지만) 당연히 요산을 낮춰주는 약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약간 불만 섞인 목소리로 혈액검사는 제가 맘대로 할 수 있나요? 의사선생님께서 하라고 해야 하는 거지요하니 한 번 쳐다보네요.

 

진료실을 나와 잠깐 대기하다. 채혈실로 들어갔습니다.

 

젊은(어리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은) 간호사님께서 채혈하는 의자에 앉히고, 주사바늘을 들고 하는 말

어르신 조금 따끔 합니다.”

 

어른신이라는 말에 살짝 기분이 별로라서 갑자기 정색을 하면서 내가 엄살이 좀 심하다고, 조금만 아프면 소리를 심하게 지르니까 놀라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프지 않게 살살 잘하면 제 블로그에 올려 자랑해 드리겠습니다했더니

블로그도 하세요? 무슨 블로그인데요?’ 한다.

자격증 관련 블로그입니다.” 했다.

먹방이나 다른 걸 기대했는지, 전혀 예상 밖이라는 눈빛이다.

 

살짝 당황한 간호사님이 조심조심 주사바늘을 꼽고, 내말을 옆에서 들은 다른 간호사 한분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듯 슬그머니 옆으로 오네요.

 

주먹 몇 번 쥐었다 폈다 시키는 대로 잠깐 하다 보니 정말 예방주사보다도 더 쉽고 아프지 않게 바늘을 꼽고 채혈한 간호사님 왈 잘 참으시는데요?” 한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 엄살입니까. 농담 이었어요” “놀랐으면 미안해요하니 그제야 싱긋이 웃으신다. 많이 긴장했을 텐데 미안하다.

 

그러고 보니 정말 따끔 수준도 아닌 것 같다.

작년 초겨울에 독감 예방주사 맞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요즈음 주사바늘이 아주 가늘어 진 건지. 간호사분들이 실력이 무지하게 좋아진 건지

주사바늘 들어가는 것이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다.

 

 

집에 돌아와서 낮에 주사 맞을 때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차! 그렇지.

갑자기 어르신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 어르신이라는 말에 답이 있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제일 먼저 찾아오는 것이 노안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이 고혈압, 당뇨같은 성인병 종류들

마흔 다섯부터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안이 속도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피해갈 수 없듯이 근력이나 신경에도 노쇄현상이 월급날 외상값 받으러 오는 단골식당 주인아줌마처럼 싫어도 꼬박꼬박 찾아오는 것을 내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까.

 

어르신이라는 말을 듣는 나 자신은 어색하고, 섭섭할지도 모르지만 현실인 것을 어쩌랴.

평생 마음은 청춘이겠지만 이젠 주사바늘을 찔러도 별로 아픈 것을 모르는 나이가 되어 버린 것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달 27일에 예약한 코로나 백신 주사 맞을 때도 오늘과 같을까?

아님 백신 주사는 바늘이 더 가늘어 느끼지도 못할까? 다시 한 번 기대(?)하며

아프지 않아서 좋아해야 할지? 늙어감을 서러워해야 할지?

잠시나마 생각이 복잡해 진다. 

 

 

 

 

 

고혈압과 각종암 그리고 성인병에 좋다는 뽕나무입니다. 
친구가 잘라 뒀는데 이뻐서 한 컷 찍었습니다. 
사진만 찍을게 아니라 이젠 먹어야 할 때가 조금씩 오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