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감정도 디자인이 될까요』, 고선영, 다른상상, 2019

그루 터기 2022. 7. 25. 07:08

감정도 디자인이 될까요, 고선영, 다른상상, 2019

 

한 도서관 한 책읽기 도서에 선정된 책이다.

물어볼 것도 없이 그냥 가방에 넣었다. 그림과 글이 섞여 있는 책. 이름하여 그림책

내용이 많지 않아 30분도 안 걸리는 시간에 다 읽었지만. 잔잔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가까운 친구 중에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에게 권하고 싶다.

도리어 오지랖이라고 할까 걱정스럽긴 한데. 혹시 도움이 될까 기대해 본다.

 

 

저자 소개

고선영: 시인 수필가

한동안 나란 사람을 싫어했습니다. 고집스러운 성격에 이리저리 눈치를 많이 보고,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어서 주목받지도 못했던 내가 너무 초라하고 못나 보였습니다. 그러다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무작정 펜을 들고 내 마음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서툰 그림 실력이지만 감정을 그리다 보면 마음이 풀리곤 했습니다. 이제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나 자신과 마주하고 토닥토닥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나를 가장 크게 움직이게 한 것은 상상의 힘입니다. 그 상상과 그림이 만나서 내가 이름 붙인 감정 디자인을 하면서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유아교육과 부모교육, 문화콘텐츠를 공부하면서 더욱 나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무엇보다 내 마음을 끄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그리고 그 마음을 위로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어릴 때의 나처럼 힘들었던 분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 지지, 애정을 보내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독서 메모

 

 

뭘 할까, 고민하다가 펜을 들었습니다. 뭘 그려야 할지 막막했지만 그저 끄적거렸습니다. 처음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세 달쯤 되었을 때 마법처럼 마음의 물결이 잔잔해졌습니다. 신기하게도 살아갈 용기도 생겼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내 안의 감정을 디자인하면서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평정을 찾습니다. 보듬어주고 잘했다고 인정해주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줍니다. 감정을 그리면서 말이죠.

 

동그라미 하나만 그릴 수 있다면 / 가슴에 뻥 뚤린 구멍을 그릴 수도 있지만 / 아름다운 목걸이가 되기도 합니다. / 쓸쓸한 나무 밑동이 생각나 마음이 울적한 날도 있지만 /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이 떠오르는 날도 있습니다. ‘동그라미를 그릴 수만 있다면 / 어느새 나를 태우고 언덕을 내달리는 자전거의 바퀴가 됩니다. / 가끔은 나를 바라보는 동그란 눈동자를 디자인 하기도 합니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이 그리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죠.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혀 허우적거릴 때 내 감정만 제대로 알아차린다면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 조금은 편안해 질 수 있어요.

 

감정이 널뛰는 밤 /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밤 / 감정이 곤두박질치는 밤 / 그런다고 세상 끝나지도 않고 / 쉬이 잠잠해지지도 않아 / 그러니까, / 오늘은 두둑하게 먹고 뜨뜻하게 입고 / 쿨쿨 자는 거 어때~

 

웃고 싶은데 / 자꾸만 한숨이 나 / 이런 내가 싫은데 / 내 맘이 내 맘대로 안 돼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너만 그런 거 아니야 / 우리 모두 그래

 

화가 났던 나를 상상해보세요.

마음에 파도가 / 태풍처럼 밀려왔을 때 / 가만히 태풍을 들여다본다

얼마나 힘이 센지 / 나무도 우지끈 부러뜨리고 / 널어둔 빨래도 펄럭 날린다

마음의 파도가 / 잠잠해지고 / 그 파도 위에 별빛이 / 반짝

 

탁자위에 놓인 나무 그릇 하나 / 나무 그릇이 탁자 위에 있는 건 / 집에 사람이 있고 없고 와 같다. / 씨앗을 심고 안 심고와 같다. / 빈 법과 향이 좋은 커피가 담긴 컵만큼이나 다르다. /나무 그릇 / 여기에 지금 따뜻하게 함께 있다. / 우리

 

하늘이 어둑어둑한 것처럼 / 마음이 어둑어둑한 날 / 음악을 틀까 하다가 / 바나나 우유를 들었다

달콤한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 오늘 하루를 생각한다. / 바나나 우유 같은 / 하루를 보내야겠다 / 달콤하고, 든든하고 / 떠올리면 노오란 / 그런 하루

 

힘들었지? / 오늘도 고된 일 많았지? / 그래도 대단하네 / 집까지 왔잖아 / 무사히 왔잖아 / 그것만으로도 칭찬해! / 잘했어!

 

지나갈 거야 / 슬플 때는 / '맘껏'이 중요해 / 맘껏 울어도 돼 / 맘껏 자도 돼 / 맘껏 먹어도 돼 / 맘껏 그려도 돼 / 맘껏 춤춰도 돼 / 네 맘껏 충분히 그러면 지나갈 거야

 

감사하다고 외치는 날은

내 마음이 힘든 날 / 마음에 무게가 있는 것도 아닌데 / 무겁고 그래서 힘든 날 / 마음이 버겁고 무거울 때는 / 새털같이 가벼운 구름을 보고 / 어슬렁거리는 고양이의 사뿐한 발걸음을 본다.

마법의 주문을 외치고 / 나 자신을 응원한다. / 감사합니다는 / 감사합니다라기보다는 / 감사하려고요 / 감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