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백수의 출근

그루 터기 2021. 5. 5. 07:51

2021. 5. 4

 

백수의 출근

 

오늘 아침 김포 친구로부터 깨똑이 왔습니다.

출근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답을 보냈습니다.

난 식사 후 책상으로 출근했어요. 출근 시간 5ㅋㅋ

 

친구가 부럽다고 다시 톡이 오네요.

부러워 ㅎㅎ

 

난 자네가 더 부럽네...’

 

일을 할지 못할지 모르고 버스에 탄 늠이 뭐가 부러버?’

 

그러네 비가 많이오면 목동으로 오시게..’

 

 

친구는 김포시에서 하는 산림관리 계약직(일당직)으로 근무 중인데 비가 오는 날은 출근 했다가도 일도 못하고 그냥 돌아와야합니다. 건설노동자들과 같은 처지입니다.

오늘 일기 예보에 돌풍도 불고 지역에 따라 강수량이 60mm 정도까지 엄청 비가 많이 온다고 하던데 거의 포기하고 출근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비가 올 걸 예상하고 지금 비가 오지 않는데 출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늘이 언제 맘이 변할지 모르니까요..

 

저도 작년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 43km1시간 15분 운전해서 김포 학운단지로 출근했었습니다. 올림픽대로 남단과 김포한강로를 거쳐 김포신도시를 관통하고 학운단지까지 별로 막히지 않았지만 기본 거리가 있어서 그 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올림픽도로의 김포에서 국회의사당 쪽으로 가시는 분들은 거의 주차장 수준이라 저하고 같은 거리라면 최소 두 시간은 넘게 걸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백수가 된 이후에 제일 먼저 변한 것이

정해진 출근이 없다보니 아침 출근시간의 긴장감이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식사하던 습관을 바꾸고 싶지 않아 똑 같이 일찍 일어나고 식사도 일찍하고 바로 출근(?)을 합니다. 직장생활 할 때와 비교해서 많이 다른 것은 지정된 퇴근시간이 없다는 거구요. 하루에 몇 번씩 출퇴근(?)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것 말고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업무도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할 수 있고. 가끔 낮술도 한 잔 씩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출퇴근 합쳐서 최소 두 시간 반 이상이 걸리던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 중에 하나입니다.

거기다가 일주일에 한 두 번 오는 손주와 같이 하루종일 놀아 줄 수 있는 것도 커다란 행복이지요.

 

남들은 직장 그만두고 3개월이면 심심해서 지겨워한다는데 저는 벌써 9개월째 접어들었는데 아직도 마냥 바쁘고 하고 싶은 일에 비해 시간이 부족하여 매일 밤 12시가 넘도록 잔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출에 비해 수입이 적다보니 용돈이 조금 부족한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입니다.

주위에서는 걱정을 하는데 정작 저 자신은 걱정이 되지 않고 마냥 즐겁기만 한 백수생활

언제 까지 이렇게 행복해 할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직 백수가 되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시작도 못해본 것 같은데 소방안전관리자 시험을 시작으로 블로그 재미와 책 읽는 재미에 푹빠져 8개월이란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습니다.

 

! 앞으로 제가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계산으로 20(85)을 더 산다고 보면 그중 10년은 건강이나 기력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도 못하고 지내야 하는 시간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아서, 지금부터 10년이 제 생애의 가장 황금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10년의 6~7%를 벌써 다 써 버렸네요.

오늘부터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하고 싶은 일 하나하나 해 나가야겠습니다.

나중에 나이들어 뒤돌아 볼 때 하나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나 참 열심히 살았어, 최선을 다한 거야라는 이야기를 나 자신에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백수의 하루를 힘차게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