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장관옥 과장님을 그리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루 터기 2021. 7. 18. 20:46

 

 

과장님!

 

  어제 아침 일찍 강서도서관을 다녀왔습니다.

 

  과장님과 사모님의 산문집 '여우구슬'이 제가 자주 가는 양천도서관에는 없고, 강서도서관에 있어서 한 달음에 다녀왔습니다.

  서고에서 책을 찾아든 순간 과장님을 뵙는 것처럼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빨리 집으로 가서 읽어야 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여 좁은 골목길 일방통행을 거꾸로 내려오다가 깜짝 놀라기까지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펼쳐든 책속에서 과장님의 생전의 모습 영상을 보는 듯합니다. 저도 동 시대에 시골에서 자란 촌놈이라 어쩜 그리 저의 추억과 비슷한지 글속에 빠져들었습니다.

  생전에 일하실 때도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치신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농산물유통센터의 성공을 위해서 동분서주하시고 고생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핫 찜질 파스를 만들 때 음성의 고춧가루를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찾아간 제약회사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시고 단숨에 달려갔던 제약회사에서 이미 고춧가루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발길을 돌렸다는 이야기는 대단하시다는 생각과 아쉬움으로 허허 웃던 모습이 떠 오릅니다. 공사 관련된 일 외에도 만남이 있을 땐 언제나 막힘없는 해박한 지식으로 좌중을 리드하던 모습 하나하나가 오늘 더욱 생각납니다.

 

  일본 출장길에 장애인들이 여행에 불편이 없도록 세세한 곳까지 신경 써 주던 일본 철도 관계자들의 모습을 보고 한국은 왜 아직 이렇게 하지 못할까아쉬워하면서 과장님과 주고받던 이야기가 글속에 나올 때와 아직도 반가운 이름인 오다니 부장님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지금도 과장님과 같이 그곳에 있는 듯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다니 부장님과는 요즈음도 가끔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통역을 맡았던 K양과는 며칠 전에도 카톡으로 연락하고 8월쯤에는 한국으로 잠깐 다니러 온다고 합니다. 그 때 과장님 뵈러 음성으로 찾아뵈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만 이젠 마음으로만 만날 수 있음을 안타까워합니다.

 

  과장님!

  오늘 과장님과 주고받았던 선별기 견학 사진들과 자료들을 봤습니다. 수박 선별장 관련 자료를 드렸을 때 고마워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때 저희 회사에서 다 설치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회사의 이익을 떠나 일본 선진 기술을 한국에 접목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어서 가슴 뿌듯했었습니다.

  유난히 눈이 많았던 그해 겨울부터 늦게 찾아온 봄까지 5개월 동안 십여 명의 일본 기술자들과 하얀 밤을 지새우며 장비를 설치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그 때마다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써 주시고 도와주셨던 과장님이 계시지 않으셨으면 과연 그 일을 쉽게 끝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젠 그 이야기도 옛날 이야기가 되었고, 그 때 설치한 기계는 노후 되어 작년에 새로운 설비로 교체가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새로운 설비는 과거 설비의 보완 정도로 끝났는데 과장님이 계셨더라면 더 좋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한 발 더 나아가는 사업을 추진하셨을 텐데. 딱 거기서 멈추어 버린 것이 못내 아쉽고, 또 아쉽습니다.

 

  장관옥 과장님!

  언제 한 번 시간 내어 음성을 가겠습니다. 좋아하시던 약주 한 잔 들고 찾아 뵐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아쉽지만 인사 올립니다. 항상 웃으시던 과장님의 얼굴이 더욱 생각하는 밤입니다.

 

 

 

 

여우구슬 책 표지를 어제는 인터넷에서 다운 받았었는데 오늘은 직접 찍었습니다. 

 

 

 

 

책 표지 안쪽에 과장님과 사모님 모습 사진이 있어서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