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 장명숙, 김영사, 2021
2월에 예약해서 5월에 빌려본 책, 어제도 교보문고에 갔었는데 아직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책이다. 양천도서관에 책이 3권이상인 것 같은데 (제가 빌려온 책이 C3다)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다니, 궁금증에 궁금증이 더했다.
잔잔한 감동이 다가온 글들이 늦은 밤 가슴에 와 닿는다.
나도 이렇게 멋지게 늙을 수 있을까? 조용히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 소개
장명숙
1952년 한국전쟁 중 지푸라기를 쌓아놓은 토방에서 태어났다. ‘난 멋있어지겠다’라는 일념으로 패션계에 입문하여 한국인 최초로 밀라노에 패션 디자인 유학을 떠났다.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와 이탈리아 밀라노 마랑고니 패션스쿨을 졸업한 후, 덕성여대, 동덕여대, 한양대, 한국예술종합대학 등에서 강의했고, 에스콰이어와 삼풍백화점, 삼성문화재단 등에서 디자인 고문 및 구매 디렉터로 일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의상 디자인과 〈아이다〉〈춘향전〉 〈돈 주안〉 〈그날의 새벽〉 〈환〉 등 수많은 연극과 오페라, 무용 공연의 무대 의상 디자인을 맡았다. 페라가모와 막스마라 등 이탈리아의 가장 핫한 브랜드를 우리나라에 소개했고,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다양한 문화 및 산업 교류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1994년 큰아들의 큰 수술과 1995년 한순간에 동료들을 잃은 삼풍백화점 참사로, 화려한 분야의 일만이 아닌 전혀 다른 반대쪽 일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간의 우호 증진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이탈리아 정부에서 명예기사 작위를 받았다. 어쩌다 일흔 살 언저리에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어 매일 설레는 삶을 살고 있다.
독서메모
이 나이가 되니 곳곳에서 ‘사는 게 뭘까?’라고 묻는다. 사는 게 뭐 별것일까. 태어나졌으면 열심히 사는 거고. 어려운 이들을 돕고 살면 좋고. 내 몫을 책임져주지 않을 사람들의 말은 귀담아두지 말고. 인생의 고비마다 되풀이하던 말이 있다. “그래, 산이라면 넘고 강이라면 건너자. 언젠가 끝이 보이겠지.”
내가 평생 누릴 수 있는 편의가 아니고, 언젠가 도리돌려 줄 호사라면 애초에 익숙해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재직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예부터 집안의 어른들이 항상 말씀하셨다. 분수껏 살아야 탈이 없고 뱁새가 황새 쫓아가면 가랑이 찢어진다고.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살ㅇ남은 저자 빅터 프랭클은 극한 상황에서 자유를 포기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빼앗겨도 자유만은 빼앗기기 않았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자유는 이토록 소중하다.
이탈리아에서 사는 삶이 어떤지 물으니 철학자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에 신경 쓰며 고통 받고 싶지 않아요. 내가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잘 골라서 최선을 다해 살고 싶어요. 사랑하는 가족과 저녁 늦게라도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이 삶이 소중해요.”
숙제처럼 말고 축제처럼
선한 의지를 갖고 최선을 다한 거기까지가 자신의 몫이다. 진정한 용기는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며 회피하지 않는 것이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발끈하며 반응하지 말고, 사태 판단을 지혜롭게 한 뒤 대응하는 게 현명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처초연하며 자신을 삶의 중심에 둬라. (…) 어떠한 부정적인 경험도 자기가 어떻게 승화하느냐에 따라 치욕의 과거가 될 수도 있고, 빛나는 월계관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어릴 때, 엉터리로 만든 옷을 인형에게 입히며 신바람이 나서 노래를 흥얼거리면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에구, 오늘은 명숙이가 아주 ‘지 맥’으로 신이 났구나!” ‘지 맥’… ‘자신의 타고난 맥박’을 뜻하는 줄임말이다. 참 멋진 말이다. 자기의 타고난 맥박대로 따로 또 같이 자유롭게 공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간혹 내 말이 본의 아니게 달리 해석되는 걸 보면 가슴 한편이 쓰리다. 나는 산전수전 다 겪은 할머니니까 그럴 때일수록 나를 칭찬해준다. 칼 같은 말에 무너지지 않도록 잠시 묵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 미흡한 나 자신을 다시 되돌아본다.
척추전방정위증
똑바로 걷고, 골반이 틀어지지 않게 바르게 앉고, 무거운거 들지 말고, 한 자세로 오래 앉아있지 말고, 다리를 꼬지 말아야 한다는 처방이었다. 가장 절망적인 처방은 장시간 비행기 탑승을 피해야 하는 점이었다. (…) “매일 꾸준히 걸어보세요. 그러면 허리 근육이 튼튼해져 고통이 줄어들 수 있어요.”
역시 내 좌우명이 맞았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징징거리지 않고 앞으로 전진! 어차피 인생은 후진도 반복도 못 하는 일회성 전진만 있지 않은가.
부자든 빈자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아이든 어른이든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유일한 것이 '하루'라는 24시간이다.
그 다음 인간관계를 정리했다. 나를 흔들리게 하는 사람도, 불쾌함을 남기는 관계도, 매번 같은 주제만 반복하는 모임도 정리했다. 정리하고 나니 그때부턴 시간을 내어서라도 만나고 싶은, 무언가 배울 게 있고 본받을 게 있는 인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 한발 더 나아가 삶의 태도도 정리했다. 일을 벌이고 처리하는 걸 즐기는 습관도, 나를 망가뜨리는 자세도, 나를 섭섭하게 했던 대상에 대한 괘씸한 감정도 정리했다. 이렇게 물건, 인간관계, 삶의 태도 등 나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정리하니 삶이 단순명료해졌다.
주변인들을 괴롭히지 않고 살아 있는 순간까지 생산적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일상에서 일정한 체계와 리듬을 지킨다.
욜로 YOLO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 뿐이다.
파이어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경제적 자립과 조기은퇴
욜로족에게는 노후 대비를 꼭 하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고, 파이어족에게는 향후 25년의 생활비가 준비된다면 소비 생활만 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해 주고 싶다.
25년 동안 봉사를 하면서 얻은 깨달음이 있다. 어떤 돈은 시류에 휩쓸려 쉽게 사라지지만 어떤 돈은 가까운 누군가에게 힘을 준다는 사실이다. 내가 아껴 모은 돈으로 누군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 봉사로 충만해지는 삶이 나는 좋다.
누가 노년을 여생이라 부르며, 노년을 무료한 이미지로 ᄄᅠᆼᅟᅩᆯ리도록 만들었을까? 소파에 누워 기운 없이 리모컨만 돌ㄹ는 삶이 아닌,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간이 노년이다. 심신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인생의 가장 찬란한 때가 바로 노년이다. 원한다면, 가만히 앉아 하루 종일 햇살도 볼 수 있으니 눈이 부시지 않은가.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조촐하다’ 아담하고, 깨끗하고, 행동이 난잡하지 않고, 깔끔하고, 얌전하다는 뜻이겠다. 조촐한 삶이 바로 내가 지향하는 삶이다. 황금 깔린 길이 아니라 자연의 냄새가 나는 길이 내가 추구하는 길이다. 복잡하고 호화로운 삶이 아니라 단순하되 맵시 있는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이다.
나는 건강한 차림새가 좋다. 브랜드 로고가 크게 드러나는 옷차림이 아니라 취향, 안목, 교양이 드러나는 옷차림이 좋다. 누군가의 눈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 스며드는 옷차림이 좋다. 이것이 사람들이 그렇게도 궁금해하는 ‘옷 잘 입는’ 기준이 아닐까.
시간이 갈수록 중력의 영향으로 내장기관은 조금씩 힘을 잃을 테고 몸은 쇠퇴해 굼뜨게 될 테고 기억도 가물거리게 되는 일이 많아질 테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순발력이 떨어질 것이다. 다만 시간이 쌓일수록 더 좋아지는 것이 있다. '통찰력'이다. 세상을 꿰뚫어보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 통찰력은 더 깊어가는 것 같다. 나이 든 사람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고 말하면 젊은이들은 코웃음을 칠 것 같다. 동안을 유지하는 데 들이는 노력을, 몸의 기능이 건강해지도록 만드는 데 쓰면 어떨까. 젊은이들이 각자의 길을 걸어갈 때 그 길 위에서 걸리적거리 않고 지혜롭게 비켜주는 게 한 번 젊어본 인생 선배의 역할이 아닐까.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누군가는 많은 걸 남기고 떠나고 누군가는 빈손으로 떠나는 삶. 나는 내가 관리할 수 있을 만큼만 잘 꾸려가다가 훗날 세상을 하직하고 싶다.
자기 취향을 정확히 아는 건강한 사람들이 모인 사회에서 좋은 디자인이 탄생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분위기에서 각 개인은 개성을 구가하며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남이야 어떻게 살든 상관하지 말자.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살게 두자. 단,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으면서 말이다.
내가 죽은 뒤 남겨진 물건은 유품이 되지만 내가 죽기 전 건넨 물건을 정표가 될 테니 나의 물건들을 주변인들에게 정표로 나눠주고 있다.
6장기기증 등록을 한 뒤, 수혜자들에게 건강한 장기를 줄 수 있게 기왕이면 너무 오래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생겼다. 그러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다소 가벼워졌다. 언제 어떻게 삶을 마감할지는 알 수 없지만 다만 최대한 깔끔하게 이 생을 끝내고 싶다. 그렇게 나의 죽음이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기를, 충만한 기쁨이 되기를.
봄에 피는 꽃, 여름에 피는 꽃, 가을에 피는 꽃이 다 다르듯이 우리 각자도 꽃피는 계절이 다르다. 추운 계절에 피는 매화나 백목련을 보고 더운 계절에 꽃을 피우라고 할 수 없다. 더운 계절에 피는 글라디올러스나 봉선화를 보고 추운 계절에 꽃을 피우라고 할 수 없다. 이렇듯이 누구의 강요가 아닌 각자의 본성대로 자연스럽게 끌리는 상대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인간이 죽음을 뛰어 넘는 일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좋은 글을 남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좋은 자식을 남기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저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시작할까? 말까? 나 또한 내 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숱한 고민을 했고 그때마다 되도록 단순하게 생각했다. “재밌으면 해보면 되지!” 모든 어른과 아이가 자기 인생에 마땅히 용기를 내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저 말고 시작해보라. 그것에 대한 결과와 책임은 전적으로 내가 짊어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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