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나는 의도치 않은 유사 비건(채식주의자)이 되었다.

그루 터기 2021. 9. 18. 21:01

 

 

 

나는 의도치 않은 유사 비건(채식주의자)이 되었다.

 

 

비건(vegan, 베지테리언 : vegetarian) : 채식주의자

 

  육식을 피하고 식물을 재료로 만든 음식만을 먹는 사람들을 말한다. 다시 말해 채식주의자다. 먹는 음식에 따라 프루테리언, 비건, 락토 베지테리언, 오보 베지테리언,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페스토 베지테리언, 폴로 베지테리언, 플렉시테리언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고 네이버 지식백과에 나와 있다. 솔직히 비건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내가 이렇게 단계로 구분 된다는 건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설명도 덧붙여 있었다.

 

#프루테리언(fruitarian)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로, 채식 중에서도 과일과 견과류만 허용한다. 이들은 식물의 뿌리와 잎은 먹지 않고 그 열매인 과일과 곡식만 섭취한다.

 

#비건(vegan)

  완전 채식주의자로, 육식을 모두 거부한다. 즉 육류와 생선을 물론 우유와 동물의 알, 꿀 등 동물에게서 얻은 식품을 일절 거부하고, 식물성 식품만 먹는다.

 

#락토 베지 테이언(lacto-vegetarian)

  육류와 어패류, 동물의 알(달걀)은 먹지 않고, 우유, 유제품, 꿀은 먹는 채식주의자

 

#오보 베지테리언(over-vegetarian)

  육류, 생선, 해물, 우유, 유제품은 먹지 않지만 달걀은 먹는 채식주의자

 

#락토오보 베지테리언(tacto-ovo-vegetarian)

  채식을 하면서 달걀이나 우유, 꿀처럼 동물에게서 나오는 음식은 먹는 채식주의자

 

#페스코 베지 테리언(pesco-vegetarian)

  채식을 하면서 유제품, 가금류의 알, 어류는 먹는 채식주의자

 

#폴로 베지테리언(pollo-vegetarian)

  채식을 하면서 유유, 달걀, 생선, 닭고기까지 먹는 준채식주의자

 

#플렉시테리언 (flexitarian)

  채식을 하지만 아주 가끔 육식을 겸하는 준채식주의자

 

 

 

   우리나라에도 채식주의자가 매년 증가하여 올해에는 250만 명 정도라고 추정하는 것을 보면 올해 5월 우리나라 총인구수 5000만명의 5% 정도이니 이젠 먼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이쯤에서 등장하는 소식이다. 대기업에서 이런 호재를 보고만 있지 않는다. 오늘 아침에 나온 인터넷 뉴스에 보니 농심에서 비건 레스토량을 연다고 한다. ‘동물복지와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착한 소비’라는 조금은 거창한 구호(돈 벌기 위해서라는 구호가 맞는 건 아닐까?)로 강남구 역삼동에 연다고 하는데 그래도 기대가 된다.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대채육 개발에 대해서 요즈음 자주 티비에도 나오고 뉴스에도 등장한다. 채식자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환경보호를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 세계적으로 관심도 높고 개발의 진행도 많이 되어 있다.

 

   내가 대채육(그 땐 콩고기라고 했다)을 처음 만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벌써 대략 25년 전 쯤으로 기억마져 가물가물한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일이다. 그 때 한기정밀기계라는 개인사업체를 가지고 있었고, 아이템 중에 트윈스크류익스트루더(식품용압출기)라는 기계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부속품을 가공해 주다가 나중에는 설계와 제작까지해서 납품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는데 일반 식품공장이나 사료공장 또는 대학이나 연구소의 실험실에 납품을 했었다.    그 때 만든 제품 중에 콩고기가 있었다. 처음 만든 제품이어서인지 몰라도 요즈음 마트에서 사먹을 수 있는 대채육에 비하면 쫄깃한 식감 이외에는 고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의 맛이었다. 그래도 참 신기했다. 앞으로 콩고기가 많이 팔리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소고기 값이 비싸니까 서민들은 위해서 만드는가 보다 라고만 생각했다.

 

   몇 년 전 라디오에서 어떤 교수님께서 나오셔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자동차나 공장 굴뚝이 아니라 축산업이라고 하시는 말씀을 처음 듣고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최근에 나온 뉴스에도 축산과 그 부산물이 지구상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고, 대책이 시급하다고 한다.

   새삼 20여 년 전 콩고기가 아직도 말 그대로 대채육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든다.

 

 

   나는 비건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비건이 되어간다. 아내의 말을 빌리자면 “당신을 고기만 좋아하지 나물은 별로 잖아요?” 그렇다 나는 육지고기 던 바닷고기 던 고기를 무지하게 좋아한다. 한 때 많이 유행하고 요즈음도 많이 먹는 칼국수도 호박 숭둥숭둥 썰어넣고 소금간한 안동칼국시는 별로고, 바지락 조개와 낙지 등 해물이 잔뜩 들어간 해물칼국수나 닭고기 국물로 맛을 내고 찢어 놓은 고깃살이 섞여 있는 닭고기 칼국수를 좋아한다. 그러나 채소 종류는 김치, 콩나물을 제외한 몇 가지 외에는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김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있으니까 먹는 정도다.

   그런 나의 식탁이 몇 달 전부터 갑자기 바뀌기 시작했다. 식성이 바뀐 게 아니라 나의 생각과 아무런 상관이 없이 그저 나의 몸이 그것 원했기 때문이다. 통풍이 왔기 때문이다. 통풍은 황제병, 귀족병이라고 말할 정도로 육식과 관련이 있다. 몸속에 요산의 수치가 높아져서 결절이 생기고‘ 결절에 의해서 통증이 오는 완치가 어려운 내사성 질환이다. 평생 약을 먹으면서 식사를 조절해야 하는 성가신 병이다. 끈질긴 병에 내가 발을 담그게 되었다.

   몸속의 요산은 단백질이 퓨린을 변하고 다시 요산으로 변하기 때문에 단백질의 섭취를 줄여야만 한다. 단백질이 우리 건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이지만 통풍환자에게는 매우 골치 아픈 식품이다. 거기에 정어리, 멸치, 조개류, 어패류 같은 해산물과 등푸른 생선도 퓨린의 함유량이 많아 먹지 말아야 한다. 쉽게 말해 먹을 게 별로 없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비건이 되어야 한다.

 

   첫 통풍 치료 한 달 간은 거의 완벽한 비건식의 음식을 먹었다. 몸무게가 4kg 정도 빠졌다. 채식 위주의 식사도 문제였지만 비만도 중요해서 식사량을 60~70%로 줄인 것도 살이 빠진 원인 중에 하나일 것이다. 두 번째 달부터는 의사선생님의 “약을 드시면서 음식 가리지 마시고 적당한 양으로 드세요. 생선의 오메가3 같은 좋은 영양소는 몸에 꼭 필요한 겁니다.”라는 조언에 따라 조금씩 먹게 되었다.

 

   처음엔 ‘락토 베지 테이언’ 이었다가 차츰 차츰 변하다가 요즈음엔 ‘플렉시테리언’이 되었다고 하면 가장 비슷할 것이다. 어쩌면 평생 ‘플렉시테이언’으로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내 의지와 다르게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나도 지구의 환경에 일조 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

 

 

 

   건강도 지키고 지구도 지킬 수 있는 채식위주 식사.

   이론으로는 참 좋은데 내 오랜 입맛을 버리고 지켜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과연 어디쯤이 적당할까? 그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