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오늘은 손자가 우리의 곁으로 온지 500일이 되는 날

그루 터기 2021. 6. 25. 21:34

 

 

2020212일 저의 첫 손자 시언이가 태어났습니다.

 

큰 아들 내외가 결혼 한지 3년이 넘어가도록 기다리는 2세 소식을 전해주지 않아 속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었지만 자식 문제는 두 사람이 알아서 결정하도록 해야 할 것 같아 집사람과 나는 겉으로는 한 번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부모인 우리의 기준으로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닌 두 사람이 결혼했기 때문에 결혼하자마자 바로 애기를 가질 줄 알고 기대를 했었는데, 1, 2년 그리고 결혼 3주년이 되어서도 아무 소식이 없어 정말 많이 답답했었습니다.

 

요즈음 대부분의 젊은 새대들의 고민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애들도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2세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어지고, 쉽게 결정을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큰 며느리는 새롭게 시작한 파티 플래너 사업이 하루가 다르게 번창하고 있는 시점이라 고민을 많이 했었나 봅니다.

 

그사이 둘째 아들도 결혼을 하였고, 가능하면 순서에 맞게 아이를 갖는다고 형 눈치만 보고 있는 작은아들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희 내외는 순서 생각하지 말고 애기를 가지라고 자주 이야기 했지만 저들 생각은 좀 다르고 둘 형제가 서로 이야기가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중 큰애들이 임신소식을 알려와 온 집안에 경사가 났다고 다들 좋아라 난리가 났었구요. 특히 큰며느리 친정 부모님께서 정말 많이 좋아하셨습니다.

 

힘든 임신 기간을 잘 견디고 중국 우환에서 넘어온 코로나 때문에 온 나라가 비상이 걸렸던 작년 212일 집 근처의 아산병원에서 귀여운 시언이가 우리의 곁을 찾아 왔습니다.

코로나로 병원과 산후 조리원에서도 직접 찾아가지 못하고 화면으로만 만났던 손자를 삼칠이 지나고 나서 집으로 찾아 갔습니다.

 

혹시나 모를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샤워를 하고, 새로운 옷으로 전부 갈아입고, 손 소독제로 승용차의 핸들과 손잡이를 전부 닦고 출발하여 잠실 집으로 갔습니다. 주차장에서 마스크를 다시 새것으로 갈아쓰고, 손소독도 다시하고 조심조심( 코로나가 조심조심 간다고 달라지지 않는데 그렇게 되네요) 아들네 집으로 갔습니다. 손자를 보는 것 보다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 다시 손을 씻고, 드디어 손자와 첫 인사를 했습니다. 10여분 정도 머무는 동안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1m 이상 떨어져 눈만 맞추고 며느리에게 고맙다, 수고했다만 반복하다가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손자와 첫 만남이 너무나 아쉬워서 헤어지면서 발 뒷꿈치를 슬쩍 한 번 만져보고 돌아오는 내내 그 감촉에 행복해 했었습니다.

 

쉽게 끝날 것 같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남들 다하는 백일잔치도 못했습니다. 4인이상 가족이 만날 수가 없어서 손주도 만나지 못하다가 8인 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거리두기가 바뀐 다음에야 겨우 한 달에 한 두 번 집으로 놀러와서 얼굴을 볼 수 있었구요. 첫돌잔치도 양가집 부모님만 참석하고, 형제들은 참석하지도 못하고 아주 간단하게 며느리가 운영하려던 파티룸에서 했습니다. (요즈음은 저녁 10시까지 대여를 하지만 그땐 집합금지조치로 시작만 하고, 영업을 못했던 시절입니다.)

 

지난달 부터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와서 일주일에 서너번씩 자주 볼 수 있고, 오늘도 놀이터에서 놀다가 잠깐 집에 와서 재롱을 피우다가 갔습니다.

 

원래 태어난지 100일이나 첫돌은 잊지않고 기념해 주고 500일은 따로 하는 행사가 없지만 큰 아들 카카오톡 메인화면에 적어 놓은 D+500 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와 가족 단톡방에서 축하를 했습니다.

 

생후 16개월 쯤 지난 애들은 고집이 생기고 투정을 부린다고 하는데 딱 요즈음이 그런 것 같네요

재미있어하던 비행기도, 노래를 틀어놓고 춤추던 행동도 금방 실증을 내고, 하고 싶은 것 못하면 짜증도 내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 눈에는 그 모습도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는 사이 둘째 며느리가 임신 소식을 알려와 집안에 다시 경사가 났습니다. 둘째는 천안에 살고 있어서 혼자 고생을 많이 할 것 같은데도 그저 또 손자가 생긴다는 생각에 행복하기만 합니다.

한 달 정도만 있으면 두 번째 손자가 태어납니다. 그 때쯤은 코로나 집단 면역이 생겨서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일 수 있고, 백일, 돌잔치도 멋지게 할 수 있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시언이 500일 축하해!”

 

우리 시언이 무럭무럭 잘 커줘서 고마워!”

 

오늘 하루 시언이의 500일이 지나갑니다.

 

 

시언이 사촌 동생이 기다려지는 밤입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동네 탐방 놀이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