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나만 좋고 자식들은 힘든 약속 이젠 내 욕심을 내려 놓을 때

그루 터기 2021. 9. 12. 09:40

한 달에 한 번 의무적으로 만나는 우리 집 모임 문제가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는 한 달에 한 번 가족 모임에 관한 생각을 해 본다.

코로나 때문에 거리두기가 실행되어 모이지 못할 때를 제외하고 우리 가족은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전체가 다 모여서 식사를 했다. 두 아들이 총각 때 나가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해 오던 우리 가족만의 작은 약속이다. 지금까지 항상 자주 만나고, 만나면 항상 즐거워하고, 또 다음에 만날 날을 기대하고 그랬던 것 같다.(이건 나 혼자의 생각인가?)

 

   작년부터 코로나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작은 아들이 천안으로 이사를 가기도 하고, 첫째와 둘째 손자가 태어나면서 어린 손자들 때문에 이동이 어려워 예외조항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요즈음은 명절에야 겨우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가족모임의 거리두기와 둘째 손자의 탄생이 겹쳐서)

 

   난 이런 가족의 모임을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애들이 총각 때부터 한 달에 한 번 식사를 같이 하는 행사를 지금도 꾸준하게 지켜오고 있다고 말이다. 지키기가 조금은 번거로울지 모르지만 가족 간 우애를 다질 수 있고, 정이 들 수 있는 정말 좋은 방식이라는 것이고,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이 생각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나는 이 모임이 정말 좋고 잘 했다고 생각하는데 애들은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 비슷하게라도 생각하고 있을까? ‘아닐 것 같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혹시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치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렇다고 직접 물어보면 시부모님의 질문에 싫더라도 십중팔구는 좋다고 이야기 할 것 같다. 또 혹시라도 두 며느리 중에 한 사람이라도 이방인처럼 혼자 동 떨어진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하는데?’ ‘아니 진짠가?’ 계속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번 추석에는 작은 손자가 이제 겨우 한 달 보름이 조금 더 지나 천안에서 서울까지 장거리 이동이 불편하여 서울로 올라올 수가 없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궁여지책으로 서울에서 음식을 모두 장만하고, 준비할 거 준비해서 우리 내외와 큰 아들 세 식구가 천안으로 가는 것을 생각 중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이번 추석에 접종자 4명을 포함하여 8명이 모일 수 있도록 해서 우리 가족들은 만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아스트라제네카 2차 접종 후 2주일이 지났고, 두 아들은 몇 달전에 얀센을 접종했기 때문에 손주들까지 합쳐도 충분하다. 나와 아내는 어제 처음으로 손주의 얼굴을 봤는데, 큰 아들 내외와 큰 손자는 조카나 사촌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꼭 한 번 보고 싶어하기도 해서다

 

   이번 추석 명절에 모이면 그동안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던 한 달에 한 번 식사모임을 이젠 없애겠다고 해야겠다. 마음 같아서는 더 자주 만나고 싶지만 자식들 키우느라 정신없고, 각자의 생활 패턴이 있으므로 명절이라도 한 번 씩 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가까이 사는 큰애들은 손자를 봐 줘야하는 경우가 많아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만나는 경우도 있고, 오늘 아침에도 다른 식구들은 다 바빠 큰 손자 어린이집 가는 것은 내가 데려다 주고 왔으니 딱히 날짜를 정해서 만나지 않아도 보고 싶을 때 자주 볼 수 있어 충분한 것 같다.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애들한테 이야기 해야겠다. 조금은 아쉽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