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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5 주년에 선물한 세상에서 하나 뿐인 책

그루 터기 2021. 11. 14. 05:08

#결혼 25 주년에 선물한 세상에서 하나 뿐인 책

 

  '밀레니엄 버그' 라고 있었습니다.

  컴퓨터가 2000년이라는 숫자 인식을 못해서 사이버 대란이 올 거라고 가슴을 졸이던 생각이 납니다. 그해에 정말 아무일 없이 새로운 천년을 맞이했던 해에 저와 집사람이 주고 받았던 이메일을 7년 뒤 결혼25주년을 기념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이름하여 ‘기숙이와 한식이의 사십일의 사랑이야기

 

  요즈음은 인터넷이 케이블 티비나 별도의 선으로 가정으로 들어옵니다. 무선모뎀을 사용하여 어디를 가나 쉽게 접속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처음 시작되던 그땐 전화기 선을 이용하여 모뎀을 설치해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화를 할 때는 인터넷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을 하고 있으면 계속 통화 중으로 전화가 연결이 안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집에 전화를 하나 더 놓고 인터넷을 하게 되었구요. 그 시절에 가정집에 전화가 2대씩 있으면 아주 부자이거나 정보요원이거나 또 다른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습니다. 심지어 가정집에 전화가 없는 사람도 꽤 많았었으니까요. 덕분에 낮에 집에 있는 아내와 자주 이메일을 주고받고, 그 결과물로 이렇게 책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뒤 처음부터 사용하던 하이텔의 이메일을 정리하고 다음(daum) 이메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옛날 이메일을 정리하다보니 한동안 열심히 주고 받았던 메일을 그냥 지워버리기 아까워 옮겨서 보관하다가 결혼25주년 기념으로 작은 책으로 엮어서 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구요.

  날짜 순서대로 글을 옮기고, 인터넷에서 삽화를 찾고,  그동안 직접 찍었던 풍경사진과 가족사진들을 모았습니다.  페이지 마다 삽화를 넣고 정리하였습니다. 양면인쇄 할 수 있도록 순서를 바꾸고(그 땐 양면인쇄가 되는지 잘 몰랐습니다.) 정리하여 일일이 프린트했습니다. A4용지에 프린트한 각각의 페이지 순서를 맞추고 정리하여, 거래하던 문구점에서 표지도 고르고 제본도 부탁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공들여 만든 책을 결혼 25주년 기념일인 2007년 11월 14일 짠하고 선물했구요. 그 이후 가족 형제들, 처갓집 행사 때마다 자랑하여 대박(?)을 터트리고, 우리집 며느리들이 들어올 때마다 자랑거리로 내놓아 부러움을 샀습니다. 2000년 가족 달력을 만든 이후 새로운 아이템으로 또하나의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그 때 주고받은 메일을 다시 읽어보니 우리사이가 저런 시절이 있었나? 할 정도로 낮 간지러운 말들이 많네요. 그런데요. 그로부터 20년이 더 흐른 지금, 그 때와 똑 같은 모습일 수는 없지만 너무 많이 변한 우리 모습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요즈음은 견원지간(저는 원숭이띠, 아내는 개띠입니다.), 딱 그 모습으로 살아가는 날들이 많아 씁쓸합니다.

 

  오늘 이글을 쓰면서 매일 잔소리하는 아내에게 불평만 했는데, 나는 또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니 반성을 해야겠습니다.

 

 

오늘은 39번째 결혼기념일 입니다.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이 글을 올립니다. 

 

 

 

 

 

 

 

 

 

내용 중에 좀 덜 간지러운 걸 골랐는데도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