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손자와 함께 한 동네 한바퀴

그루 터기 2021. 11. 19. 06:07

     ‘수능한파’ 듣기만 해도 얄미운 단어입니다. 매년 수능날만 되면 어찌그리 정확하게 아는지 따뜻하던 날이 갑자기 추워져서 수능 시험을 치는 학생들이 고생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오늘은 수능일입니다. 다행히 올해는 수능한파가 무색하게 아침에는 살짝 기온이 낮았지만 바람도 별로 없고, 비교적 따뜻하였습니다. 코시국 이지만 작년처럼 날짜를 연기하지도 않고, 큰 무리없이 하루가 마무리 되는 것 같습니다.

 

     ‘봄여름, 갈겨울’, 요즈음 계절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기후의 특징은 ‘사계절이 뚜렷하다’라고 초등학교 때 배우고 자주 쓰던 말인데, 어느 순간부터 계절이 여름과 겨울 두 계절만 있는 것 같습니다. 봄이 오는가 싶다가도 바로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는가 싶다가도 금방 겨울이 옵니다. 그래서 볼여름(보다보면 여름), 갈겨울(가버리고 겨울)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나 봅니다. 특히 올해는 엊그제 설악산 단풍이 시작된다는 소식을 전하더니 가을비 며칠 만에 단풍이 이쁘게 물들기도 전에 거의 다 떨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손자와 하루종일 같이 있는 날입니다. 22개월 차 손자는 에너자이저입니다.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는 경우가 드물고 노래에 맞춰 춤추고, 돌고, 뜁니다. 말문이 터지기 시작하여 이것저것 사물의 이름 알아가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즈음의 남자아이의 관심사가 자동차라고 합니다. 자동차 이름 알아맞히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자동차를 구경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구경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장난감도 좋아해서 꼭 손에 하나씩 들고 다니려고 합니다. 기차나 버스, 택시, 소방차, 트럭, 포크레인, 사다리차, 순찰차, 구급차, 블도저 등 차라는 차는 다 좋아하고 구별하기 시작합니다. 소방차나 순찰차 그리고 사다리차도 좋아하지만 특히 버스를 좋아합니다.

 

     수능한파도 없는 좋은 날이라 손자를 데리고 가까운 소방서에 소방차를 구경시켜주러 갔습니다. 어른 걸음으로 5분 거리의 소방서에는 소방차가 항상 출동 대기를 하고 있거든요. 아뿔싸! 오늘은 어쩐 일인지 셔터문을 닫아놓고 안쪽에 대기를 하고 있어서 작은 창으로만 볼 수 있어서 아쉽습니다. 그래도 손자가 좋아하는 버스도 실컷 보고, 지구대에 있는 순찰차도 보고, 아파트 단지에 주차해 있던 사다리차도 보고, 트럭도 택시도 많이 봤습니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나간 김에 아파트 산책길과 오목 공원에 들러 저물어 가는 가을 정취를 많이 느끼고 왔습니다. 손자가 낙엽 놀이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덕분에 저와 아내도 힐링하고 왔습니다.

     무겁고 덩치가 있어서 잘 가지고 다니지 않고 넣어 뒀던 DSLR 카메라도 꺼냈습니다. 멋진 사진 몇 장 찍어주려고 했는데 오늘의 카메라맨이 순간 포착을 잘 못해서 모델이 웃는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쁩니다.

     저물어가는 가을 풍경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늘 따라 손자의 빨간 옷이 잘 어울리는 날입니다.

     아내의 검은색도.

 

 

* DSLR카메라 : Digital Single Lens Reflex로 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

 

 

 

떨어진 은행잎을 던지며 무지하게 좋아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는 지겨울 정도로 단풍나무가 많은데 딱 지금 노랗게 은행잎이 물들 때 이때는 아주 좋습니다. 

 

 

아파트 산책로의 풍경입니다.  매일 저녁 먹고 운동하는 산책길입니다. 손자와는 오늘 처음이구요

헉! 그러고 보니 아내의 바지가 잘록하네요. 춥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는데. 왠지 추웠을 듯. 저는 두꺼운 옷을 입고 가서 더웠습니다. 

 

 

오목 공원 옆길 소방서 가는 길입니다. 손엔 어김없이 버스를 들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오목공원에서 주은 나뭇가지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들고 옵니다. 요즈음 어린이 집에서 자연 학습시간에  동물이나 식물들을 알려주기 위해 주위의 사물에 비교해서 설명을 많이 하나 봅니다.  긴 나무 막대는 뱀이라고 하고, 칠엽수 열매(너도 밤나무 비슷한) 로 밤 줍기 놀이도 하곤 한답니다.  최애 버스는 주머니에 들어 있구요. 손엔 나뭇가지가 들려 있습니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뭐라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집까지 가져왔습니다. 

 무엇을 열심히 보고 있을까요? 지나가는 자동차를 열심히 보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