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오래전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교직에 몸담고 있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20대의 젊은 시절 열정 하나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시간들.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고, 한사람이라도 더 끝까지 같이 가고 싶어 안달이 나던 그런 날들이었습니다.
그 때 담임을 맡아 가르쳤던 제자들이 이젠 40을 훌쩍 넘어 갔는데. 매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이면
몇 몇 제자들이 잊지 않고 연락을 해옵니다. 가끔은 연락이 와서 소주 한 잔 같이 할 때도 있구요.
저는 별로 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잊지 않고 연락을 주니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저도 평생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연락을 드리지 못한 스승님이 한 분 계십니다.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2년간 담임선생님이셨던 박근칠 선생님이십니다. 그 선생님도 아마 저희 4학년 때 초임교사로 오셨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저를 각별히 아껴주시고 신경써 주셨던 생각이 납니다. 그 선생님 덕분에 글짓기 공부도 많이하고, 여기저기 대회도 나가서 상도 타보고 했었는데 지금 이만큼이라도 끌적 거릴 수 있는 것이 다 선생님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지금도 졸필인데 그 때도 정말 글씨를 이쁘게 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저와 마지막 헤어질 때 “한식아 나중에 글씨 깨끗하게 잘 쓰면 다시 만나자”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글씨를 깨끗하게 잘 쓰지 못해서 못 찾아뵙는 건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을 보내다보니 지금까지 한 번도 찾아뵙지를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걱정하시던 저의 글씨는 이제 컴퓨터가 알아서 멋지게 써주는데 뭐가 걱정이라서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하는지.
올해도 스승의 날에 또 한 번 죄송스럽단 마음만 가지고 하루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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