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터기 취미생활과 일상사/그루터기의 일상사

“아침 식사는 하셨는가?”

그루 터기 2021. 6. 25. 16:18

 

 

아침 식사는 하셨는가?”

먹었지, 자네는?”

나도 먹었지. 오늘 뭐하시는가?”

그냥. 똑 같지 뭐.”

알았어. 준비해서 출발 할게. 혹시 필요한 거 있는가?”

아니 없어. 그냥 오시게

 

상철씨 한테 같이 가자고 하니까 약속 있다네.”

알았어! 다음에 같이 오면 되지!”

 

친구와 통화는 항상 이렇다.

70년대도 아니고 밥 굶는 사람이 없는데도 친구하고 통화하면 항상 식사부터 물어본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난 것은 시골에서 서울로 첫 상경한 19살 때로 벌써 40년이 훌쩍 넘어간다.

소위 말하는 객지친구인데, 총각 때 같이 하숙도하고, 결혼 후에는 앞뒷집에도 살고, 10년 전 쯤부터 친구가 가까운 문래동에서 파주로 사업장을 옮기기 전까지는 일주일에 두 세번씩 만나 식사도 하고 술도 같이 많이 먹었었다.

3년 전 파주에 땅을 사서 공장을 짓고 사업장을 옮긴 이후에는 거리가 멀어 거의 못가다가, 내가 회사를 그만 두 이후로는 일주일이나 2주일에 한 번 정도 파주로 놀러 간다.

 

파주로 이사를 간 후 일 년 정도 지나 건강검진 때 위암을 발견했다. 다행히 위암 초기라서 수술 날짜를 잡으려고 원자력 병원에 갔는데 위암보다 더 급한 혈관계통의 병을 발견하여 수술 중에 위험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곳이 6군데 밖에 없다고 하여 수소문 끝에 아산병원에 갈수 있었고, 다행히 혈관계통의 병은 수술을 하지 않고 약물로만 치료하고,  위암만 수술하여 1년이 조금 지났다.
아마도 나하고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긴 병이 아닌가 생각되어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이제는 식사 때 특별히 가리지 않고 이것 저것 먹을 수 있어 가끔 만날 때 식사를 하는데 항상 뭘 먹을까 고민하곤 했다. 식사를 하러 가면 항상 조심스럽고, 혹시 소화기능에 부담이 될까 걱정을 했다.

그러다 보니 전화로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뭘 먹었는지? 식사는 잘 하고 있는 지이다.

 

그런데 이젠 공수가 바뀐 기분이다.

그동안 친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느라 고민 했다면 이젠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얼마 전 무릎관절이 갑자기 많이 아파 고생을 한 이후 병원을 찾았더니 통풍이란다. 그동안 몇 번 통풍이 와서 치료를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간단하게 약만 먹으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통풍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던 거였다.

 

통풍이란 것이 아플 때 약을 먹으면 낫는 감기나 상처 같은 것이 아니라. 혈중 요산 수치를 낮추고 관절부위에 생긴 결절을 녹여내는데 몇 개월에서 몇 년 혹은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통증이 있을 때 약을 먹으면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통증만 치료하는 것이고, 몸속 요산 성분의 비율이 낮아지고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생 같이 가야하는 병이란다.

이 통풍은 몸속의 요산을 낮추어야해서 요산이 되는 퓨린이 많은 음식은 절대 먹으면 안되고, 푸린이 생성되는 단백질도 먹으면 안된다.
일반적으로 건강식이라고 하는 것도 대부분 먹으면 안되니 딱히 먹을 것이 없다고 표현하면 정확할 정도로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는 병이다.
맥주를 비롯한 주류와 단백질이 많은 육고기와 그 내장, 등푸른 생선과 갑각류, 심지어 표고버섯 말린 것 등등 다른 병에서는 많이 먹어야 건강을 유지하는 음식도 통풍에서는 전부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이다 보니, 그나마 과일 몇 종류와 채소 그리고 쌀, 감자, 고구마 정도이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단백질과 철분이 많은 그런 음식을 전혀 먹지 않을 수 없으니 요산 수치를 낮추는 약을 먹으면서 그런 음식은 조금씩만 먹으라고 한다.
술은 절대 안 되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소주 반병 정도도 안 되는가 질문을 했었는데 단칼에 안 된다고 하시네요. ㅠㅠ) 맥주는 퓨린이 많아서 안 되고 알코올은 요산을 배출하는데 지장을 주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고 하신다.

 

오늘도 커피를 한 잔 씩 하고, 텃밭의 풀도 같이 뽑고, 청계를 키울 새로 만든 닭장도 같이 옮기고, 빨갛게 익은 앵두도 몇 개 따 먹었다. (옛날에는 앵두 열매로 술도 담그고 해서 앵두가 익으면 서로 따 가려고 했는데 이젠 아무도 욕심을 내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 익어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둔다고 한다.)

점심 메뉴로 고민 고민하다가, 파주에서 유명한 장단콩요리집으로 갔다.
친구는 된장찌개를 선택하고 난 두부김치를 시켰다. 콩에 식물성 단백질이 많아서 된장찌개나 순두부 같은 것은 먹으면 안되고, 그 중에 물기를 뺀 두부는 조금 먹어도 된다고 하여 두부 몇 개에 김치위주로 먹었다.
항상 뭐든지 1.5인분 먹던 내가 두부 몇 조각에 김치, 그리고 밥도 반 공기만 먹으니 친구가 웃는다.

 

돌아오는 길에 이웃집 농장에 가서 통풍에 좋다는 미나리를 얻어서 차에 실어준다.

텃밭에 심어 수확한 감자가 겨우 작은 상자로 하나 될까 말까인데 농사가 아직은 서툴러서 감자가 너무 잘다.”고 하면서 비닐봉지에 하나 담아준다.

이웃집에서 산 청계알 한 판도 통풍에 먹어도 되는 거라고 따로 챙겨준다.

 

집에 와서 저녁에 미나리를 삶아 무쳤다.

미나리는 이른 봄에 먹어야하는데 철 지난 미나리라 많이 질기다. 간을 아주 싱겁게 해서 밥보다 더 많이 넣고 쓱쓱 비벼 대접으로 하나 먹었다. 친구의 정성스런 마음이 가득 들어서인지 참 맛있다.

 

이젠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은 나이 60대 후반에 들어섰다.

정말 건강에 신경써야 할 나이다.

친구도 빨리 회복하고 나도 빨리 회복하여 신도림역앞 우리의 7년 단골 이가참치에서 혼마구로 가맛살에 소맥 한 잔 하고 싶다.

 

아참! 자네는 맥주 싫어하지. 그래 소주로 한잔 하세!”