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독서 메모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김은경, 호우, 2018

그루 터기 2022. 7. 24. 09:59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김은경, 호우, 2018

 

요즈음 강서도서관에 수필, 쓰고 싶다면강의를 들으러 다닌다. 일주일에 한 번이고 4주만에 끝나는 강의. 이제 하루만 남았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대로 배우고 싶은 내용인데 아쉬움이 크다. 대신 책을 한 권 빌렸다. 비슷비슷한 책을 꽤나 많이 빌려봤는데도 정립되지 않는 글쓰기. 이 책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글쓰기 책마다 특징이 있다. 어떤 책은 교과서와 같이 1부터 10까지 순서를 정해서 설명을 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책이 그런 것 같다. 그런면에서 이 책을 소제목을 만들어서 설명을 했다. 또 어떤 책은 특정 분야를 디테일하게 설명한 것도 있었다.

책마다 특징이 있듯이 나름대로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 소개

저자 김은경

책이나 실컷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출판사에 입사, 9년간 책을 만들었다. 김하나 작가님의 힘 빼기의 기술, 자토 작가님의 오늘도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산책 중, 김경희 작가님의 회사가 싫어서, 남씨 작가님의 고양이처럼 아님 말고, 김진형 작가님의 딸바보가 그렸어외 다수의 에세이 책이 그 9년간의 결실이다.

그렇게 에세이 전문 편집자로 쭉 살았어도 좋았으련만, 문득 10년을 채우면 다른 일에는 도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평소 친분이 있던 부천의 작은 책방 오키로미터에서 에세이 쓰기와 교정·교열 워크숍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되어 이후에도 수차례 진행한 에세이 쓰기 워크숍이 이 책의 시초이다.

일하지 않을 때는 주로 책을 읽고 맥주를 마시며 비둘기 통신이라는 잡문을 쓴다. 기분이 좋아지는 노트에 여기저기서 본 멋진 문장을 모아두기도 한다. 바로 이것들을 하기 위해 돈을 번다. (@jolzzo)

 

 

독서 메모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침 네 시에 일어나 약 다섯 시간 정도 원고를 씁니다. 그가 하루에 정한 양은 200자 원고지 20. 쓸 이야기가 없어도 이 분량만큼은 반드시 채우고, 더 쓸 수 있어도 20매를 완성하면 미련 없이 손을 뗍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시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아침 여덟 시에 책상에 앉아 정오까지 소설을 쓰지요. 그런데 그간 쓰던 소설을 열한 시에 완성하면 어떻게 할까요? 정오까지 다른 작품을 쓰기 시작합니다. 스티븐 킹 역시 규칙적으로 쓰는 타입의 작가입니다.

 

구체적인 글쓰기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볼까요? 개인적 취향이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에세이란 사적인 스토리가 있으면서 그 안에 크든 작든 깨달음이나 주장이 들어 있는 글입니다. 듣기에는 간단한 것 같지만 막상 써보려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이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를 드러내는 것은 꺼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드러내는 대신 누가 써도 상관없을, 관념적이고 뻔한 글을 많이들 씁니다. 인생을 즐겨라, 타인의 눈을 신경 쓰지 마라, 지금 우리가 하는 고민은 아주 작은 것이다 등 어디선가 많이 본 글들의 변형 버전을 말이죠. 물론 그중 훌륭한 작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이런 이야기에는 힘이 없습니다.

 

 

 

에세이는 '독자들에게 나를 궁금하게 하는 유혹의 글쓰기' 이다

 

현실적으로 초심자가 가장 쉽게 힘을 줄 수 있는 것은 어느 부분일까요? 바로 첫 문장입니다. 주제는 사회적 이슈 등 당시 흐름에 따라 선택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제목은 글을 다 쓴 후에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첫 문장은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관념적이거나 뻔한 이야기는 일단 피하세요. 학생 때를 떠올려봅시다. 논술을 쓸 때 가장 많이 쓰는 첫 단어가 뭘까요? 바로 오늘날입니다. ‘오늘날로 시작하는 글, 읽고 싶으신지?

 

독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과도 같다. 초반에 눈길을 주지 못하면 끝까지 봐 주지 않는다.

 

본문을 완성한 뒤 책 제목을 짓고, 그 다음에 서문을 써야 합니다.

 

좋은 문장이란 아들 손자 며느리 누가 봐도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가독성)

 

보여주는 글, 말하는 글

완벽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나는 완벽주의자야"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어떤 행동들을 하는지 충분히 보여주세요.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독자들이 ', 이 사람 진짜 지독한 완벽주의자구나!' 하고 느끼게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글의 화자가 더 생생하게 완벽주의자로 느껴지나요? 완벽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나는 완벽주의자야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충분히 보여주세요.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독자들이 , 이 사람 진짜 지독한 완벽주의자구나!’ 하고 느끼게 만들어야 합니다.

 

출판 편집자들이 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습니다. ‘몇 년 후에 봐도 촌스럽지 않은 글인가당연한 듯 들리겠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독립 출판의 경우라면 저자가 언제든 절판 선언을 할 수 있지만 기성 출판의 경우 일반적인 계약 기간은 출간 후 5년입니다. 이 말은 좋든 싫든 출간 후 5년 동안은 내 책이 계속 인쇄될 것이고 서점에 깔려 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아마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을 작가의 시선으로 보고, 내가 차마 말하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작가의 입을 통해 듣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매력적인 글은 절대 뻔하지 않습니다. 나의 시선이 충분히 녹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누구나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으나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쉽게 흘려보내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것이 바로 아주 매력적인, 주관적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당신은 당신 자체로 유명해지거나, 당신의 글을 유명하게 만들면 됩니다. 당신이 유명해진다면 편집자는 당신에게 알맞은 콘셉트의 콘텐츠를 제안할 것이고, 당신의 글이 유명해진다면 그 것은 별도의 수정없이 그대로 책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도서는 가지지 않는 에세이만의 특색이기도 합니다.

 

밑줄 그을 만한 문장. 앞뒤 문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한 줄만 뚝 떨어뜨려놔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완성형 문장

 

'내 글을 읽고 상처받을 사람이 있는가?'

무라카미 하루키 '나의 자랑은 하지 않는다. 남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 에세이 쓰기의 규칙으로 정했다.

 

남의 글을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을 하면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소설가가 단어를 수집하는 사람이라면 에세이스트는 문장을 모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엇을 쓰기 전에 머릿속에서 그 글을 충분히 시뮬레이션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감들을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려보는 거지요. 레고처럼 이렇게도 맞춰보고 저렇게도 맞추보며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겁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지금 글을 못 쓰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은 회사를 그만둔 다음에도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이를 무시하고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면 글을 쓰지 못하고 헛되이 보내는 시간만 많아질 뿐입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면 적어도 회사에 다니는 동안 글 쓰는 근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글쓰기 습관이 몸에 붙었을 때 그만두어야 합니다.

 

글쓰기에서 오는 고민 중 대부분은 '많이 읽고 쓰기' 이 두 가지로 해결된다는 점입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면서 내가 주로 어떤 주제들에 집중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주제들을 어떤 느낌으로 드러내고 싶은지를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슬슬 문체에 대한 감을 잡게 될 것입니다.

 

'황금 트로피', '영광', '신예', '차세대 주역', '성취' 등 긍정적이고 힘이 넘치는 단어들 ... 'ㅇㅇ단편영화상을 수상한'보다는 'ㅇㅇ단편영화상을 거머쥔'이라는 표현이 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잖아요? ... 평범한 단어는 평범한 느낌밖에 전하지 못합니다.

 

혹시 눈여겨보고 있던 수업이 있다면 지금 신청해보는 건 어떨까요? 꼭 글쓰기 수업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요점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긍정적인 기운을 얻는 것입니다. 그 모임이 추후에 어떤 행운을 가져다줄지는 모르겠으나 당장 이것만으로도 모임은 가치가 있습니다.

 

당신이 어떤 글을 쓰든, 한 가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밤에 쓴 글을 조심할 것! 밤에 쓴 글은 곧장 담당 편집자에게 보내거나 온라인 채널에 올리지 말고 모든 감각이 평상시 패턴으로 돌아와 있는 낮에 검수를 거쳐야 합니다.

분위기란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의 것입니다. 내가 기쁠 때 즐거운 글이 나오고 분노했을 때 거친 글이 나오는 것처럼 밤에 쓴 글은 자칫 한없이 감성적이기 십상입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그 글을 머릿속에서 충분히 굴린 후 백지 위에 다시 풀어내본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올바른 문장을 쓰는 연습도 할 수 있고 원문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자신이 즐겨 쓰는 필사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주제가 독특하지 않는 한 에세이의 주 독자층은 2030 여성입니다.

 

에세이는 (일기와 다른점은) 기본적으로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독자들이 내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적어야 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는 것, 이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늘 좋은 방법입니다.

 

글이든, 사진이든, 그림이든, 셋 중 하나만 힘이 있어도 독자를 유혹하기에는 충분합니다.

 

화자의 말투가 좀 특이하거나 사투리를 쓴다면, 혹은 외국인이라면 그런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나의 작은 습관,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경종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스티븐 킹은 전업 작가가 되기 전까지 국어교사 일을 하며 세탁소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틈틈이 글을 썻지요, 찰스 부코스키는 스물네 살 때 잡지에 단편을 발표한 뒤 공장과 우체국을 전전합니다. 그리고 쉰 언저리에 우체국을 그만두고 비로서 첫 장편을 발표하지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바의주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후 부엌 식탁에 앉아 단편소설을 써 내려갔습니다.

 

왕족은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작가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눈 앞에서 책을 쏟아내고 있는 사람들이 그 증인입니다. 그 중인이 당신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당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작가가 된 먼 훗날에는 오늘의 일과도 아름다운 에피소드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 책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우리의 시작에 대해 말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정말 별것 아닌 시작이 이 책을 만들어냈다는 것을요. 당신이 지금 소파에 누워 이 책을 보고 있든, 도서관 한 귀퉁이에 기대어 읽고 있든,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먼 훗날, 제가 그러했듯 이 순간을 특별하게 기억하겠지요.

만약 이 순간을 기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그 장면을 잘 기억해두세요. 그리고 언젠가 그 이야기를 저에게 해주길 바랍니다. 그게 언제든, 그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