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니 말 도 맞고, 네 말도 맞다.’

그루 터기 2021. 9. 2. 20:02

니 말 도 맞고, 네 말도 맞다.’

 

   ‘말이 많은 사람은 적이 많다.’ 고 했는데 나는 오늘 모임에서 너무 말을 많이 했다. 집에서 나갈 때는 늙은이 좌우명인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를 여러 번 외치고 갔는데 결국 두 가지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4명의 친구 중에 한 친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지만 다른 친구는 만난 지 아마 5년이 족히 넘은 것 같다. 처음에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건강은 어떤지, 얼마 전 101세로 버스를 타고 다니실 정도로 건강하시던 친구의 부모님의 별세와 장례식 이야기, 친구 여동생의 안부(친구가 저와 아주 먼 친척이기도 하지만, 친구 여동생이 제 아내와 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해서 자주 만나던 사이였습니다.), 다른 친구의 부모님이나 형제들 이야기로 시작해서 가까이 지냈던 친구들 이야기로 금방 시간이 지났다. 다양한 이야기의 주제가 오가다보니 대선 후보에 관한 이야기고 바뀌었고, 친구 모두 이제는 나이가 들어 자연스럽게 비슷해 졌는데도 의견 대립이 있었다. 한 사람이 우 클릭이 많이 된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 친구 본인은 그 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있고, 다른 세 사람은 그 것이 잘못됐다고 믿는데서 시작 된 것이다. 그리 오래 토론을 한 건 아니지만 결론이 있을 수 없는 내용이라 평행선만 달리다가 끝났다.

   그리고는 허허 웃으면서 정치이야기는 그만하자그걸로 쉽게 끝났다.

 

   이야기 중에 나도 그 친구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여러 가지 예를 들면서 반박을 계속했다. 반박을 계속했다는 이야기는 내가 하는 이야기는 정확하고, 상대방이 한 이야기는 잘못 되었다는 정의감에서 나왔으리라. 내가 생각하는 진실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진실이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결국 오늘도 말을 많이 하고 말았다.

 

   어제 읽은 성철스님의 이 뭐꼬?’ 라는 책에 보면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꼭지에 만물은 원래 한 뿌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보수와 진보 모두 한 뿌리에서 태어난 것인데 한 쪽을 죽이기 위해 나무 밑둥을 짜르거나 뿌리를 캐면 다른 쪽도 당연히 같이 죽게 된다는 것이 아닌가? 세상 모든 이치에 맞춰보더라도 역시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불교의 근본 사상은 중도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49년 동안 설법하신 모든 말씀도 이 중도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팔만대장경 전체가 중도에 입각해 있다고 한다. 첨예한 대립의 대화 속에서 중도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구경하는 자세로 중도를 지키는 것도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경의 즐거움이란 이야기가 있다. 꽃구경, 잔치구경, 사람구경 등 참 많은 구경 중에 불구경이 제일 긴장되는 것 같다.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를 위해서 내가 직접 뛸 수도 있지만 대부분 먼거리에서 불구경이 전부일 때가 많다. 긴박한 상황에서의 구경의 즐거움이란 표현은 맞지 않는 표현일 것이다. 두 사람이 언쟁 중일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끼어들어 가부를 정해 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도리어 끼어들지 않고 구경하는 것을 즐거움이라고 생각하고 한 발 떨어지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엄밀히 말하면 구경이라기보다는 제3자의 입장에서 냉철하게 판단해 보는 것이리라.

 

   오늘도 한 번만 더 생각했더라면 그런 자세를 취할 수 있었을 텐데. 혹시 다른 친구들 마음을 상하게 한건 없는지 모르겠다.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그런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